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제거로 담백하고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맛 일품”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전 세계에서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는 146종이 알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모두 38종이 우리나라에 도래하며, 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오리류는 텃새인 흰뺨검둥오리와 원앙의 2종뿐이라고 한다.
현재 가축화된 오리는 야생의 청둥오리와 머스코비오리두 종류로 둘 다 집오리라고 부르기는 해도 이 두 종류는 상당히 다르다.
집오리는 원래 야생인 청둥오리를 중국에서 가금화한 것인데,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의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신라와 고려에도 오리가 있었고, 일본에는 3세기에 오리가 전래된 것 같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오리를 기르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오리고기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에 기름기가 많으며, 고소하면서도 누린내가 거의 없다. 사람이 섭취하는 고기들 중에서도 쉽게 선호될 수 있는 장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식재료이다. 어떤 나라에서건 최상급으로 취급되는 육류는 아니지만, 닭과 마찬가지로 오리고기를 거부하는 문화권이 없어 오리의 사육법이 보급된 나라들은 전부 고기를 섭취할 만큼 문화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골고루 인기를 끄는 고기이기도 하다.
오리고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비교하여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가장 높고, 단백질, 무기질 등이 풍부한 식품으로 성장발육 촉진 및 기력회복에 좋은 식품이다.
오리고기는 닭고기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지만 우리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은 닭고기의 절반 수준이며 대부분이 올레산, 리놀레산 및 리놀렌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체내 대사활동에 필수적인 라이신 등의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따라서 혈액순환과 심혈관계 질환에 좋고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식품이다.
오리고기에는 비타민 B1은 돼지고기에 비해 적지만 닭고기보다 2배, 쇠고기보다 4배 많은 양을 함유하고 있어 기억력을 증진시킨다. 비타민 B2는 소, 돼지, 닭보다 많고 이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우울증을 완화시켜주고 폐경기 여성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오리고기에는 칼륨, 인, 마그네슘, 칼슘, 철, 아연 등 무기질 함량이 높아 어린이 성장발육에도 도움이 된다. 주요 육류가 산성인데 반해 오리고기는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체액이 산성화되는 것을 막고 피부노화를 방지하여 탄력 있는 몸매를 유지시켜주며 콜라겐, 황산, 콘드로이틴 등의 함량이 높아 피부미용과 뼈, 관절 건강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에 따르면 우리말로 오리·올이·올히로 불렸으며, 한자로 압(鴨)이라 하였다. 압은 집오리, 부(鳧)는 물오리라고도 하였다. 《오주연문장전산고》 속의 아압변증설에는 “오리[鴨]에도 역시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집에서 기르는 것도 있고, 야생인 것도 있다”고 하였으니 오리를 넓은 의미로 쓴 예이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또한 고려의 싸움오리 이야기도 있으며 재물보와 물명고에는 집오리와 물오리 이외에 계칙·벽제·원앙도 기록되어 있다. 지봉유설에는 닭과 오리는 가축이어서 잘 날 수 없고, 그밖에 들에서 사는 새들은 모두 잘 날 수 있다는 송나라 왕규(王逵)의 말이 인용되어 있고, 《전어지》에는 여러 가지 문헌을 인용하여 집오리를 기르는 법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하였으며, 《규합총서》의 산가락(山家樂)에는 집오리의 알 안기와 새끼를 기를 때의 주의해야 할 일이 기록되어 있다.
한때는 바삭바삭한 오리 껍질을 썰어서 주는 소위 오리 구이 ‘ Peking duck’이 별미(?) 로 소문이 나서 필자도 가족과 함께 소위 유명하다는 강남의 오리구이집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바삭바삭하다는 오리 껍질로 전 가족 입맛을 충족하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맛 또한 소문난 것 같이 경천(?) 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쯤은 먹어볼만한 맛이었다.
정작 필자에게는 광주의 구 광주고속 터미널 근처 오리탕 골목의 오리탕이 그래도 입맛에 맞아서 광주 조선치대에 몸담고 있을 시절 점심을 해결하러 자주 찾았었다. 옴팍한 뚝배기에 된장을 풀어서 들깨가루를 첨가하여 토란대와 같이 끓여 나오는 오리탕 맛은 오리고기에서 나오는 특유의 기름을 제거하여 담백하고 얼큰하면서도 구수하고 느끼한 맛이 없어 일품이었다. 양도 푸짐하고 가격 또한 착하기 그지없어서 서민들의 수준으로는 제격(?)이었다. 경희치대로 직장을 옮긴 이후에는 경희대 정문 옆 ‘오리마을’의 주물럭, 탕, 훈제 오리고기와 함께 단호박의 속을 파고 거기에 훈제오리 고기를 채워서 쪄주는 훈제오리고기 호박찜 또한 별미로 학생들과 단체 회식할 때 자주 찾곤 하였다.
http://www.chihak.co.kr/news/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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