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노산 풍부 불포화지방산 칼슘 철 등 무기질 함유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숭어는 숭어목 숭어과의 어류로 학명은 Mugil cep-halus(Linnaeus, 1758)이며, 숭어 새끼를 ‘모쟁이(동어)’라고 부른다.
숭어의 산란기는 10~12월이고 주 어획기간은 산란기가 끝나는 2~4월경이다. 어떤 문헌에서는 숭어의 눈까지 지방이 차서 노래진다고 했는데 이것은 숭어가 아닌 가숭어(지방에 따라서 참숭어라고도 부름) 혹은 밀치로 불리는 Mugil haematoc-heilus의 특징이다.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숭어는 이름이 많기로 유명하며, 지방별로 어림잡아도 100개가 훨씬 넘는다. 전라도 영산강변에서는 성장 과정에 따라 모쟁이→모치→무글모치→댕기리→목시락→숭어라고 불리고 강진에서는 모치→동어→모쟁이→준거리→숭어라고 부른다. 그만큼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많이 잡히는 생선이라는 뜻일 텐데 맛으로 꼽자면 영산강 하류 몽탄 주변에서 잡히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모든 진미(珍味)가 그렇듯 이곳에서 잡은 숭어와 숭어알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숭어는 귀한 약재로 쓰였으며,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의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살찌게 하며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리지 않는다”고 했고 ‘방약합편’에도 “백약(百藥)을 꺼리지 않으니 이 점을 높이 산다”고 기록했다. ‘난호어목지’에도 “숭어를 먹으면 비장에 좋고, 알을 말린 것을 건란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다”며 그 맛과 효능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숭어에는 히스티딘, 타우린, 글리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은 물론 비타민과 칼슘, 철 등 무기질 성분도 함유하고 있다.
숭어의 포획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특이한 것이 거제도 천장산이나 가덕도 해안에서 봄철에 예부터 ‘육소장망’이란 전통 어법으로 숭어를 잡는 법이 전해오고 있다. 여섯 척의 배가 좌우로 세척씩 진을 짜듯 벌리고 서 있다가 숭어 떼가 들어온다는 망수(망쟁이)의 신호가 떨어지면 빈틈없이 에워싸면서 고기를 친환경적 어법으로 잡아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숭어는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가 되고 마는데, 한 번에 많게는 2만 마리까지 건져 올린다고 한다.
숭어를 가공한 상품 중 특이한 것으로 어란이 있다. 산란기 숭어는 알집이 몸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알이 큰데, 이 알집을 터지지 않게 꺼내서 가공한 것이다. 알집을 무거운 돌로 누르고 매일 기름을 발라가며 말리는데, 만드는데 1달 이상 걸리는 등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손도 많이 가서 매우 비싼 가격에 팔리며 맛 또한 일품으로 치는 술안주꺼리이다.
숭어 맛은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서 봄과 겨울에 잡히는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심심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고 했다. 전해오는 말에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하지만, 이는 참숭어 얘기일 뿐 가숭어는 오히려 여름철에 가장 맛이 좋다. 북한의 여름철 보양식품인 대동강 숭어국은 아마도 가숭어로 만들지 않나 싶다. 평양에서는 여름철 대동강에서 숭어가 많이 잡히는 까닭에 숭어찜, 숭어회, 숭어양념장구이 등 다양한 숭어 요리를 즐겨 먹는다.
오래전 어느 해 초여름 필자의 시골 초등학교 동기회에서 동창회를 한다고 연락이 왔었다.
당시 개발되기 전의 김포 대명포구의 어느 허름한 횟집에서 숭어회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셨었다. 코흘리개 시절의 동안은 어디로 가고 이마에는 내천자 주름과 머리에는 흰 이슬이 맺힌 초로의 십여 명의 동기들이 모였었는데, “이거 좋은 거야!”를 연발하면서 옆자리의 친구는 숭어회 접시로 연신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 그 자리에 참석하셨던 필자의 졸업 당시의 담임선생님이 “자네는 이런 것 잘 먹지 않지?”하시는 말씀에 “아닙니다. 저도 좋아하고 자주 먹습니다”하면서 접시에 볼품없이 썰어진 막회급 숭어회를 몇 점 거푸 입에 털어 넣고 소주 몇 잔을 삼킨 기억이 있다. 사실 여름철의 숭어는 그리 맛이 좋지 않고 더구나 그날의 숭어회는 유별나게 흙샘새가 나서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었는데, 대학의 훈장에 대단 본인의 자격지심(?) 같은 것이 배어있는 듯한 예전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이상하리만큼 마음을 아리게 하였었다.
숭어 요리로는 숭어회, 숭어매운탕, 숭어찜, 숭어튀김 등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숭어회는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하여 봄, 가을 횟감으로는 일품이다. 그리고 숭어회를 오래도록 두고 먹으려면 숭어포를 떠서 알루미늄 랩에 한 겹 싼 후 냉동실에 넣어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토막씩 들어내어 썰어 별미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