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과 비타민 풍부 육질 연하고 담백한 맛 인기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1968년 겨울 당시 치예과에 다니던 필자는 고시공부를 하는 법대생 선배를 위문하러 제천의 어느 산골에 갔던 길에 ‘의림지’를 방문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제천 시내서 그곳까지는 시내버스도 없어 외진 비포장 길을 먼지를 뒤집어쓰며 하염없이 걸어갔었다. 마침내 도착한 그곳은 얼음에 덮인 황량한 저수지와 주변에 아름드리 노송 몇 그루만 서있는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운 겨울 풍경은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이곳이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한국 최초의 저수지이고 귀한 빙어가 자라고 있다는 안내문조차 없었으니……. 사실 당시는 얼음 밑에 있을지도 모르는 신비(?)의 빙어(氷魚)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돌아왔다.
세월이 흘러 광주 조선치대에 몸담고 있을 시절 근처 식당 수조에서 활개 치는 송사리스런(?) 물고기가 ‘빙어’라고 해서 제천의 의림지에서 공수(?) 해온 물고기인줄 알았더니 실은 광주 근처의 담양호에서 잡아온 것이라고 해서 놀란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요즈음은 한국의 거의 모든 내수면에서 겨울철에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물고기가 되어있었고, 빙어 낚시는 겨울철 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변해 있었다. 일전 모처럼의 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날 아들내외가 유아원에 다니는 손자손녀와 송추의 어느 유원지에 갔었는데 글쎄 그곳에서 아들 가족이 얼음낚시를 하여 손주들에게 낚시의 손맛을 톡톡히(?) 보여주어 이 할아비에게 자랑하게 해준 귀중한 어종(?)이 빙어라니……. 지금은 한 겨울에 가족을 동반하여 별다른 재주 없이 즐거움을 제공(?)하는 훌륭한 어족으로 변하였다.
빙어라는 이름은 조선말의 실학자인 서유구(1764~1845)가 《전어지》에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하여 얼음 ‘빙’(氷)에 물고기 ‘어’(魚)자를 따서 ‘빙어’라 불렀다. 빙어는 남한은 물론 북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로 1920년대부터 함경남도 용흥강에서 빙어를 잡아 다른 하천에 풀었다고 하니, 과거에는 남한 지역에 빙어가 없었던 듯하다. 찬물을 좋아하지만 30도쯤 되는 물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
몸길이는 10~15cm 가량으로 가늘고 길고 아래턱이 나오고 등지러미 뒤쪽에 기름지느러미가 있다. 몸빛은 담회색 바탕에 황색을 띠고 몸 옆에 회색의 세로띠가 있다. 빙어는 순수한 민물에 사는 종류로 염분이 어느 정도 섞여 있는 곳에서 사는 종류, 강과 바다를 회유하는 종류의 세 가지로 나뉜다. 빙어는 알에서 나온 뒤 몸길이가 약 3cm로 자라면 바다로 가서 보통 1년 정도 지나 몸길이가 10cm쯤 되면 다시 민물에 올라와 알을 낳는다. 1년 정도 자란 빙어는 1~2월경에 수심 20~30m의 바닥에 알을 낳아 모래나 물풀에 붙여 놓으며, 알은 수온 9℃ 정도에서 25~30일 정도 지나면 부화한다. 어미는 알을 낳고 난 뒤 점차 여위다가 5~6월경이 되면 체력이 회복되지만, 7~8월경에 죽는다. 그러나 20~30% 정도는 살아남아 다시 산란한다. 빙어는 강가에서는 여름에는 수온이 낮은 깊은 곳에서 살아가며, 수온이 낮은 겨울에는 수면 가까이 올라온다.
순수 토종 빙어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국내 최고의 저수지 충북 제천의 의림지에서만 서식하며 낚시가 금지되어 있다. 유명한 서식지로는 춘천 소양호, 제천 의림지, 강화 장흥지, 춘천호, 합천호 등이 있으며 겨울 낚시의 인기종으로 호수의 얼음을 깨고 견지대나 소형낚시로 어획하거나 그물을 사용한다. 주 활동시기인 겨울철에 가장 맛이 좋다.
빙어는 흔히 1급수의 물에서만 사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상식으로 물고기 중 유일하게 등급외의 수질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생존하는데, 수질 적응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기름이 뜨고 쓰레기가 가득한 연못에서도 수온만 맞으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수처리장과 공장에서 폐수를 불법 투기한 하천에서도 서식하는 것이 관찰된 사례가 있다.
빙어는 껍질이 얇아 터지기 쉬워 신선한 것을 통째로 요리하므로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육질이 연하고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담백한 맛으로 인기가 좋다. 회나 튀김, 조림, 무침, 국 등 다양하게 요리되어 술안주 거리로는 그만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빙어를 초장에 찍어서 회로 먹는 것이 아무리 겨울철 별미라 하더라도 디스토마 감염의 위험성과 맞바꿀 수는 없다.
http://www.chihak.co.kr/news/1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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