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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1/16  치학신문
‘아미그달라’ 속의 치과
릴레이수필

불쾌감과 공포 느끼게하는 뇌영역의 하나 아미그달라

 

심화진료로 적극적인 설명과 깊이 이해시켜야 할 과제

 

 

 


 김용호

 

 서울중구치과의사회 고문

 

 

 

 

 

 

 인류 역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의 하나인 홀로코스트의 주범,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무서워했던 존재가 자신의 치과주치의 ‘요하네스 블라쉬케’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치과치료를 너무나도 두려워하던 히틀러가 “내 치과의사가 차라리 유대인이면 좋았겠다”라는 말을 주변에 하거나, 심지어 일부러 먼 곳으로 출장 스케줄을 잡아가며 치과치료를 피한 행태를 보인 적도 있다고 한다. 한 시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가 일개 치과의사를 그토록 무서워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언젠가 오바마 前미국대통령이 어디선가 무슨 연설 중에 “…는 정말, 치과가기보다 싫은 일입니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일화를 미루어보아도 사람들의 치과진료에 대한 공포와 혐오는 동서고금을 두고 공통적인가보다. 꼭 이런 역사적인 인물들의 일화가 아니더라도 대중의 감성을 담아낸다는 영화 속에서도 치과의사는 예외없이 네거티브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예컨대 연말연시 TV단골메뉴로 방영되던 ‘미스터빈’ 단편시리즈 중 한 편을 보면 치과에 방문하여 치료받던 주인공이 치과의사를 실신시키고 앞에 놓인 파노라마 방사선사진을 보며 스스로 핸드피스를 잡고 자기치아를 치료하다가 상하좌우가 분간이 되지 않아 이 치아 저 치아를 마구 갈아내고 나서는 의식이 돌아온 치과의사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에이프런을 벗어던지고 씩씩하게 걸어나간다. 웃자고 만든 희극을 나무라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치과치료경험과 관련된 불쾌한 기억들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만들려는 작가의 의도 속에 치과는 결코 쾌적한 곳이 아니라는 암시적 설정과 묘사가 엄연히 존재한다. 많이들 보셨을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도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상황의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서 4년을 살아남아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에게 생존 소식이 없어 재혼한 아내의 새 남편이 다름 아닌 주인공을 치료하던 치과의사라는 사실로 설정한다.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된 긴박한 조난과정과 긴 시간에 걸친 여러 사건들의 사실적 묘사를 통해 주인공과 공감하고 감정이입이 완료된  관객들에게,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겪는 상실감과 허탈감을 주는 역할에 치과의사를 설정하여 귀환이 귀환이 아닌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하였으되, 여기서도 치과의사는 관객들이 바라는 해피엔딩에 도움을 주는 소위 ‘아군’의 역할은 절대 아니다. 대중의 보편적 감정을 읽고 고조된 긴장감과 그 해소를 위해 작가에게 필요하여 선택된 ‘희생양’은 여기서도 치과의사였다. 그 외에도 영화 ‘닥터봉’, ‘굿럭척’,‘주라기공원2’, ‘수퍼배드’ 등과 많은 작품들에서도 치과의사는 시간 많고 돈 많은, 경박스러운 한량이나, 돈을 많이 벌어 근심 없이 사는 계층으로 노골적 묘사의 대상이 되는 걸 보면, 분명 작가나 감독은 ‘대중들은 치과의사를 내 편이나 서로 돕는 협력자적 대상으로는 느낀지 않음’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신체 각 영역에서 들어오는 감각신호들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 중 불쾌감이나 공포를 느끼게 되는 주된 뇌영역의 하나가 아미그달라(Amy gdala, 편도체)라고 한다. 아미그달라는 감각, 정서적 정보들의 통합영역인 변연계의 일부로 뇌하수체 뒤 양쪽 옆으로 자리잡고 있는 엄지손톱만 한 구조물로 주로 불쾌, 슬픔, 증오, 공포 등과 같이 negative한 신호들에 대한 학습과 반응에 관여한다고 한다. 약 5세까지 발달하고 위와같은 생존본능과 관련된 원시적 감정들을 담당하는 이 부분의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한 신호들의 반대가 되는 쾌적, 기쁨, 호감 등과 같은 positive한 신호들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부분이 아미그달라가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치과에 대한 느낌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치과는 아프고 힘들고 무섭기만 하지 절대로 기분 좋을 일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환자들의 치과에 대한 생각과 아미그달라의 기능은 참 유사하다. 생명의 유지라는 주제들인 식욕, 성욕, 수면욕, 배설욕 등의 프로세싱은 변연계 영역에서 발생하는 정서적인 반응과 혼재하며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심지어 관련 정신과적 질환들과도 개연성을 가지고 증상을 발현시킨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고 느끼는 수준이 다른 여러가지 스트레스들 중, 치과진료는 환자의 생명유지를 관장하는 영역(식욕, 치아에 내재된 공격성, 위협에 대한 자기방어 등)을 불가피하게 자극하게 된다는 정신과적 연구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치과환자는 누구나 그 정도만 다를 뿐, 그들 앞에 놓인 치과진료는 생명의 위협과 공포를 느끼는 수준의 경험이 아닐 수 없다고 이해된다.
 우리가 환자들이 느끼는 위협과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 고양이 앞에서도 태연자약한 쥐를 실험적으로 만들냈었다는 편도체 제거술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면, 변연계 상방에 자리한 환자의 대뇌피질에 안전과 신뢰의 모습으로 반복적으로 학습된 치과의사가 되는 게 유일한 방법일 듯하다. 우리 치과의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정성껏 치료하며 환자의 건강증진과 생명유지에 기여하고자 애써 매진하는지 환자들이 모를 리 없겠지만, 그들이 느끼며 형성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좋지 않은 양상으로 작동하는 지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깊이 이해시켜주어야 할 과제이며 더 노력해야할 심화진료의 일부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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