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분비 원활하게 하고 당뇨 예방 장내 유산균 증식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간장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짠맛이 나는 흑갈색 액체 장으로, 콩을 소금물에 발효시켜 만든다. 장 또는 장유라고도 부른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기본양념으로 짠맛·단맛·감칠맛 등이 복합된 독특한 맛과 함께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콩 이외에도 다른 곡식이 들어가기도 하며, 발효에 누룩곰팡이 또는 간장누룩곰팡이가 이용된다.
간장은 농도에 따라 진간장·중간장·묽은간장으로 나누어, 음식에 따라 쓰이는 용도가 각기 다르다. 담근 햇수가 1∼2년 정도되는 묽은간장은 국을 끓이는 데 쓰이고, 중간장은 찌개나 나물을 무치는 데 쓰이고, 담근 햇수가 5년 이상 되어 오래된 진간장은 달고 가무스름하여 약식이나 전복초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고대 중국 황실의 장은 고기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 만들었는데, 민간에 전해지면서 고기 대신 콩을 사용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된장, 간장이 섞인 걸쭉한 두장을 담가 먹다가, 삼국시대에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기술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예부터 간장 담그는 일은 가정의 중요한 연중행사로 여겨, 메주만들기·메주띄우기·장담그기·장뜨기 등의 행사가 초겨울부터 이듬해 초여름까지 계속되었다. 간장 맛이 좋아야 음식 맛을 낼 수 있다 하여, 장을 담글 때는 반드시 길일을 택하고 부정을 금하였으며, 재료의 선정 때는 물론이고 저장 중의 관리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간장은 부종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기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하여 《구황촬요》·《구황절요》 등 구황식품서에도 콩 대용으로 콩잎을 이용한 흉년기의 장제조법을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불길한 일이 생길 징조라 하였다. 그래서 장을 담그려면 우선 택일을 하고 고사를 지냈다. 우리는 철따라 장 담그는 것을 주부의 가장 중요한 일로 알았으며, 그러한 정성을 다함으로써 우리 고유의 맛이 생겨나고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간장은 쌀을 위주로 한 주식의 섭취만으론 부족한 아미노산을 채워주는 기능을 한다. 메티오닌이라는 성분은 필수아미노산 중 하나로 간의 해독작용, 알코올 및 니코틴 해독을 도와 혈액을 맑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비타민의 체내 합성을 활성화, 촉진시켜 칼슘과 인의 대사조절로 치아, 뼈관절 조직을 단단하게 한다. 이외에도 간장에는 리놀레산,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고혈압, 동맥경화 질환 등에 도움이 되고 있다. 간장의 주 재료가 콩이기에 콩의 레시틴 성분 역시 많이 함유돼 있다. 레시틴은 유화 기능이 우수하고 콜레스테롤 농도를 떨어트리거나 뇌 기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간과 신장의 기능 강화에도 좋다. 발효식품으로 살균 및 항암효과에도 도움이 된다. 핵산 성분은 면역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데 특히 묵은 간장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또한 콩으로 만든 간장은 우리 몸의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들어있지 않아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주요 단백질 제공원 역할을 할 수 있다. 간장의 색은 갈색인데 이는 간장에 들어 있는 멜라노이딘에 의한 것이다. 강한 항산화 효과가 있어서 암의 발병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를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한다. 또한 인슐린의 분비를 원활하게 해 당뇨병을 예방하며 장내 유산균을 증식시키는 역할을 한다. 철분이 과잉섭취됐을 때 체내로 결합되는 것도 방지해 준다.
그러나 간장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신장 기능이 약해지고, 대장용종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고 그 외에도 짠 맛에 익숙해지게 되므로 고혈압 등 건강을 더 해칠 수도 있다.
역사가 깊은 종가집에는 지금도 수백 년을 대대로 종부에 의해 전해오는 씨간장을 가지고 있는 댁이 많다. 씨장을 음식에 직접 사용하는 것은 제사 같은 특별한 때 뿐이고, 그 외에는 새로 담근 간장에 일정량 첨가하여 대대로 내려오는 장맛을 지키는데 이용된다. 한 예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나온 만찬 음식에는 담양 장흥 고씨 양진재 종가에서 공수한 360년 된 씨간장을 사용했다. 비싼 씨간장은 2kg에 1억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간장을 만드는 데는 재래식 방법과 개량식 방법의 두 가지가 있다. 재래식은 가을에 콩으로 메주를 쑤어 온돌에서 띄운 다음에 이듬해 봄에 햇볕에 말린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볕이 잘 드는 곳에 30∼40일 가량 두어 충분히 우린 뒤에 그 즙액만 떠내어 체로 걸러서 솥에 붓고 달여서 만든다. 소금의 농도는 18∼20％ 정도가 적당하다.
개량식은 황국균을 써서 만든 개량메주로 담그는 것이다. 개량메주는 단백질과 녹말을 가수분해시키는 힘이 강한 한 종류의 곰팡이를 번식시켜 만들므로 품질이 균일하고 감칠맛이 강하게 나타나나, 맛이 너무 단순하여 집집마다 독특한 장맛을 지니던 예전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간장은 우리 민족과 오랜 시간 같이 해온 전통이며, 삶의 지혜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사이는 생활 환경의 변화로 전통적으로 내려온 제조 방법에서 탈피하여 편의을 앞세운 양조간장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아쉽기 짝이 없다. 이러다가 우리 전통에 근간을 둔 음식 문화 자체를 잊게 될까 염려 스럽다!
http://www.chihak.co.kr/news/1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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