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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12/27  치학신문
나이 들어 골프 치며 친구 보는 즐거움
릴레이수필

세월 무더기로 지난 후 다시 만나는 학교 동창들 즐거워

 

“아니야, 아직 돌멩이를 던지지 마! 아직 준비가 덜 됐어”

 

 

 이 흥 우

 

 인천  이흥우치과 원장

 

 

 

 

 

 

 

 등산이나 걷기, 탁구 등 취미로 하는 운동이 여럿 있겠지만, 필자는 요즘 운동도 할 겸 친구도 볼 겸 골프장에 간다. 30여 년 전, 골프를 배운다고 한두 달 시늉만 내고 중단했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학 동창들과 어울려 뒤늦게 골프를 친다.
 그렇다고 연습장에 열심히 다니거나 기본기를 따로 코치 받는 등 운동에 푹 빠진 것도 아니니, 스윙 자세도 엉망이고 점수도 기껏해야 백 타 주변이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필드에 즐겁게 나가는 이유는, 단지 20~30년 세월이 무더기로 지난 후 다시 만나는 대학 동창들 때문이다. 한 30여 년, 각자 병원에서, 사회에서, 환자 보느라 집안 챙기느라 정신없이 세월이 갔겠지만, 중간 세월을 건너뛰고 서로 만나니, 무엇보다 학교 때의 청춘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기분으로나마 또 한 번 그때 생을 반추할 수 있어 좋다. 물론 서울 사는 동창들끼리야 서로 자주 만났었겠지만, 지역에 사는 필자로서는, 게다가 젊어 다른 사회활동을 한다며 치과 밖 세상을 기웃거렸던 필자로서는, 잘 보지 못하던 그들을 다시 만나는 게 기쁘고도 또 한편 생경한 일이기도 했다.
 죽마고우 같은 절친이 20여 년 진행해 오던 골프회에 어부지리로 필자를 초대해 준 것이 계기가 되었지만, 사실 헛스윙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왕초보를 대학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바라봐 주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터이니, 알 게 모르게 필자가 그들에게 민폐 끼친 것도 많았을 것이다. 골프 규칙이나 골프 예절, 골프 옷에 대해서도 무지한 필자가, 개의치 않고 골프채를 휘두르며 서투른 게임을 하였으니, 준프로인 그들로서는 동창이라서 봐 주었지만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그들도 추억의 되새김으로 보상이 되었을까?
 어떤 친구는 필자가 큰 골프 가방이 없어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줄 알고 필자에게 “골프 백이 하나 남는 게 있는 데 줄까?” 하며 조심스레 얘기를 건네기도 했고(필자는 큰 게 무거워서 골프채 몇 개를 빼두느라 일부러 하프백을 들고 다녔는데), 또 어설프게 입은 옷이 거슬렸는지 한 친구는 골프는 예의가 전부라서 옷과 모자를 아무거나 입고 쓰는 게 아니라고 정색하며 일침을 가해 난생처음 골프용 옷가게를 혼자 들러보기도 했다(난 그런 게 예의까지인 줄 정말 몰랐다).
 혹, 나름 골프 치는 걸 상류층의 허세처럼 여기던 젊은 날의 치기가 아직 잠재의식 속에 남아서였을까? 지금 나이 들어 생각해보면, 사실 이거나 저거나 모든 것의 극단, 안과 밖은 다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치과계 밖을 돌다 돌아와도 오히려 치과계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워낙 무심한 데가 많아 요즘도 아내로부터 ‘불 좀 끄고 다녀라, 신문 보곤 좀 접어서 놔 달라, 젖은 수건 좀 펴서 걸어라’라는 둥 잔소리를 자주 듣는 데, 옛 동창 친구들의 구수한 핀잔이야(그것도 자연을 함께 노닐며 듣는 데) 못들을 게 뭐 있겠는가!
 어쨌든 이런 나를 같은 팀에 끼워주는 조는 골프 선생이 셋이 되고 몹쓸 제자가 하나가 되어, 우리는 녹색 잔디 위를 추억의 입담으로 함께 어기적댄다.
 그런데 이 나이쯤 되니 고등학교 동창들은 거의 은퇴를 했다. 아주 친한 고등학교 벗이 몇 년 전부터 별 증상이 없는데도 잇몸이 아프다며 일주일에 서너 차례 치과에 오길래 속으로 ‘이 친구 왜 이리 예민해졌지?’ 의아했는데, 사실 그게 명퇴 때문에 갈 곳이 없어서인 걸 뒤늦게 알았다. 퇴근 후 영어회화 학원도 같이 가 보기도 하고, 저녁 먹고 당구 치는 걸 주일 행사처럼 해보다가, 서로 늙어감을 수긍하는 이제쯤은 만나는 횟수가 적당히 뜸해졌다.
 산행이든 당구든, 친구와 같이 노는 기회가 해가 갈수록 적어지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 골프장에 지금 더 열심히 나가는 동인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세 번, 인근의 치과 후배들과 10년 이상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식후 한담의 메뉴가 은퇴 문제이다. 옛날엔 별생각 없이 60대 중반에는 손을 놓을 거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벌써 60대 중반이 지나쳐 버렸다. 오랜 세월 필자의 허풍만 들은 셈인 후배가 “육십이 지난 건 그렇다 치고, 만약 형이 나이 70까지도 치과를 하고 있으면 창문에 돌을 던질 거야. 그 나이엔 따듯한 남쪽 나라에 가서 후배들에게 희망의 문자나 보내야지!”라며 익살을 떤다.
 ‘어이쿠, 아니야, 아직 돌멩이를 던지지 마! 아직 준비가 덜 됐어. 아직은 골프도 치고 환자도 볼 수 있어. 물론 옛날엔 나도, 고령에도 일하러 나오시는 선배님들이 의아했지만, 그땐 나중에 내가 환자보고 골프 치며 즐거워할 줄은 정말 정말 몰랐거든!’ 하며 혼자 슬그머니 웃는다.
 여하튼 난, 꽃피는 봄이 오면 친구들 보러 또 골프장에 갈 것이다. 물론 환자도 보고…
 올 한해, 아직도 환자를 보시는, 또 골프를 치시는 모든 선배, 후배 동료들에게 즐거움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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