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흥 우
李興雨齒科 院長, 哲博
김민전 의원은 7월 18일, 논란이 많은 사전투표제를 폐지하여 부재자투표로 대체하고 투표함을 옮기지 않고 투표소에서 바로 개표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자신의 제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이주영 의원은 8월 30일,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제1호 법안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이 나라 좀 살렸으면 좋겠다.
숫자 2000명이 7달 동안 나라의 화두다. 올 2월 복지부는 10년 후를 대비해서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OECD 평균 의사 수를 견주며 의대 증원 2000명을 급히 발표했고, 이에 전공의의 집단 사직과 의대생의 집단 휴학이 이어져 의정 갈등을 넘어 위기로 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의 사직 처리를 몇 달 미룬 채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다수 전공의는 파업이 아니라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한 사직이라며, 근거가 미약한 의대 증원에 반발해 아직 병원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일례로 소아청소년과의 필수 전문의 수는 OECD와 대비해 오히려 2.5배 많다며, 진정 필수 의료를 살리려면 우선 필수 의료의 수가를 조정하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를 한 후, 그 후 찬찬히 의대 증원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8월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의료 개혁을 위해 당장 병원 현장에 가 보라고 주문했다. 현장엔, 응급의사나 배후의 필수 진료 의사가 최근에 빠지거나 본래 없어서, 여러 병원을 지나쳐 온 119구급차 속의 응급환자가 대기 중이기도 하다. 8월 16일 국회 청문회에서 교육부 차관은 증원 근거 자료의 일부만 제시한 채, 방대한 참고 자료는 폐기하였다고 대답했다.
4.10 선거가 끝난 후 선관위는 3차 유권자 의식 조사(4.11~5.1)를 발표했다. 투표에 참여한 응답자 중 38%가 사전 투표했다고 응답했지만, 선관위가 공식 발표한 사전투표자 수는 47%였으니 9% 정도의 차이가 난다. 통계적 오차를 1~3%라 해도 6%의 비정상적 차이가 있다.
8월 27일 6200여 명의 전국 교수 모임인 ‘정교모’는 4.10 선거 결과가 과학적인 ‘통계학의 대수의 법칙’을 위반한다며, 본투표보다 10%~13% 높은 국외 부재자투표자 등의 사전투표득표율을 비교한 그래프(강원, 대구, 경북, 울산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 분포)를 예시로 제시하며 강한 ‘선거 의혹’을 성명서로 발표했다. 하긴 민주당 후보가 참여한 전국 245개 지역구 모두에서 사전투표득표율이 당일 투표득표율보다 높았던 ‘선관위의 통계 자료’도 과학을 무시한 괴이한 수치였다.
사전투표 시는 개개인의 주민증이 스캔 되어 자동으로 전산에 기록되니, 당장 근거 서버를 포렌식을 해서 확인하면 사전투표자 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들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선거 1달 후 그 기록을 폐기한다. 설마 투표자 수를 검증하지 못하게 하려고?
선관위가 아닌 일반 국민이라면, 법인은 세금계산서 등 지출 증빙서류를 정보 보존 장치에 보관하는 때도 스캔은 위조가 쉬워 원본을 5년간 보관해야 한다(법인세법 제116조 제1항).
흔하게 있는 현장 CCTV만 살펴보아도 좋겠지만, 나서서 의혹을 밝혀주기는커녕 10년간 자녀 불법 채용하면서도 대꾸도 없는 선관위다. 법대로 투표관리관의 개인 도장을 찍으라 해도 안 찍는 공무원에게 어떤 업무 명령이 떨어졌는지 아직 들은 바 없다. 선거 무효소송은 6개월 안에 해야 한다고 법에 정해 있어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법부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우리 법은 공무원에겐 적용 안 되고, 세금 내는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건가. 설마 국가공무원은 명령은 내리더라도 법은 안 지켜도 되는 건가?
업무 복귀 명령을 내고 사직의 자유를 강제로 제한해도, 7개월이 지나 막상 자기 일이 되어 응급실 앞을 헤매고서야, 우리는 2000이 과학적 수치인지 의료 개혁이라고 포장된 말인지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가. 통계가 과학적 수치이고 현장임을 우리는 언제 깨닫게 될까. 1년 후 사망률 통계를 보아야만 그동안 세계 최고의 질 높고 싼 치료를 받았음을 알게 될까. 모든 국민이 국회의원 후보로 각자 한번 나서보아야만 사전투표의 폐해를 알게 될까.
통계 수치는 바로 현장의 과학이다.
http://www.chihak.co.kr/news/1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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