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흥 우
李興雨齒科 院長, 哲博
한동안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전면에 우리 투표지는 형상 복원 용지를 썼기 때문에 접혀도 나중에 반듯하게 펴진다는 거짓말이 있었다.
4·15 총선 후 6번의 선거 무효소송 재검표에서, 1년이나 묵혔던 투표함에서 빳빳한 투표지 다발들이 나왔다. 그러자 선관위는 형상 복원 용지라는 기상천외의 변명을 홍보 영상으로 홈피에 올려놓았다. 전 세계 어디에도 구겼다가 다시 본래 모습으로 형상이 복원되는 기적의 종이는 없건만 뻔한 거짓말을 했다.
공직선거법에는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에 개인 도장을 날인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교묘하게 ‘도장 날인은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라는 ‘상위법에 어긋나는 규칙’을 만들어서, 도장을 안 찍었다. 날인과 갈음이라는 어려운 한자를 써서 국민 눈을 속였다. 도장 날인과 인쇄 날인이라는 두 단어를 얼핏 비교하면, 글자 반이 같으니 누구나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도장 날인은 날인이다. 그러나 인쇄 날인은 인쇄지, 날인이 아니다. [인쇄 날인]은 없는 말이고 잘못 만든 말이다. 함께 쓸 수 없는 <인쇄> (날인)을 억지로 붙인 말이다. 인쇄하면서 동시에 날인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소위 ‘인쇄 날인된 투표지’는 단지 ‘인쇄된 종이’이지, 결코 날인된 종이가 아니다. 비정상 투표지다.
날인이란 것은 ‘종이’에 “찍는 행위”가 더해지는 것이므로, “날인이라는 행위”는 없이 ‘인쇄 종이’만 있는 것이다. 인쇄 종이에 글자와 그림이 들어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가+나+다+2+3+&+아르메니아어֎그림이 종이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림이든, 1, 2, 3이든, 가나다든, 한 시점의 종이만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내용이 그려진 ‘인쇄 종이’만 있지, 이차적인 시점에 가해지는 “날인이란 행위”는 없는 것이다. 인쇄는 인쇄고, 그 후의 날인은 날인이다. 인쇄 날인은 시차가 달라서 두 단어가 함께 있을 수 없다.
부동산 계약 시, 복덕방에 비치되어있는 계약서 종이에 서명 날인란이 있다고 해서 벌써 날인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런 종이에, 상담하다가 계약 내용을 살펴보고 도장을 인주에 묻혀 찍어야만, 집 계약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쇄 날인]이란 괴상한 말을 만들어서, 종이만 달랑 한 장 주면서도 마치 날인 한 듯 국민을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이를 막고자 해서인지 3월 5일 행안부 장관이 J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대로 투표관리관 개인 도장을 찍으란 요구를 했건만, 선관위 사무총장은 아직도 안 찍겠다고 버티고 있다.
작년 10월 10일 국정원이 해킹으로 선거 조작이 가능하다고 발표하고 또 전자개표기도 문제가 있다고 하니, 선관위는 이번엔 수(검)표를 하겠다며, 비슷하지만 모호한 말을 갖고 나왔다. 수<개>표를 하라니까 수(검)표를 하겠단다. 수<개>표와 수(검)표가 글자가 비슷하니, 전자개표기를 쓴 후 수(검)표를 하겠단다. 해킹 조작을 만드는 근본 원인은 전자개표기인데, 원인은 남겨둔 채, 슬쩍 수(검)표 하겠다고 말을 돌리며 계속 전자개표기(선관위는 투표분류기라 부름)를 쓰겠단다. 전자개표기만 안 쓰면 저절로 손으로 세는 수<개>표가 될 터인데, 마치 수<개>표를 하는 척, 수(검)표라 말로 얼버무리며 전자기기를 계속 쓰겠다는 꼼수다. 국민과 기자와 장관까지 바보로 만들려고 말장난하는 건가.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선관위는 정말 국가기관, 헌법기관이 맞는가.
<신분증명서의 일부를 전자적 이미지 형태로 저장하여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보관하여야 한다>라는 선거법 제158조 2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사전투표선거인의 신분증 이미지를 선거일 30일 후까지 연장 보관한다>로 바꾸겠단다(2023. 12. 27. 선관위 보도자료). 뭔가 개선되는 느낌을 준 후, 한 달은 금방 지날 테니 일단 소나기는 피해 보자는 속셈인가. 디지털 정보 장치도 1달 후 폐기가 아니라, 국세청 증빙 서류처럼 최소 5년은 보관해야 하지 않겠는가. 스캔의 경우 위조가 쉬워, 법인이 신용카드 매출전표, 세금계산서, 계산서 등 지출 증빙 서류를 정보 보존 장치에 보관하는 때도 (국민은) 증빙 서류의 원본을 5년간 보관해야 한다(법인세법 제116조 제1항). 그러니 당연히 선관위도 디지털 명부는 물론 종이 통합선거인명부도 최소 5년은 보관해야 한다.
장관이 법대로 투표관리관 개인 도장을 찍으라 해도 선관위는 안 찍겠다고 막무가내로 버티고, 그래도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이니, 오호통재라! 어쩔거나, 선관위가 벌써 우리를 바보로 만든 건가.
http://www.chihak.co.kr/news/18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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