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기능 강화하고 호흡기 질환 완화하는 성분이 감기에 좋아
조 재 오
경희대치전원 외래교수
더덕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다. 한국이 원산지이고 일본과 중국, 만주, 우수리에도 분포하며, 사삼(沙蔘), 산해라(山海螺)라고도 한다. 학명은 Codonopsis lanceolata,Siebold & Zucc, Trautv. 1879이며 영어명은 lance asiabell 이다.
더덕의 어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1431년에 간행된 《향악채취월령(鄕藥採取月令)》이나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가덕(加德)이라 표기되어 있다. 가는 ‘더할 가’이나 ‘더’라 읽어야 하고 덕은 ‘덕’이라 읽어야 하니 더덕은 이두식 표기라 할 수 있다. 《명물기략(名物紀略)》에서는 더덕을 사삼이라 하고, 양유(羊乳)·문희(文希)·식미(識美)·지취(志取) 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더덕은 해발 2,0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부터 들판·구릉·강가·산기슭·고원지대 등 도처에 자생하고 있다. 뿌리는 도라지나 인삼과 비슷하나 더덕은 잎이 4장이고 산삼은 잎이 5장으로 구별이 된다. 뿌리 쪽에 사포닌이 많아 효능도 인삼과 비슷하다. 덩굴은 길이 2m로 보통 털이 없고 자르면 유액이 나온다. 중국에서도 사삼이라고 해서 모래에서 나는 삼으로 취급한다. 인삼과 더덕은 생김새와 영양성분이 상당히 흡사한데도 분류학적으로는 목에서부터 차이가 나서 더덕은 국화목 초롱꽃과이고 인삼은 미나리목 두릅나무과이다. 자연에서 10년 이상 자란 더덕은 인삼보다 그 효능과 가치가 높다고 한다.
더덕은 8~10월이면 자주색의 넓적한 종 모양의 꽃이 핀다. 중국 한나라 때의 《명의별록(名醫別錄)》에서는 더덕을 설명하기를 “더덕 잎은 구기(枸杞)잎과 비슷하다”고 하였으며,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1, 2월에 싹이 나는데, 처음 나는 것은 아욱 잎과 같다. 8, 9월에 줄기가 자라면 높이가 1, 2척이 된다. 잎은 뾰족하고 길어 구기 잎과 같으나 작으며 톱니가 있다. 가을에 잎 사이에서 작은 자주색 꽃이 피는데 모양은 방울 같고 피면 다섯 갈래로 찢어진다. 모래땅에서 잘 자라고 황토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라고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덕은 예전부터 식용된 식물로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는 “관에서 매일 내놓는 나물에 더덕이 있는데, 그 모양이 크며 살이 부드럽고 맛이 있다. 이것은 약으로 쓰는 것이 아닌 것 같다”라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더덕을 약으로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평소의 식품으로 쓰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또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2월에 옮겨 심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자연산만으로는 모자라서 재배를 하기도 한 것으로 여겨진다.
더덕은 어린잎을 삶아서 나물로 만들어 먹거나 쌈으로 먹기도 하며, 뿌리는 고추장장아찌·생채·자반·구이·누름적·정과·술 등을 만든다. 특히 햇더덕을 얇게 저며 칼 등으로 자근자근 두들겨서 찬물에 담가 우려낸 다음, 꼭 짜서 참기름으로 무치고 양념장을 골고루 발라가면서 석쇠에 구워낸 더덕구이는 일미이다. 더덕구이는 묘하게 고기와 비슷한 맛이 나며, 지리산 같이 더덕이 많이 나는 산 주변에는 더덕구이 식당이 많이 모여 있다. 더덕은 주로 그냥 굽거나 양념에 무쳐서 굽는 방식으로 먹는데, 인삼이나 칡과는 달리 모두가 좋아하는 무난한 밥반찬이다. 특히 철판에 구워낸 양념더덕구이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맛으로, 고기반찬이 무색할 만큼 인기가 있다.
더덕의 일반 성분은 수분 82.2%, 단백질 2.3%, 당질 4.5%, 섬유질 6.4%, 회분 1.1%, 칼슘 90mg, 인 12mg, 철 2.1mg, 비타민 B1 0.12mg, 비타민 B2 0.22mg, 니코틴산 0.8mg으로 다른 나물과 별로 차이가 없고 단지 칼슘이 많을 뿐이다. 그러나 인삼처럼 사포닌을 품고 있어 이것이 약효를 발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포닌은 과다한 콜레스테롤과 지방을 흡착, 배설하는 성분으로 건강에 유익하며 더덕에는 폐 기능을 강화하는 성분이나 호흡기 질환을 완화하는 성분도 있기 때문에 감기에도 효과가 있다. 그래서 덖은 후 더덕차로 음용하기도 한다. 《명의별록》에서도 “인삼(人蔘)·현삼(玄蔘)·단삼(丹蔘)·고삼(苦蔘)·사삼(沙蔘)을 오삼(五蔘)이라 하는데 모양이 비슷하고 약효도 비슷하다”라고 하였다. 더덕의 약효는 위·허파·비장·신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예부터 민간에서는 물을 마시고 체한 데 효과가 있으며, 음부가 가려울 때나 종기가 심할 때, 독충에 물렸을 때 가루를 내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민속약(韓國民俗藥)》에서는 거담·강장·고혈압·부인병·위냉병·해소·해열·풍열·혈변에 쓰이고, 인삼·구절초를 섞거나 꿀을 섞어 보약을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하였다.
농가에서 뿌리를 생산하기 위해 대단위로 재배하기도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도 뜰 한쪽에 심으면 특유의 더덕향이 집 안에 가득 퍼진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으나,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며 유기질은 많고 보수력이 좋으면서 배수도 잘 되는 땅에서 잘 자란다. 자연 산 더덕 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요즈음은 더덕 재배로 부족량을 메우고 있으며, 지리적 표시제로 우리나라 횡성군 더덕이 등록되었다.
필자는 대학졸업 후 수련을 거쳐서 서부전선의 최전방부대의 사단의무대에서 군생활을 시작하였었다. 당시 의무대 사병들이 휴가를 갈 때면 부대원들이 부대근처 야산에 널려진 야생더덕을 캐서 손질하여 정성스럽게 라면 상자에 하나 가득 씩 담아주면, 휴가가 끝난 후 복귀하는 사병들은 떡을 한 상자씩 들고 와서 내무반 전 사병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것이 부대의 전통(?) 같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 때만 해도 기지촌 주위에 넘쳐나는(?) 부대찌개 같은 얕은 맛(?)에 빠져서 정작 몸에 좋다는 더덕은 거들 떠 보지도 못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기 짝이 없다.
http://www.chihak.co.kr/news/17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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