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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치매로 오랜 기간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늦은 밤 93세 일기로 운명하셨다. 처갓집 처남의 집에서 조용히 운명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마침 시골 산장에 있다가 급히 처갓집으로 올라오면서 당황해하는 처남과 집사람과 핸드폰으로 의논했다. 우선 응급으로 근처 대학병원에 연락하여 구급차를 부르라고 했더니, 직전에 운명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구급차로 사체는 운구하지 못하게 되어 있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었더니 일단 경찰에 연락해야만 한단다. 그래서 지역 경찰서에 전화했더니 30분 후 경찰이 와서 온 몸을 검시했단다. 아마 타살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검사 후 자연사로 확인했고 그 다음 절차는 사망진단서를 끊어야 한단다. 그것을 발급받기 전까지는 사체를 옮기면 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치과의사도 사망진단서를 끊을 수 있으나, 한 번도 경험이 없고, 아마도 구강외과 전공 이외는 사망진단서를 끊어본 치과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 사망진단서를 부탁할까 망설였는데, 검안한 경찰이 사망진단서 끊는 의사 군이 확보되어 있고 체계화되어 있단다. 이 한밤중에도 사망진단서를 끊으러 달려와 줄 의사라니, 은퇴한 의사분인가 했더니 의외로 오신 분이 젊은 의사였다. 사체를 다시 검안하고, 가족들에게 간략한 질문 후, 노트북을 펼치고 이미 적혀있는 예문에 필요한 추가 난과 수정만 하고는 간략히 끝냈다. 그리고 ‘다 작성했으니 내일 아침 이 은행 계좌로 30만원 입금하면 장례식장으로 이 문서 원본을 퀵 서비스로 보내준다’ 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사망진단서만 끊는 직업 의사 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소속은 서울 등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주업은 사망진단서 끊는 일이라 한다. 그 다음이 상조회사에 연락하여 운구차가 오고 장례식장도 결정되어 새벽녘에야 모두들 그쪽으로 가게 되었다. 입관 시에 직계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시간이 있는데, 평소에 필자에게 당신의 따님을 잘 부탁하시던 바람을 그간 충실히 지켜주지 못함에 대하여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장모님의 머리와 가슴에 손을 얹고 한참을 죄스런 마음으로 빌었다. 장모님께 ‘마음의 빚’을 지었다는 생각에 그저 죄송할 따름이었다. 이젠 장모님께 ‘영원한 평화와 휴식’을 기원드렸다. 그런데 장례식이 끝난 날 뉴스에, 내가 장례 치르면서 고인에게 비통하게 했던 말과 똑 같은 말들이 뉴스에 나와서 적이 놀랬다. 12가지 죄목으로 국민의 공분을 산 범죄 피의자에게 “그간 마음의 빚을 졌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분은 어디 조폭 두목 밖에 없는 줄 아는데, 어쩌면 그만큼 나라를 어지럽힌 범죄 가족들을 그렇게 공공연하게 감쌀 수 있을까, 아니 감싸야 할 무슨 약점이라도 있는지 의심도 간다. 또한 좌천된 인사에게 ‘평화와 휴식을 기원 드린다’라고 문자를 보낸 어느 얄미운 권력 똘마니의 비아냥거림 이야기를 뉴스로 들으니 갑자기 내가 장모님께 마지막 기원드렸던 동일한 말에 대하여 몸이 떨리고, 부끄럽기도 했다. 장례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조문객 명단을 보았더니 처남이 다니는 직장에서 유독 많았는데 아마 처남이 장모님 이종사촌이 회장인 어느 대기업에 근무하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농담 삼아 처남에게 “당시 엄마 찬스로 그 기업에 들어간 것 아닌가”했더니 자신은 엄마 빤스도 물려받지 않았고 그 회사 조문객이 많은 것도 엄마 찬스가 아니란다. 바지를 영어로 팬츠라 하고 속내의를 팬티라 했는데 그것을 일본식 발음으로 우리가 어렸을 때는 빤스라 칭했다. 당시에는 코미디 대사로, 집 나간 아들에게 귀가를 종용하는 광고 문구로 “개똥아 아빠 빤스 줄여놓았다, 돌아와라”라고 말하며 낄낄대었던 생각도 난다. 그런데 요즈음도 아빠 빤스를 물려받아 입고 아빠 찬스를 쓰는 ‘그 집 아들’ 정치인도 있다고 한다. 그보다도 아빠 찬스를 물려주려고 무리한 사회를 진행하는 의회 정치 지도자인 그 애비가 더 흉물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장례기간 중이라 침울한 집안 분위기인데 바깥세상 이야기는 더욱 침울한 것 같다. 수많은 북한 주민이나 탈북민의 처참한 인권은 굳이 외면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자에 대한 인권 문제만 내세우다니. 춘풍이 불 때면 세상이 좀 바뀌려나, 아무튼 삼가 장모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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