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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4/13  치학신문
음식탐구 <77>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청포 봄, 올챙이 여름, 도토리 가을, 메밀 겨울에 제격찬 바람에 뼛골까지 쑤시는 한겨울 밤 멀리서 처량하게 들려오는 “메밀묵 사려! 메밀묵…”의 구성진 목소리는 서글풂을 더하여 뱃속에서 “쪼로록~” 소리가 나도록 시장기를 돋우고, 메밀묵에 시큼한 김치를 송송 썰어 고소한 참기름과 식초에 묻힌 메밀묵 무침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에는 한 움큼의 침이 고이게 된다.
 묵은 곡식 또는 나무열매나 뿌리 따위를 맷돌이나 분쇄기에 갈아서 가라앉힌 후 그 앙금을 물과 함께 죽 쑤듯이 되게 쑤어 식혀서 굳힌 것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음식이다.
 묵은 메밀, 녹두, 도토리 등을 물에 불려 갈아서 앙금을 내어 윗물은 버리고 가라앉은 전분만 말린 다음 가루를 내어 풀 쑤듯이 쑤어 식힌 음식이다. 묵은 전분에 물을 넣고 가열하여 끓으면 전분이 열에 의해 걸쭉하게 죽같이 되며, 걸쭉해진 전분을 식히면 다시 굳어지면서 칼로 썰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묵이 완성된 것으로 쫀득한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전분이 열에 의해 호화되고 식으면 다시 굳어 겔화되는 원리이다.
 예전에는 일반 가정집에서 묵을 만들어 먹으려면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여 보통 손이 가는 일이 아니었으나 요즈음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묵의 가루가 일반 수퍼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집에서는 단순히 묵가루에 물을 부어 죽 같이 쑤어서 일정한 틀에 붓고 식히기만 하면 되니 아주 손쉬운 작업으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묵은 원시사회 수렵과 채집에 의해 식생활을 영위하던 시기부터 우리 조상들이 식용해온 가장 원시적인 음식이며, 실제로 선사시대 역사유적지에서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저장했던 도토리가 발견되어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묵을 먹기 시작한 시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록이 없으나, 묵의 원료가 되는 과실인 도토리에 대한 식용 기록은 선사시대의 유적으로부터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 암사동과 경기도 광주의 미사리, 황해도 봉산의 지탑리 유적 등 선사시대 유적에서는 빗살무늬토기와 함께 잡곡류, 도토리, 밤이 발견되고 있어 이들 곡물은 갈돌과 갈판을 이용하여 가루로 만들어지고, 이 곡물가루에 물을 부어 끓여서 먹는 조리법, 즉 죽의 형태로 화식(火食)을 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묵에 관한 고문헌으로 ≪임원십육지≫(1827)와 ≪증보산림경제≫(1766)에서는 메밀, 도토리 효능에 대해 기록되어 있으며 1449~1451년의 ≪고려사≫제33권에서는 농사가 흉년이라 왕이 식찬을 줄이고 도토리를 가져다가 맛보았다는 기록이 ≪고려사≫제134권과 ≪조선왕조실록≫에도 태종부터 정조대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도토리가 구황식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묵의 종류는 메밀묵, 도토리묵, 청포묵, 올갱이묵, 올챙이묵, 우뭇가사리묵, 콩묵(두부), 건조묵, 박대묵, 황포묵, 어묵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하다.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먹지만 청포묵은 봄, 올챙이묵은 여름, 도토리묵은 가을, 메밀묵은 겨울에 먹어야 제격이다.
 묵은 수분 함량이 80% 이상으로 열량이 적으면서 포만감을 주는 다이어트 식품이다.
 밥 한 공기(약 210g)가 300㎉인 것을 기준으로 보면 묵의 칼로리는 100g 당 약 40~60㎉ 정도이며, 메밀묵, 청포묵 등은 수분 비율이 85~90% 정도 되기 때문에 칼로리는 대개 비슷하다.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이 커서 배부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우수한 식품으로 추천된다. 우리가 보릿고개를 넘기기에 힘들었던 시절 강원도 산간지방에서는 도토리묵이 일용할 양식(?)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었던 서글픈 시절이 있었다.
 도토리, 메밀, 녹두 등 묵의 재료는 약리적인 효과가 있다. 도토리는 피로회복 및 숙취해소에 좋고 당뇨 등 성인병에도 좋다. 특히 도토리 속에 함유된 아콘산은 인체 내부의 중금속 및 여러 유해물질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메밀은 루틴이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억제하여 약해지는 것을 방지하며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 청포묵을 만드는 녹두는 성질이 차고 해열 및 해독에 효과가 있고, 피부미용에 좋다.
 어릴 적에 필자는 청포묵을 만들 때 묵을 일정한 틀에 넣고 식힐 때 상층부에 뜨는 묵물을 가지고 찹쌀로 만드는 아릿한 맛의 묵죽을 특히 좋아하여 동네 사람들이 청포묵을 쑤면 잊지 않고 묵과 묵물을 필자의 선친이 봉직하시던 초등학교 ‘교장댁’으로 보내주던 정감어린 추억을 가지고 있다.
 좋은 묵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눌린 자리가 탄력 좋게 바로 원상태로 돌아가고 살짝 두드리면 탱탱하게 탄력이 있으며 색이 말갛고 투명한 것을 꼽는다. 메밀묵은 색이 일정하며 툭툭 끊어지는 것이 좋은 메밀로 만든 것이고, 도토리묵은 연한 갈색이 나며 손으로 만졌을 때 하늘하늘한 탄력이 있어야 한다. 청포묵은 색이 하얗고 투명한 것이어야 하고 올챙이묵은 노릇하고 뿌연 색감이 난다.
 묵은 우리 민족의 외식 메뉴의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그야 말로 정감어린 음식으로 빛없이 식단의 한 모퉁이를 오랫동안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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