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방어기제(2) 이타주의
장 선 아
위드치과의원 원장
상담심리교육학석사
한 인간이 전 생애에 성장과 성숙을 통해 풀어 나아갈 과제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인간의 자아는 감당할 정도의 적응 혹은 부적응적 대처방식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의식적 대처방식을 방어기제라 합니다.
필자는 방어기제를 성숙(成熟)이란 관점에서 정신병적 방어기제(왜곡, 부정, 망상:환상, 환청), 미성숙한 방어기제(투사, 행동화. 공상, 건강염려증, 소극적공격성, 신체화), 신경증적 방어기제(억압, 반동형성, 이지화, 전위, 해리), 성숙한 방어기제(승화, 예상, 유머, 이타주의, 억제)로 분류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는 성숙한 방어기제 중 예상과 유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예상은 앞으로 생길 상황을 미리 간접 경험을 해봄으로 실제 상황에 훨씬 적응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에게 당연히 다가올 일들에 대해 어려움이 뭐가 있을까 미리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성이나 끈기를 가진 사람들보다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코미디, 개그와는 다른 개념인 유머(humor)는 상황에 내재된 재미있고 즐거운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가볍고 익살스럽게 웃기지만 우리의 힘든 삶을 팍 드러내는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웃음이 한 번 빵하고 터지면 상황이 종료되거나 유해집니다. 너를 보듯이 나를 바라보는 객관화를 통해 나의 아픔을 내 것으로 만들어 성숙시킨 유머 감각의 비결은 힘든 상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힘에 있습니다. 유머는 가장 최고의 성숙한 방어기제로 건강한 마음의 증거랍니다, 이번 호에서는 성숙한 방어기제 중 이타주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타주의는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의 반대개념입니다. 태순이 할머니는 시장좌판에서 한평생 김밥을 말아 번 돈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했습니다, 태순이 할머니는 가난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못했습니다. 가방을 메고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태순이 할머니는 본인처럼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회적 재벌기업도 대학에 장학금을 기부합니다. 장학금을 기부해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한 행위에는 공통점이 있으나 둘의 경우, 우리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가졌다고 다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이 전해지긴 하지만 태순이 할머니의 경우는 감동까지 더해져 옵니다.
열악한 환경의 시장좌판에서 추위와 더위도 인내하며 애써 번 돈을 남을 위해 쓸 줄 아는 할머니의 마음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타주의입니다. 바로 본인과 같은 고난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도와주는 행동입니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배우지 못한 마음은 한평생 한이고 아픈 마음이었을 겁니다. 상당히 힘들고 괴로웠던 시기를 보내기도 하셨을 겁니다. 그런 태순이 할머니에게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타주의가 주는 선물은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얻는 즐거움입니다. 아파본 적이 없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고난을 완전히 소화해내고 그 고난을 한 단계 넘어서 타인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의 아픔과 고난에 대한 대처양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도망가 버릴 것인가’, ‘누군가를 괴롭힐 것인가’, ‘스스로 괴로워 할 것인가’, ‘성장의 계기로 삼을 것인가’. 지금의 걸림돌인 나의 아픔과 고난이 다음 삶을 위한 성숙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나만의 고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이타적인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http://www.chihak.co.kr/news/17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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