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보호자없이 환자가 걸어 들어가면 최후 순위
文케어로 빅5병원 응급환자 급증 평균 13시간 26분
정 규 범
서울덴치과 원장
2~3분 있다가 판단 내림. “병원 문닫고 119 부르세요” 119에 전화했더니, 증상을 물어봄. 필자가 대답함. “아, 기왕력은…, LDL수치 높고, sleep apnea, obesity, 지금 증상은 심장 쪽 문제구요” “환자분 지금 의식은 있나요?” “전화하는 제가 환자입니다. 치과의사이기도 하구요” “아, 지금 가는 중입니다”
휴대폰하고 신용카드만 챙기고 기다리는데 마지막 환자분 오심.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아파서 119가야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리니 환자분 당황하심. 실장이 다음 주에 예약잡고….
필자가 119 구급차를 탔더니 바로 EKG부터 찍습니다. 병원 가는동안 arrest는 안올거야, 설마…. 은평구 서울덴치과에서 가장 가까운 3차 병원, 은평성모병원으로 앰뷸런스 타고 감.
뭐, 그래도 AED 심장제세동기도 있고 급하면 CPR도 받을 수 있으니까 좀 안심. 응급실 도착. 아,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어서 서울덴치과에서 근무하는 수술복 그대로 입고 감.
그거 아십니까? 원래 응급실은 보호자없이 본인이 걸어 들어가서 접수하면 최후순위로 밀립니다. 당연합니다. 그게 무슨 응급이야….
“13시간 26분 걸립니다” 여기가 응급실 맞습니까. 文케어 뒤 빅5병원 응급환자 급증. 10일 오후 2시쯤 환자들로 붐비는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앞 전광판에 “접수부터 응급 진료 종료까지 평균 13시간 26분” “입원까지 기다리는 시간 20시간 25분”이라는 숫자가 떴다.
특히 금요일, 주말. 이런 때에 놀기 좋은 신촌/홍대에 가까운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이런데 가면, 술먹고 다친, 술먹고 위경련 난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은 바닥에 깔려있음. 이런 분들은 사실 응급이 아님, 그냥 외래로 오면 되는데 외래시간이 끝나서 응급실 실려 왔을 뿐이다.
다만 이렇게 멀쩡하게, 건장? 튼튼?해 보이는 몸으로, 나이도 40대 밖에 안된 남자들이 와도 이 한 마디면 바로 모든 의사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게 있다. 그건, Chest pain(흉통). 이거 설마 응급실에서 악용하지 마시고, 그러면 안됩니다. 만약 악용하시면 지옥가실거에요. 진짜-_-.
흉통이 중요한 이유는 스트레스 좀 많이 받는 일이에요, 담배 좀 많이 피워요, 하루 한 갑? 이런 40대 아저씨. 아까 가슴이 아파서 왔는데 지금은 괜찮네요. 했다가 심전도, EKG검사했을 때도 긴가민가, 좀 이상한거 같기도 한데, 괜찮은데? 했던 환자가 5분뒤, ARREST! CPR!! 하면서 보면 환자 얼굴이 회색으로 되고 바로 저승으로 넘어가는 것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저렇게 증상이 온 상태에서 EKG찍으면 물론 AMI로 진단나옵니다).
그래서 흉통으로 온 환자는, 일단 환자가 왔으면 괜찮아졌다고 해도 바로 보내지 않고 EKG 계속 찍어보고 안정된거 맞나 확인하고, 일단 왔으면 무조건 혈관LINE부터 잡고(주사 아픔 ㅠㅠ) 하는 이유가 언제 요단강 앞뒤로 왔다갔다 할지 몰라서, 불행히도 이럴 때 한국 아저씨 진상들은 대부분, 아파서 온건 맞는데 안아파졌는데 왜 붙잡아둬? 뭔노무 검사는 이리 많이 하고? 허걱, 한게 뭐있다고 이렇게 비싸? 보험되는거 맞아? 응급실은 원래 기본 10만원 넘습니다. 그리고 이거 다른 나라라면 수백만원-수억원 나와요. 저런 항의를 못이겨서 “니들 책임없는거 맞음”이라고 싸인하고 가도, 나가다가 심정지 오고, 그래서 문제 생기면 항의하고, 니들책임이라 하고, 환자분 분명 다 말씀드리고 동의하셨잖아요 라고 해도, 의사가 그러면 쓰나 환자가 잘 모른다고 죽을걸 알면서 그냥 보내? 라고 하는게 일상 다반사라(의료드라마에서도 많이 보죠? 의사/의대 지망하는 학생/학부모님들, 이게 현실입니다).
일단 치과의사인거 밝히고, medical history 기왕력 밝히고, 라인잡고(제가 비만이라 혈관이 잘 안보여서 3번만에 잡음. 아파잉 ㅠㅠ). 계속 EKG찍고 조금 안정되어서 주변을 살펴봄.
옆자리 할머니 그냥 느릿느릿 “내가 된장국을 좋아해서 먹었는데….” 이야기하다가 RN 간호사양반이 “어머님, 잠들지 말고 말씀 계속 하세요, 어머님?” “……” “CPR!” 아, 젠장 좀전까지 아이처럼 먹고싶은거 다 먹고싶다는 할머니였는데-_-. CPR 후 다시 의식 회복. “나 좀 전에 죽었었어?” “그거, 아시네요? 네, 큰일날뻔하셨어요” 그런데 이 건은 환자 보호자가 환자필요용품 사러 잠시 나간 10분 정도 안에 벌어진거라는거, 그 사실을 보호자(남편분)는 알지도 못하는 듯…, 일주일간 대변을 못봄, 식단 제한을 지키지 않았음, 이야기 들어보니 hyperkalemia 같은데, 싶었는데 옆자리 커튼이 “샥” 처지더니 바로 구수한 응가냄새-_-.
관장이 안되어서 일단 응가를 손으로 파내고(액팅하는 RN, MD분들 정말 고생하십니다 ㅠㅠ),
칼륨농도 낮추기 위해 항문으로 뭔가 넣는 것도 같은데? 여하튼 그러고 있는데(저도 응가냄새 참느라 힘들었음 OTL).
그 와중에 다른 곳에 있던 SUICIDE 실패 환자. 뭘 먹어서 시도했는지 모르겠는데, 상태로 봐서는 심한 독극물은 아닌듯했음. 다만 “이거 왜 드셨어요?”라는 말에 “뒤질라고, 나 왜 살려놨냐?” 죽어가면서까지 반말입니까 님아. 이런 응급실 진상은 더하구나-_-
http://www.chihak.co.kr/news/1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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