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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1/29  치학신문
《죄와 벌》을 통해 본 이념적 망상과 참회, 다시 흐르는 자유
인문학 칼럼

 

 

 

 이 흥 우


 李興雨齒科 院長, 哲博


 

 

 어느 날, 산이 하늘에 대고 말했다. “나는 강이 되고 싶어. 나도 강처럼 어디로 흘러가고 싶어” 그러자 강이 말했다. “나는 산이 되고 싶어. 나도 산처럼 우뚝 솟아 있고 싶어. ‘모두 똑같이 만들어 줘’”
 하늘이 산과 강에 답했다. “그래? 그런데 산은 산으로 강은 강으로 있어서 너희가 있는 것이지, 너희 둘이 똑같아지면 너희들은 없어지고 마는 거야. 우리는 서로 달라서 있는 거야. 만약 너와 나의 차이가 없어지면 너와 나의 구분 자체가 없어지는 거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실 너는 내게 똑같게 해달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는 거야. 그 권한은 네가 아니라 내게 있는 거야. 네가 하느님은 아니잖아”
 흔히 ‘선동’하는 정치꾼은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라’라고 외친다. 그러려면 우선 네가 가진 것부터 우리에게 똑같이 나누라고 하면, 그땐 입을 꼭 닫는다. 그리곤 뜸을 들여 쉬었다가, 권력이든 돈이든 제 것은 그냥 두고, 남의 것만 나누라고 다시 외친다. 남의 권한이나 나랏돈만 이리저리 나누라고 설쳐댄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사악한 전당포 노파 한 명을 죽여 가난하고 착한 대학생 100명을 위해 쓰겠다’라는 이념(이런 살인은 정의라는 망상)에서, 라스콜니코프는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나 자신과 모두에 대한 혐오감과 부자유에 싸여, 그는 스스로 세상에서 소외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맹점을 보여주는 사고 실험이 있다. 철도의 선로 전환기를 움직이면 이쪽 철로 위의 1명이 죽고 그냥 놔두면 저쪽 철로 위의 5명이 죽는 경우, 너는 어떻게 할 것인가? (트롤리의 딜레마)
 그런데 이것을 상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막상 사람이 실행하면 어쨌든 죄가 된다. 그리고 그 벌은 세상과의 절연이다. 레버(lever)를 옮기는 것을 인간이 할 수는 없다. 인간은 하느님이 아니므로 레버를 움직일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첫 단추인 실행부터 불가하다.
 ‘본인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자신이 초인이라는 망상을 라스콜니코프가 소설 끝부분에 극복하듯, 젊어서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도스토옙스키는 나중에 여기서 빠져나온다. 공산주의가 무서운 것은 본인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 때문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망상(착각, 선동)은 죄를 낳는다.
 살인한 주인공이 벌로 받은 것은 대지와의 단절이고 고독이다. 그가 대지에 입 맞추고 참회함으로써, 혈액이 몸에 흐르듯 자유와 사랑이 그의 몸에 다시 흐른다. 세계가 자신이고 자신이 세계이므로, 자유로운 사랑을 통해 세계와 자신이 한 몸처럼 네트워크로 통하는 것이다. 이때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세상에 대한 사랑은 생기(生氣)이고, 세상과 소통하고 연결되는 혈류이다. 이 자유와 사랑이 단절될 때 인간은 고독과 불안을 느끼고, 감옥 같은 어두운 골방에 갇혀 삶의 기쁨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소설 마지막에 소냐는 힘들어하는 라스콜니코프에게 사람들에게 살인을 고백하고 대지에 입 맞추라고 권유하는데, 그러고서야 라스콜니코프는 다시 대지와 우주에 연결되며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세상과의 단절을 벗어나 세상과 다시 소통하고 연결되어 다시 사는 것이다. 우리 몸의 혈류처럼 매 순간 정신으로 흐르는 것이 바로 니체의 ‘힘에의 의지’, 쇼펜하우어의 ‘자유의지’, 도스토옙스키의 ‘자유’이다.
 자유는 육체에서 따로 떨어진 ‘정의라는 이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의 구체적 사건 속에 의지로서 매 순간 혈류로 살아있는 것이다. 자유는 멀리 이념에서 잠시 가져다 쓰는 정신이 아니라, 매 순간 혈액처럼 몸에 흐르고 있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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