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부터 블루마운틴 원두까지 의사생활 달래 주던 커피
까페오레 반점을 까페라테 반점으로 잘못쓴 제자 생각도 나
윤 정 훈
전) 조선대 및 원광대 치대 교수
전) 대한구강악안면병리학회장
현) 연세구강병리과치과 원장
지금은 여러 이유로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었지만, 커피를 알게 된 건 아마도 학생시절 자판기 커피가 처음일 것이다. 종이컵에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아마도 믹스커피의 원조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때는 커피 맛을 느끼기보다는 프림이나 설탕 맛의 달콤함으로 먹지 않았나 생각된다.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수련의 시절에는 병에 든 과립상 커피와 프리마 그리고 설탕이 의국에 준비되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고년차 선배들이 저년차를 부를 때 석사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박사라고 호칭하였다. 의국장이 윤박사 내 커피는 1:1:1로 타줘 라든가, 어느 선배는 1:2:1로 하면 커피: 프리마: 설탕을 작은 티스픈으로 맞춰 커피를 탔다. 그때에도 커피는 전공의 생활의 피곤함을 달래주는 용도 임에 틀림 없었다.
초창기 교수시절에 커피를 즐겨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왜 그런지 몰라도 비오는 날 따쓰한 원두커피를 좋아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아마도 그때부터 진한 불루마운틴 원두향이 콧 내음을 자극하면 정신도 말끔해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렇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부드러운 향을 즐기기 위해 우유를 섞은 카페라테를 많이들 좋아한다. 카페라테나 카페오레 모두 이름 그대로 우유를 첨가한 커피이다. 카페라테는 진하게 추출한 에스프레소 샷에 뜨겁게 데운 우유를 풍부하게 부어 만드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커피이다. 카페오레는 프랑스어로 우유를 넣은 커피로 뜨거운 우유를 첨가한 커피의 한 종류다. 그러므로 카페라테나 카페오레 모두 그 기본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병리학에서 연한 갈색반점을 카페라테 반점이라 하지 않고 카페오레 반점이라 부른다. 카페오레 반점은 피부나 구강점막에 나타나는 갈색의 평평한 반점으로 멜라닌 색소의 과잉 생산으로 발생하는 밀크커피 반점이다. 대부분은 출생 시 또는 출생 직후에 나타나는 선천적인 반점이며, 건강한 성인의 10~2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편이다. 크기와 모양은 다양하며, 주로 몸통, 팔, 다리 등에 하나 또는 여러 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매우 드문 질환에서 카페오레 반점이 보이기 때문에 병리학에서는 자주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온몸에 여러개의 신경성 종양이 생기는 신경섬유종증이고 또 다른 하나는 뼈와 내분비장애를 동반하는 맥쿤-알브라이트 증후군이다. 이 두 질환은 매우 드문 유전성 또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에게는 병리학 왕족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경섬유종증 환자에서 보이는 반점은 경계선이 매우 선명하고 매끄럽다. 그래서 마치 ‘캘리포니아 해안선’과 비슷하다고 한다. 반면 맥쿤-알브라이트 증후군은 경계가 불규칙하고 톱니 모양인 ‘메인 해안’ 모양의 반점이라고 한다. 치대 학생들은 병리학이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병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 이름을 병명으로 표기한 경우가 많고, 질병의 증후에 다른 사물에 대한 명칭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물론 기초와 임상의 영역을 넘나들다 보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교수시절에 한 학생이 복도를 지나가던 나에게 상품화된 카페라테 한 병을 건네주면서 교수님 할 말이 있다고 말을 걸었다. “지난번 시험에 카페오레 반점을 카페라테 반점으로 썼는데 맞게 해주실 건가요?”라고 쭈볏대며 말을 건냈다. “뭐 카페라테나 카페오레 모두 그 기본은 같으니 맞을 수 있겠지”라고 하였더니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나는 낸 적이 없는데” 하였더니 금새 얼굴색이 변하였다. 수십 년 전 그 학생은 지금은 아마도 멋지고 중후한 중년의 치과의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보고싶다!
http://www.chihak.co.kr/news/20756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