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전문관리료’ 별도 수가 분리 2016년 8월 감염예방관리료 신설
치과는 의료과와 비교해서 호흡기 감염에 매우 취약한 특성 강조돼
이 재 욱
대구치과의사회 총무이사
2020년 1월 20일 국내에 신종감염병 환자가 처음 등장했다. 바로 코로나-19 감염증 국내 첫 발병이었다. 외국발 뉴스는 들어오던 터라 ‘조심하면 되지,’, ‘독한 감기 같은 거 아냐?’ 하던 그 질병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멈추어 있게 해버렸다. 2023년 5월 세계보건기구는 공식적인 엔데믹을 선언하였으나 그간의 경기침체, 환율과 금리의 변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며 우리의 삶을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 짓게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많은 전문가가 앞으로 코로나와 같은 전 지구적 감염증이 다시 올 수가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정말로 무엇을 해야만 한다.
과거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어본 바 있다. 당시 5월에서 7월까지 약 2개월에 걸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보자면 해프닝같은 사건이었다. 4년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금세 마무리된 것 같지만 당시에는 초기 부실한 대응, 감염관리 매뉴얼의 부재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그해 10월 의료 관련 감염 협의체가 구성되어 향후 계획상 단기/중장기 과제의 하나로 ‘감염전문관리료’를 별도 수가로 분리 신설하는 안이 논의되었고 이듬해 8월 감염예방관리료가 신설, 9월 1일부터 적용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매 순간 외양간을 돌볼 수도 없는 노릇이거니와 이미 엎질러진 물에 외양간을 고치는 노력이라도 들여야 함이 마땅하리라.
하지만 감염예방관리료 수가는 환자 1명당 1일 입원에 대하여 지급되는 형태이다. 입원 병상을 가지는 병/의원급에 적용된다는 이야기다. 규모와 상관없이 치과 의료기관은 배제되어 있었다. 물론 2021년 제27차 건강보험정책심의 위원회에서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감염예방관리료 산정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확대 적용하면서 치과병원이 포함되기는 하였으나 치과의원은 현재까지 해당 사항이 없다. 치과의원에서의 감염관리는 치과 의료기관 운영에 있어서 기본적인 내용이라서?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평가하는 것인가? 병/의원, 치과병원과 비교해 치과의원에서의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낮아서인가?
치과는 다른 의료과와 비교해서 호흡기 감염에 매우 취약한 특성이 있다. 호흡기 질환을 주로 보는 내과나 이비인후과보다도 더 취약한 것 같다. 2020년 코로나 초기 대구로 가보자. 17번 확진자는 열차로 서울에서 대구로 이동했으며, 택시를 타고 본가로 이동했으며 며칠을 머물다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그 누구에게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았다. 그는 이동과정과 본가에 머무르는 며칠의 시간 동안 잠시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개인 방호 도구로서는 물론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의 역할을 보여준 단편적인 사례이리라. 그러나 불행히는 치과의사는 마스크를 쓴 환자의 치료를 할 수가 없다. 잠시 마스크를 내려 입 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진료를 할 수 있는 환자는 하루에, 아닌 한 달에 열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거기다 환자의 타액/혈액을 직접 만져야 하는 진료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그것들이 비말의 형태가 되어 진료실 안에 날린다. 이보다 더 험난한 감염경로가 존재하는 과가 있을까?
물론 방역복을 갖추고 페이스실드, 마스크, 수술용 모자, 장갑 등의 개인 장구를 충분히 갖추고 진료에 임한다면 의료진은 충분히 감염으로부터 보호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혹시 모른 감염이 있는 환자의 타액/혈액이 섞인 비말이 공중에 있을 진료실에 들어올 다른 환자의 사정은 다를지 모르겠다. 비말이 날리지 않게 진료했더라도 마스크를 벗은 채 오랫동안 머물렀던 공간임은 분명하다. 치과 의료기관에서의 감염 예방은 환자 안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의료 관련 감염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환경이 개선되어야 하고 의료기관에 머물거나 방문하는 모든 이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감염관리라고 볼 수 있으며, 적절한 인력, 적절한 시설이나 설비, 각종 소모품이 필요하다. 크고 작은 자원/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본이라고 치부하고 말 정도의 인적/물적 자원의 양이 아니다. 코로나 시절에야 급한 대로 개인의 주머니에서 페이스실드를 구매하고, 마스크를 쟁여두었으며, 방역업체를 불러 소독을 시행하였겠지만 엔데믹이 선언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감염관리가 점차 소홀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방법을 몰랐다면 2020년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개발/배포한 치과감염관리 표준정책 매뉴얼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기존의 외국 지침을 번역한 것에 불과하던 매뉴얼을 치과 병/의원 규모별, 대상별로 우리나라 치과 의료 현실을 반영하여 개선하였다는 점에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 치과 의료기관 선에서 감염관리의 방법적인 면만을 강조하며 치과감염관리 시스템을 운영해나갈 것인가?
메르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한 지금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가 개인적인 단계에서부터 지역사회단계, 국가적 수준까지 유기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호흡기 감염경로의 최전선에 있는 치과의 감염 예방, 관리가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은 수가를 제시하면 될 일이다. 이미 2020년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 제16호 이슈 리포트를 통해 ‘치과감염관리 원가 계산’ 연구 결과 요약본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신호성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 1인당 약 6,000원 정도의 원가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꼭 이것을 따라 수가를 책정해달라는 것은 아니나 환자 1인당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하니 이에 대한 대가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것이다.
치과 감염관리 수가가 혹여 신설되지 않더라도 치과 의료기관들은 철저한 감염관리를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다행히 해당 수가가 신설되더라도 부당/허위 청구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 또한 없어야 할 것이다. 수가 신설 여부를 떠나 부실한 감염관리의 일차적 책임은 마땅히 의료기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염관리를 위한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 없이 책임과 부담까지 떠안기는 것은 철저한 감염관리를 위한 적절한 제도적 방안은 아닐 것이다. 행위가 있는 곳에 수가가 있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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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관리 전반에 관한 대구치과의사회 관계자 회의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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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예스덱스때 임플란트와 상악동 감염관리 발표 장면. |
http://www.chihak.co.kr/news/18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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