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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7/11  치학신문
시사칼럼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1960년대 무렵 경상도에서 교사였던 어머님의 뒷배경으로 거주지 학구제에 반하여 그 읍내에서는 좋다는 국민학교로 들어갔다. 그 후에도 공무원과 교사였던 부모님의 잦은 전근으로 여러 도시로 이사 갔을 때마다 그 지역 일류 초등학교로 전학가기 위해 부모 찬스를 써 주셨다. 아마도 후일 필자를 치과의사로 만드는데 한 부분 기여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집안에 아무도 고위공직에 나가시지 않아서 요즘같이 청문회에도 걸리지 않았고 비리에도 무관했다.
 몇 년 전 딸애가 외손녀를 명문으로 소문난 사립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으면 하고 바랬다. 소수 인원만 면접과 추첨으로 선발하는데 지원자가 많아서 보통 수십 대 일이 넘는단다. 그런데 가톨릭 재단인 그 학교가, 가족 전체가 가톨릭 신도인 자녀들만 별도 면접하여 일정 인원을 따로 뽑는데 그 비율은 높지 않다 했다. ‘우리 엄마도 성모였으면…’ 하는 딸애를 보고, 대학병원 내 교목실에서 주로 환자의 쾌유와 임종 시 종부성사를 하시는 신부님을 찾아뵈었다. 우리 가족 전체의 영세를 여쭈었더니 일 년간 매주 교리공부를 하라고 했다. 그해 연말까지 식구 모두 정규 신도 자격을 따야 손녀 입시에 응시할 수 있으며, 그 후엔 아무 소용이 없다며, 사실을 솔직히 말하고 좀 속성 반으로 할 수는 없냐고 물었더니 “주님은 꼭 다 갖춘 자만 받아들이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자는 가까이 오라고 하신다”면서 몇 달간 주말마다 식구들 모두가 교리공부에 함께 참석하여, 비록 보수교육 시간과 날짜는 상당히 미달되었어도 그해 크리스마스 날 집안 식구 모두에게 세례를 주었다. 할배 찬스를 쓴 것이다. 그런데 입학 서류를 제출하니, 열심히 교회 공부했다는 견진성사라는 증명을 떼어 오란다. 무언지 모르고 식구들이 또 몇 주간 대리출석도 하며 재미없는 강연을 졸면서 듣고는 겨우 수료했는데, 견진성사를 수여할 주교님이 대통령과 동행하여 바티칸에 교황 알현하러 가시기에 견진행사를 몇 달 후에 한단다. 이 소식을 듣고 마지막 견진강연 듣는 날 신도들이 주교님과 사진 찍는 것을 본 외손녀가 자기도 저분과 사진 찍어 서류대신 학교에 내겠다며, 남의 가족들과 사진 찍는 속에 막무가내로 뛰어가서 끼어들어 함께 사진 찍었고 뒤늦게 내가 가서 그 집 식구들에 사과하고, ‘애가 원하니 그 사진 좀 제 핸드폰으로 보내 달라’ 해서 사진을 전송받아 그것으로 프린트하여 견진 교육 받은 증명서 대신 제출하여 겨우 응시 자격을 얻었다. 며칠 후 입학허가 받아 요즈음 그 학교에 자긍심을 갖고 잘 다니고 있다. 찬스 없인 살아가기도 힘든 세상 같다.
 코로나19로 모든 초딩학교가 집안에서 방송보고 수업 받으며 가끔 등교하여 과제물을 제출 한단다. 벌써 초딩 2학년이 된 그 외손녀가, 제출했던 글짓기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담임선생님이 문자를 보내 왔단다. 무슨 글을 썼나 보았더니 주제가 ‘용서’에 대한 글짓기였다. 지난해 1학년 때 같은 반 남자애 친구랑 사이좋게 지냈는데 어느 날 외손녀가 ‘자기도 연극 반에 들어서 자스민 공주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남자애한테 말했더니 그 남자애가 농담으로 ‘넌 뚱뚱해서 자스민 공주는 안 돼, 차라리 몸종인 지니가 맞겠다’라고 놀렸단다. 그 뒤로 스트레스 받아 그 애와 말도 안하고 멀어졌는데, 어느 날 그 아이가 눈치 보며 다가와서 ‘그 때 그렇게 말한 것 정말 잘못했다’며 진심으로 사과해서, 용서를 해 주었고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그 남자애랑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해피엔딩 스토리였다. 담임선생님은 글짓기 내용에서 외손녀의 글이 솔직하고 진정성 있다고 느껴졌기에 우수작으로 평가했다는 평을 보내왔다. 내가 보기엔 외손녀가 어려서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 것 같다 ‘남자란 절대로 진정으로 사과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인데 훗날 애가 크면 말해 줄까 한다. 그 후 학부형회에서 친하게 된 딸애의 소개로 그 아이가 치과치료를 위해, 사위 치과에 오게 되었는데, 글짓기 내용을 읽고 난 사위가 외손녀에게 “너를 놀렸다던 고 녀석이 치과 오면 아프게 치료 해줄까?”라고 물었더니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란다. 외손녀는 요즘 힘 있는 집안 젊은이들이 입시, 출세, 의원 입후보, 취업, 군 휴가 등에 잘 사용한다는 아빠 엄마 찬스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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