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5번 실시 드러난 문제점 개선하고 소송전 없애야
지연 학연 앞서 후보의 역량과 정책 현실성 면밀히 검토
이 창 주
충남치과의사회 회장
지난 2023년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충남치과의사회는 치협 회장단 선거에서 직선제 도입 후 지금까지 그 취지에 맞지 않게 여러 잡음과 부작용이 발생했던 것에 대하여 현재까지 치러진 직선제 선거 방식을 고찰하고, 선거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고 직선제를 간선제로 다시 바꾸는 논의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치협회장 선거 방식 개선의 건을 일반 의안으로 상정하였었다.
필자는 2008년부터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참여해 왔다. 2008년 당시 최연소 대의원으로서 충남 천안에 오신 두 치협회장 후보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던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선거 무효로 인한 재선거와 갑작스런 치협회장님의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를 포함해 총 8번 선거에서 투표를 했다. 대의원 선거를 2번, 선거인단제 선거 1번, 직선제에 의한 선거를 5번 하였다.
오랜 기간 투표를 한 경험을 토대로 협회장 선거가 치과계 내부 분열의 원인이 왜 되었는가 하는 의견을 먼저 말씀드린다.
2016년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직선제가 통과된 후 모대의원은 직선제 실시를 기점으로 치협회장 선거가 치과계의 축제가 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전현직간, 동문회간, 지역간, 세력간의 갈등이 없는 선거문화가 정착되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결과적으로 그것은 바램이었을 뿐, 2017년 직선제 선거 이후에 협회 선거에 관련한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내부 분열만 극도로 심해졌다.
그렇다면 직선제 이후 기대와 달리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직선제에서 중우정치, 포퓰리즘이 더 심하게 나타남에 기인한다고 보는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는 최고 지성의 치과의사 집단이지만 일반 회원들은 회무에 관심이 없고 선거 때 출마한 후보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게 현실이다. 회무를 잘 아는 대의원들이 선거를 했을 때에는 출마한 후보가 어느 길을 걸어 왔는지 대략은 알았고 후보들도 대의원들을 직접 만나 본인의 회무철학과 협회의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직선제 후에는 후보들은 전체 회원들의 표심에 호소해야하는 전략으로 바뀌어지면서 필자가 봤을 때는 일반회원들은 잘 알 수 없는 현실성 부족한 공약도 더 보여졌고 특히 직선제 선거에서 표를 얻기 쉬운 방법인 마타도어도 나옴으로서 이에 후보 간의 골이 깊어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이 현재 치과계 상황을 만들었다는게 중론이다.
또 치협은 타 보건의약단체와 달리 항상 결선투표를 진행하는데 간선제나 선거인단제 당시에는 1차 투표 이후, 바로 2차 투표가 가능했지만, 직선제로 바뀌고부터는 문자 발송 및 우편 수령에 시간이 걸려 신속하게 진행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그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생겼던 것이 소송전으로 가는 것에 일조했다고 본다.
직선제 선거를 이제 5번이나 치렀다. 선거에서의 문제점은 드러났고 이제는 반드시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더 이상 소송전은 없었으면 한다.
또한 직선제로 바뀌면서 대의원 역할이 예전보다 줄어드니 분회에서 임원을 하려는 회원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협회 구성의 기본인 분회가 어려워지면 나중에 지부나 치협 역시 비슷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는 만큼 분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인 고민도 필요할 때이다.
협회에서는 정관 및 규정 재·개정특별위원회 회의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공청회도 한다고 하니 이제 제도를 수정 보완하여 치과계 내부 분열을 끝내고 치과계를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선을 기대해보면서 우리 치과의사들 모두께 조언 말씀 드린다.
필자가 직선제 이후의 문제점에 관해 지적했지만 직선제의 병폐만을 보고 간선제로 회귀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치과 회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직선제는 시대의 부름이며 2024년도의 정도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는 직선제 문화 형성이 아닐까 한다.
공고한 직선제를 위해서는 우선 첫 번째로, 회원 및 후보자 모두의 관용(tolerance)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어도 같은 상황이 되어야 한다. 필자의 나이브한 마인드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출마하는 후보 및 임원진은 없다고 본다. 모두 좀 더 나은 진료환경 형성을 위한 포부와 꿈이 있으며, 이를 실행할 구체적 플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관계 협의체 관련 일 또한 녹록치 않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차선책을 모색하기도 하고 그 과정 중에 최선을 선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적 실수에 대해 무결을 주장하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 산적한 이 의료 정책 환경에서 최선일지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 조금 더 서로 믿어주고 힘을 실어주면 안될까? 치과계의 약한 담합력으로 덕을 보는 세력이 누구인지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모두 더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고 지지해 주었으면 한다.
두 번째로, 치과계 직선제 성공의 열쇠는 회원의 관심이다. 지연, 학연 및 친분 관계에 의해 투표할 뿐 생업에 바빠 막상 각 후보의 역량 및 정책의 현실성에 대해서 면면히 살펴보기는 어려운 회원이 많다. 이는 필자도 치과의사협회 일을 하기 전에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들여 각 후보의 공약 및 이의 현실성을 살펴보고, 이에 기반하여 투표를 한다면 우리 모두 당선된 후보의 avid fan(열렬한 팬)이자 constructive critic(건설적 비판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일반 회원의 지지와 비판을 통해서 더욱 건강하고 힘 있는 치과의사협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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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의원들만의 투표로 치협회장이 뽑힌 간선제가 70여년간 이어왔다. (사진은 대의원 간선제의 마지막인 2011년 총회에서 투표함이 개봉되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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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 1500여명을 대표하는 선거인단제가 2014년 1회에 걸쳐 실시됐다. (사진은 2014년 선거인단제에서 뽑힌 최남섭 당선인이 환호하는 광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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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와 같은 직선제가 2017년 부터 시행되고있지만 지금까지 3번의 직선제 모두가 선거소송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첫 직선제에서 당선된 김철수 회장당선인의 모습) |
http://www.chihak.co.kr/news/18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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