신 승 철
단국치대 교수
대한예방치과학회 부회장
오랜만에 산업체 구강검진에 참여해 보았다.
지난해 년 말 산업체 구강검진 과정에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파견 나온 감독관에게 잘못 된 점을 지적받아 한두 달 시행정지 처분을 받고 새봄과 함께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 근로자들의 정기건강검진 시 구강검진도 함께 하여서 근로자들의 구강 병을 조기에 발견, 조기 치료를 유도함으로써 국민구강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구강검진이다.
그러나 수검률이 겨우 20~30% 밖에 되지 않아 몇 해 전에 이를 활성화 하려는 시도로 치과계 어디에 용역 연구를 주었던 모양이다. 그 때 이후 만들어진 새로운 활성화 방안 규정을 보면, 일단 2인 이상 치과의사가 근무하는 진료기관에서만 구강검진을 수행할 수 있고, 구강검진에 참여하는 치과의사는 반드시 소정의 교육과 자격시험을 필하여 건강보험 공단에 등록을 해야 하고, 하루에 한사람의 치과의사가 최고 100인의 근로자 밖에 검진할 수 없다. 100인이 넘는 경우에는 반드시 2인 이상 치과의사가 출장 검진을 나가야 하며, 구강검진 시 보조 인력으로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가 함께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성화 방안 덕분에 많은 치과진료기관들은 구강검진사업을 아예 포기하게 되었고 결국 전국 근로자 전체의 10% 미만 수검률을 나타내게 되고 말았다.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구강검진 할 능력과 자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인터넷 교육과 자격시험을 요하니 결국 몇 시간 컴퓨터만 켜 놓고 타인이 대리시험을 치르는 경우 등 허다한 비리를 조장하게 했다. 치과의사 혼자서도 하루에 100인이 아니라 200~300명까지 검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치과의사가 검진을 나갔을 때는 100인까지만 검진하고 나머지 인원은 뒤로 미룬 채 되돌아와야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실질적으로는 별 효용성이 낮은 보조자 한 명을 굳이 대동해야하기 때문에 인건비 과중 부담을 갖다보니, 결국 구강검진 사업을 포기해버리는 치과진료기관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어느 수련의가 나갔던 산업체 근로자 구강검진 과정에서 100명이 조금 넘은 근로자를 검진했는데, 검진비 신청은 100명까지만 하였고 나머지 10여명 차트는 그냥 폐기하였지만 건강보험공단의 감독관은 규정상 100명 넘는 근로자 구강검진 시에는 반드시 치과의사 2인이 있었어야 한다며 이에 단속과 보고를 했고 지역 보건행정 당국에서는 할 수 없이 수개월의 시행정지처분을 내렸던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과 대다수 치과에서 수익성이 없어 기피하는 근로자 구강검진을 사회봉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음을 알리고 선처를 요구했지만 그들은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는 대답과 그 규정을 치과계가 스스로 만들었음을 강조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구강검진 봉사를 할 마음도 안생기니, 차라리 사업체로부터 건강검진 요청이 가장 많은 봄 기간에 몇 달간 시행정지 처분을 내려 달라고 하니 그들도 미안해하며, 어차피 건강검진이 없는 겨울기간 동안 처분을 내려주었다.
자신들도 이 규정의 모순점을 잘 아니까 상부에서는 또 다시 용역 연구를 주어 개선해 보려는 노력을 했는데, 그 결과 아마 우식과 치주병 위주의 새로운 구강검진 차트 안으로 바꾸어 시행할 것 같다고 동문서답 한다. 이게 무슨 구강검진 활성화 대책인지 모르겠다. 아마 현장에서 발로 뛰어보지 않고 학문적 이론만으로 낸 안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새봄과 함께 100명이 좀 넘는 산업체 현장에서 다시 만난 현장 감독관도 억지로 두 명의 치과의사가 나온 것에 연신 미안해하며, 자기가 다녀간 뒤에는 한 분만 계셔도 누가 알겠냐며 필요하면 현장 벽시계 앞에서 사진이라도 찍어 놓아 보라는 귀띔도 해 준다. 이런 편법 이전에 우리에게 활성화 안을 제의해보라고 자율권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우리 스스로가 제대로 치과계 현실에 맞도록 반영했어야 할 것이다. 구강검진뿐 아니라 보조인력 활용, 네트워크 치과문제 그리고 치과의사협회 산하 학술단체 인증 문제 등 요사이 치과계는 앞날에 닥쳐온 큰 것을 못보고 작은 것에 연연하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일도 있다. 우리에게 공이 넘어왔을 때 현명하게 앞날을 대비해 주는 안목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인간은 남에 의해서 자신이 움직이기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일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http://www.chihak.co.kr/news/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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