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초반 자유로움 느끼지만 시간 갈수록 소외감 들기 쉬워
재정적 안정도 중요하지만 긴 세월 같이할 소일 갖기가 중요
정상주
서울치과의사회前부회장
대한치과의가협회前공보이사
필자가 1962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부속병원에서 잠시 수련을받고, 육군 군의학교에 39기로 입학하여 오랜 군복무를 마치고 1969년말 예편하였습니다.
처음 계획은 개업보다 마땅한 공직의 자리가 있으면 취업을 원했으나, 마땅한 곳이 없어서 개인 치과의원을 개설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적당한 개원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시내 여러곳을 찾아 다녀보았습니다.
서울 중심가는 명성이있는 대선배님들이 오래 전부터 자리잡고 계시는곳이라 자신이없어 둘러볼 생각도 않하고 주로 시 변두리 지역을 부지런히 찾아 다녔습니다.
하루는 돈암동(당시는 변두리지역에 속함)에 있는 어느 치과의원 간판 아래에 큼직하게 “바람으로 이가는 치과”라는 선전문이 눈에 띄어, 치과의사인 필자도 무슨말인가? 선뜻 이해가 않되다가 아~ 그게 ‘air turbine motor’를 설치했다는것을 자랑하는 광고문인것을 알고 실소(失笑)를 한 기억이납니다.
당시 일선 개업가에서는 치아삭제용 기구를 주로 저속(低速)인 ‘electric motor’를 사용하는 곳이 더 많았습니다.
얼마 후, 또 다른곳의 치과의원 간판 옆에는 ‘치과 X-선 기계 특설’ 이라는 문구를 대서특필한 곳도 보았습니다. 치과방사선 장비도 역시 당시 모든 치과의원의 필수 장비는 아니었습니다.
잠깐 70년 당시 개인 치과의원의 일반적인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겠습니다.
의원의 규모(진료실 대기실 기공실 원장실 간호사실 등)는 대개 15~20평 정도이며, 진료장비인 ‘unit & chair’가 1대. 간혹 ‘unit’가 없는 단순한 보조 ‘chair’(주로 국소마취시 대기, 보철물 부착시 이용)가 1대 정도, 겨울 난방은 연탄난로, 여름 냉방은 선풍기, 진료시에는 unit에 붙어있는 작은 선풍기 정도.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열악하고 영세한 숨기고싶은 우리 선배님들의 안쓰러운 모습입니다만, 이런 환경에서도 묵묵히 우리 국민의 구강건강을 지켜온 지켜주신 존경스런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게되었고, 필자도 이 대열의 한구석을 맡고있었다는것이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당시 우리 국민 1인당 소득액이 250불 정도를 막 넘기는 빈국에 속해있었습니다.
필자도 70년 초 첫 개업지로 비교적 한지인 성북구 수유동으로 결정하고 거의 비슷한 환경으로 개원의로서 첫걸음을 시작하여 열심히 진료생활을 하다가 6년 후에 장소가 협소함을 느껴 확장을 하려했으나 현지 사정이 여유치못해 주저하고있던 차 서울 도시계획인 한강개발의 중심지 강남구 잠실동으로 이전을 하게되고 이곳에서 34년을 진료생활과 아울러 치과계의 폭넓은 봉사활동 등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만 70세가 되는 2009년말, 개원의 생활 총 39년을 마무리하는 은퇴를 하였고, 또 16년 긴 세월이 지났습니다.
화살 속도보다 빠른것같은 세월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은퇴 후 1~ 2년은 그간에 너무 판에 박힌 규칙생활에 매여있다가 해방이나 된것같이 자유스럽고 모든면에 여유가 많아 홀가분하고 느긋한 생활을 즐겼고, 치과계 각종 대소 모임에도 특히 필자가 심혈을 기울여 활성화시킨 모임에는 은퇴자라는 의식을 전혀 느끼지않고 반드시 참석하는 열의가 있었으나, 그도 한 7~8년을 지나니 참석자간의 연령 폭이 많이 넓어지게되고 함께 어울리던 선배들이 하나 둘 불참하니, 자연히 필자가 그 모임에 최고령자, 최고참 선배가 되었고 점점 저의 참석이 분위기를 오히려 어색하게 만드는 것 같아 자연히 피하게 되더군요.
요즘은 동기생 모임, 원로들만의 모임에는 열심히 참석했는데, 이 모임들도 인원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자동으로 해산되는 모임도 많이 있습니다.
필자의 70세 은퇴가 당시에는 별로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요즘은 80후반에도 왕성하게 현직에서 활동하고 계신분이 주위에 많이 계시고, 또한 앞으로의 전망도 AI의 진료면 활용이 넓어짐에 따라, 진료의 정확도와 용이도가 높아지게될것이니 굳이 서둘러 은퇴를 않해도 될것이라 생각이듭니다.
더욱이 앞으로의 기대수명이 더 많이 늘어날텐데.
주변의 많은 은퇴자들의 공통적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퇴하여 차차 모임의 횟수나 사회활동이 극히 제한이되고 어울리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고,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보니 “너무 심심하고 하루가 지겹다” “너무 외롭다” “소외감을 느낀다” 등 이다.
다수가 은퇴 후의 준비는 단순하게 ‘재정적 안정’으로 만을 생각하는데, 은퇴 후 긴 세월을 지내야할 자신의 소일할 계획도 미리 대충 준비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예비 은퇴자들에게 몇마디 경험적 조언을 제목만 간단하게 열거해 보겠습니다.
은퇴 후 한 20~25년의 긴 세월에서 외로움, 소외감 등을 줄이는 방법 중에는
1) 무엇보다 첫째가 ‘건강’ 잘 챙기기.
(건강을 잃으면 모든것을 잃는것임. 꾸준히 건강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말것)
2) 종교를 갖을것.
(신앙생활은 정신적 안정에 절대적임)
3) 마음을 서로 주고 받을 수있는 친구가 한두명 있을것.
4) 나에게 맞는 취미생활을 은퇴 직전부터 시작할것.
(미술.음악.촬영.독서 등 좋은 취미생활은 지루하지 않게 즐기며 나만의 시간을 보낼수 있음)
5) 내가 아직 할수있는 범위의 봉사활동을 찾아서 자진 참여.
6) 주위에 국가에서 시니어복지 차원으로 운영하는 ‘시니어클럽’ ‘복지관’ 등에 참여하여 이웃과 어울리기.
물론 사람의 타고난 성품에 따라 가능 여부가 결정될 수있겠으나, 모든것은 처음이 서먹서먹하고 어색하다가 잠시 후 부터는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으리라 믿고 권해드립니다.
필자도 위 6가지 중 4가지는 적극 참여하고 있고, 특히 4번째 취미생활로 평소 좋아하던 미술(그림)을 은퇴 직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시간이 있을때는 붓을들고 나만의 희열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으며, 지금도 시작을 참 잘했다 생각하고있으며, 붓을 들수있는 힘이 있을때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두서없는 저의 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www.chihak.co.kr/news/2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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