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진료계획 원하는 환자 예상과 다른 경우 많아"
"응급상황에 평소 안하는 셀프진단 처방으로 위기 모면"
정 규 범
서울덴치과 원장
야간진료로 예약한 마지막 환자분이 오시고 너무 놀란 것 같아서, 그리고 의사로서 동시에 환자로서 느끼는 감정들 정리겸 응급실 후기를 공개합니다.
의사는 원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입니다. 치과의사도 물론 그렇구요. 더구나 필자처럼, 서울덴치과처럼 컨셉을 잡은 치과라면 더합니다.
환자가 예민할 수밖에 없는 앞니치료, 다른 곳에서 실패한 신경치료의 재치료, 뽑는게 낫지 않나 싶은 치아 다시 써보기, 그냥 브릿지하거나 틀니하는게 나을 것 같은 부위 억지로 뼈만들고 잇몸 만들어서 임플란트 심기, 남들이랑 다른 치료 많이 해보고, 그만큼 힘드니까 가격을 비싸게 받고, 그러니까 환자들이 더 예민하게 - 큰돈들였으니까 그만큼 완벽하게- 반응하고… 등등 스트레스를 줄만한 요인 투성이입니다,
2019년 8월14일로 예약한 환자들 외에도 예약없이 당일 전화/전화없이 방문한 환자가 많은날이었습니다. 야간진료전에만 30여명의 환자를 헉헉대면서 치료하고…
사실 이날 PC고장/배관누수 등등 문제가 있어서 의사겸 자영업자인 정 원장이 모든 일들을 다 처리하면서 환자를 보고 있었고, 멀리서온 환자분들은 특히 한번에 완전한, 틀림없는 “정말빼야하나요? 이 치료하다가 뺄 가능성은 몇프로?”
완벽한 진료계획을 원하지만 이런저런 치료하면서 계속 지켜봐도 계획이 달라지고 예상과 다르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한번에 스윽 보고 5분 이내에 결론 내리는 것은 힘듭니다. 일단 환자 대기시간 때문에 5분~10분 내에 잠정 결론을 내리고, 그걸 말하고 나면 다시 환자는 재확인을 요구하고,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앞니환자들은 임시치아의 디자인을 기공소와 상의하고, 다시 환자에게 전달하고, “왜 내 임시치아는 블로그에서 봤던 것과 달리 구린가요?”에 대답해주고(치아삭제 후 본뜬 임시치아와, 치아삭제 전 임의 삭제하고 만드는 임시치아는 퀄리티가 다릅니다), 저녁 진료시간 6시에 끝나고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분식집에서 만두사오라 하고(직원들 것도 같이 샀는데 직원들도 지쳐서 별로 먹고 싶지 않다 했습니다. 그만큼 힘든 날), 만두 먹고 다시 PC에서 치료 끝난 환자 카카오톡으로 사진 보내주고(제가 원하면 사진 보내줄테니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엄청 바쁩니다.
금연 수차례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한 정 원장.
전자담배/아이코스를 한모금 깊숙이 빨고 다음 환자를 기다립니다(스트레스 해소를 건전한 운동으로 해결?) - 집에가면 다시 또 육아/설거지/청소를 해야 하고, 정작 저는 운동 끝나면 다시 담배핍니다-_-).
평소처럼 그냥 그렇게 하는데 갑자기 왼쪽 가슴아래를 꾸욱 누르는 느낌. 약간의 통증? 이거 설마? 얼마전에 친한 원장님이 이걸로 가셨는데….
어? 친구중에 심장내과 전문의 대학교수도 있는데, 수시로 물어보는데, 얼마 전에 이 친구도 치료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그런데 이 위치는 심장위치가 맞긴 한데, 아니겠지….
다행히 오전 오후의 미칠듯한 환자러시가 끝나고 저녁환자는 예약환자 몇 분이 취소, 아, 다행이다. 가슴은 괜찮나. 증상이 좀 계속되네. 메디컬 빌딩이지만, 오늘은 야간진료, 나말고 다른 의사선생님들은 다 퇴근하셨으니, 지인들에게 물어보다가 답변이 바로 오지는 않아서, 머리속을 스치는 제일 걱정되는 상황이다.
acute myocardial infarction. 급성심근경색 heart attack
혹시 모르니까, 내가 아는 유일한 응급상황 약,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 이러면 안되지만, 필자도 평소에 절대 하지 않는 셀프진단 처방(내 영역인 치과도 평소에는 자가진단안하고 친구 치과의사에게 진단받음), 약국에서 후딱 받아오고 일단 혀 밑에 1정 넣음. 녹아들어갈 때 혀가 쩌릿한 느낌이 이거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통기한은 많이 남았나보네. 약 5분 기다렸는데 왼쪽 가슴 누르는듯한 증상은 여전함. 5분간격으로 3알까지 먹는다 하니 한 알 더 먹어볼까, 하고 혀 밑에 넣고 기다림. 약 1분 뒤?
순간, 심박수가 미친듯이 올라가고 식은땀이 나면서 몸이 급속히 차가워지는게 느껴짐. 지금 생각하니 이게 왜 이런 증상이 생겼는지 알겠지만, 괜찮아지려나? 고민하면서 왔다갔다, 아직 지각한 예약환자 한명 남은 상황이다.
약먹는거 봤을 때만해도 실장과 직원이 농담으로 “원장님, 애도 어린데 병원 오래하셔야죠”라고 했는데….
http://www.chihak.co.kr/news/13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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