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럼 '패륜' - 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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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11/04 치학신문

시사컬럼 '패륜'

신 승 철

대한구강보건협회 회장

요즈음 세상이 말세란다. 미성년자인 청소년을 상대로 성매매를 시켰거나, 집안 식구들 내 친족 존속 살인은 그간 간혹 들어왔으나, 의붓 할아버지가 수년간 청소년인 어린 손녀딸을 범하고 두 번이나 임신시켜 자식을 출산하게 하여 이를 안 할머니의 고발로, 징역 20년 형을 받는가 하면, 치아의 거대 백악종 환자로, 희귀 유전병을 앓고 있는 양순해 보이는 ‘어금니 아빠’는 똑같은 유전병 증상을 앓고 있는 여중생 딸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려서 그 적선 받은 푼돈으로 외제차도 사고 남부럽지 않는 생활을 영위하다가, 급기야는 딸을 시켜 친구 여중생을 집에 놀러오게 한뒤 성폭행하고 살해해서 강원도 야산에 암매장 했는데, 바로 한 달 전 그의 아내도 옥상에서 투신하여 자살했다는데 과연 자살일까 타살일까 의심되어 재수사가 한창이란다. 뭐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끔찍한 패륜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희귀 구강 유전병인 치아 거대 백악종을 치료하며 십여년간 관리해 준 구강외과 저명 교수님은, 매년 그 집안 식구들을 여러 차례 만나봤다며 그 동안 참 순하고 착하고 불쌍한 가족이라고 착각하고 있으셨다고 했다. 그러니 정말 사람 속은 모르는 것, 동정이나 자선도 현명하게 베풀어야지 아니면 사회 죄악만 더 키워주는 불행의 씨앗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국민 정서에 깊이 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역사적으로도 상식이 안 통하는 패륜에 가까운 일들이 국내외적으로 다소 있어왔다. 중국의 당나라 시절에도 마지막 황제인 현종이 자신의 아들의 처인 며느리, 양귀비의 미색에 반하여, 억지로 이혼시키고 절에 들어가게 한 다음 다시 자기의 첩으로 황실에 맞아들여서 온갖 여색을 탐하고 결국에는 양귀비 집안의 부정부패로 마침내 안록산의 난을 맞아, 당나라가 패망하기도 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탐하다가 생긴 패륜의 종말이 나라를 망하게 한 좋은 예이기도 하다. 옛날 에스키모나 몽골 등지의 넓은 지역에서 인구가 희소했던 곳에서, 적장의 아내를 잡아 자신의 처로 만들고 데리고 온 자식들을 자기 자식처럼 훌륭히 키워준다든지, 오랜 고생을 하며 벌판을 헤매다가 찾아온 방랑자 손님에게 자신의 처를 빌려주거나. 형이 일찍 작고하면 형수도 아내로 삼아 데리고 사는 패륜과 같은 풍습은 그런대로 한 시대의 풍속도라 치자. 일본의 저질 에로 영화 내용에도 집안 식구끼리의 불륜이나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불륜 등으로 결국 집안이 망하는 내용들이 더러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요사이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패륜 이야기에는 중국 일본 모두 다 손을 들었을 것이다.
간혹 잘 아는 사람들, 참 친하고 가까운 사이에서 끔찍한 사건이나 살인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떻게 그렇게 가까운 사이에서 그럴 수가 있냐며, 이것이 마치 패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가까운 사이 일수록 그만큼 싸우거나 다치거나 살인할 확률이 더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전혀 안면부지한 모르는 사람이 우연히 자신을 살해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 즉 한 집안 식구나, 친지, 또는 애인 사이에서 살인이 일어날 확률이 더 큰 것이다. 그만큼 관심과 기대와 바라는 것이 컸기 때문에 실망과 배신감도 크게 되기 때문이다. 죽도록 사랑한 사이라면 그 사람으로부터 죽을 확률이 커지게 된다. 그러니 사랑도 적당히 해야 한다고 젊은이들에게 자주 일러준다.
은퇴 후 복잡한 도시 아파트를 떠나 일주일에 며칠씩은 평소에 마련해 놓았던 산골 농가주택에 가서 자연과 함께 지낸다. 집사람은 그것도 불안한가 보다. 매일 밤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내 안위가 걱정된 것이라기보다, 혹시나 내가 혼자서 몰래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고자 하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느껴진다. 그저께는 마침 저녁 시간에 술 한 병 들고 놀러온 옛 동료가 한마디 한다. 이렇게 나이 들어서 마누라 눈치 안보고 며칠간 멀리 떨어져 혼자 살 수 있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3대가 덕을 쌓은 자이거나, 선조가 나라를 구한 일을 한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덕목이라며 부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