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부하 걸리면 스트레스에 몸 망가져
리셋할 수 없는 인생을 잘 조절해야 바람직
이원
가톨릭대의정부성모병원 치과 교수
필자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 8비트 컴퓨터였었고 방학을 이용해 학원에 나가 베이직 언어로 프로그래밍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당시 컴퓨터는 지금의 컴퓨터와는 사뭇 달라 추가적으로 배워두면 좋은 정도였다. 그래서 8비트 컴퓨터는 필자의 삶에 있어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없어졌다.
그 후 대학에서 본과에 올라와 처음으로 16비트 컴퓨터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전에 접해보았던 8비트 컴퓨터와는 달리 화면에 달랑 커서만 반짝반짝하며 필자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고 그로 인해 당황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필자를 당황시켰던 첫만남과는 달리 이제는 컴퓨터는 생활속에서 ?떼어 놓을 수가 없는 도구가 되었고 심지어 얼마전부터 우리가 들고다니는 휴대폰까지 컴퓨터화되었다.
그렇게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의문이 생겨났다. 컴퓨터는 사람의 머리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동작하는 것 같은데 컴퓨터는 정확한데 반해 사람은 왜 이리도 모순덩어리고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것일까, 자신의 손해인줄 알면서도 고집하는가 하는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요즘 들고다니는 스마트폰이 단순한 전화기 기능에 충실했던 휴대폰을 들고 다닐 때는 거의 못느꼈던 먹통이 되는 현상을 자주 접하고 나서부터는 인간의 모순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전화기능만을 가지는 단순한 기계일 때는 큰 문제가 없다가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는 스마트폰에서는 계속되는 로드에 의해 과부하 상태가 되고 결국은 멈춰 서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듯이 사람도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간의 몸에서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운전을 하는 동안에 전방을 주시하고, 음악을 들으며, 운전대를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 외에도 심장이 뛰고, 숨쉬고, 소화시키는 등 우리가 인지하지 않는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요즈음의 컴퓨터로는 도저히 따라 올수 없는 많은 일들이 한 인간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이상의 부하가 걸리면 바로 스트레스가 되고 그런 스트레스를 계속 받다보면 몸이 망가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컴퓨터를 하다가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으면 작업하기위해 열어놓았던 윈도우를 일부 닫거나 필요 없이 떠있는 프로그램을 닫아준다. 그리고 정신없이 눌러대던 마우스를 잠시 멈추고 모래시계가 멈추고 사라지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런데 삶에 있어서는 정신없이 일하고 환자와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몸을 술 혹은 담배 등으로 혹사하고 불면의 밤을 보내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의 몸은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해결할 거리들이 생겨나고 쉬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스트레스가 우리를 지치게 할수록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보며 우리의 몸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 같으면 컴퓨터가 다운되는 것처럼 이상해지기 전에 쉬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괴롭게 하던 일상을 벗어난다든지 환자로부터의 스트레스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한다든지 하여 머리 속에 동시에 떠있는 많은 잡념과 몸에 가해지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부하들을 멈추게 하여 주는 것이 병에 걸린다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거나 하여 보통 때는 상상할 수 없던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는 최후의 순간에는 전원을 차단하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리셋버튼을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리셋할 수는 없으니까.
http://www.chihak.co.kr/news/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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