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치대 교수
대한예방치과학회 부회장
필자가 살고 있는 시골 전원주택 주위에 야생 고양이들이 돌아다닌다. 누가 키우다가 버렸거나 잃어버려서 산 속을 헤매다가 민가 동네로 찾아들어와 집 주위에서 노숙자들이 된 것일 게다. 새끼를 데리고 온 어미 고양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새끼가 귀엽기도 하여 가끔씩 소시지나 멸치 같은 먹이도 던져주었더니 이젠 친해져서 아예 우리 집 화단 밑에서 낮잠도 자고 사람이 곁에 와도 피하지도 않고 때 되면 먹이 달라고 보채기도 하고 애교도 부린다. 이젠 완전히 필자를 주인으로 섬기는 태도이다. 그런데 주말에만 오는 이웃집에서 한 번씩 손님들 데리고 와서 마당 잔디밭에서 고기라도 구울 테면, 모두들 그쪽으로 몰려간다. 필자가 아무리 못 가게끔 야단치고 멸치, 소시지로 달래도 지난날의 정을 매몰차게 싹둑 잘라버리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그 집에 가서 또 애교부리고 던져주는 바비큐를 얻어먹는다. 배신, 변절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서울로 되돌아간 후 또다시 내 곁으로 와서 알랑대지만, 하루정도는 나한테 얻어맞고는, 묘생이 불쌍하기도 하여 하루 이틀 굶겼다가 다시 먹이를 던져주는 것은 아마도 그 더러운 정 때문일 게다. 그런데 건너 집에 사는 노부부가 키우는 강아지는. 주인이 ‘가지마’라고 소리치면 아무리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해도 가지 않고 물끄러미 침 흘리며 쳐다보고만 있다. 기껏 주위에 가보더라도 홧김에 영역 표시나 한번 해주고는 잽싸게 자기 집으로 도망간다고 할아버지는 자랑한다. 역시 의리와 신뢰가 가는 동물이다.
변절이란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아니하고 배반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본래 가졌던 생각이나 사상이 바뀔 수 있다. 과거에 잘못 판단하였거나, 그보다 더 좋은 생각으로 정리되었기에 이를 추구할 수도 있고, 이걸 나무랄 수는 없다. 그것은 변절이나 배신이 아니라 전향, 사고의 개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표리가 있을 때이다. 사람의 앞과 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든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의리와 믿음을 그 방법과 도구로만 사용했을 때 후일 그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실망과 인간적인 불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그간 치의학과와 구강보건학과를 통하여 직종에 관계없이 치과계에 많은 대학원생들을 배출하고 석, 박사 학위를 수여하게 되었지만 게 중에는 학위 자체를 목표로 하거나, 심지어는 대학 취업을 위해 뒤로는 배신하였던 제자들도 간혹 있었다. 학위 과정 중에는 존경하는 교수님, 열정을 갖고 지도해주시는 교수님으로 말하다가도 학위수여 후 취업 시에는 필자를 밟아야 유리할 상황에 맞닥치면 ‘그 교수님은 자신의 대학생활과 명성을 위해 저희를 교육시켰을 뿐’이라는 황당한 말로 허탈하게 만들기도 한 적도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주적으로 삼고 대적을 하였음 차라리 낫을텐데 자신의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라는 표현을 쓰며 변절할 때에는 정말 인간적인 회의가 들기도 했다. 제갈공명도 자신에게 대항한 적장은 후일 살려주었지만, 적장을 배신하고 자신에게 붙은 적장의 부하는 처형해버렸다. 하기야 베드로도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했지 아니하였는가, 오히려 한번 상대방에게 갔다 온 전향한 친구는 후일 다시오면 더욱 충성과 신의를 저버리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방의 환상을 경험해 보았고, 내막과 실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현시점에서 자신의 노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새로 된 국회의원들 중 변절 문제로 논란들이 많단다. 하필이면 모두 한 대학 출신에 직능비례대표들이란다. 직능비례라면 우리나라 의료계에도 50만 회원을 가진 최대 단체도 있는데 왜 이번에는 빠져있는지 모르겠다. 흑과 백, 빨간색이면 빨강, 파란색이면 파랑 등 원색 집단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정서에 불분명한 회색이 있어 문제인가 보다. 그런데 치과계의 상징 색깔도 빨강도 아니고 파랑도 아닌 보라색이라는 게 어쩐지 거슬리기도 하다.
http://www.chihak.co.kr/news/4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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