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평소에 잘 알던 여행사 직원에게 어디 싼 해외 단체 여행 빈 자리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 하라했더니 추석 연휴 며칠 전쯤, 유럽 3개국 7박 8일간 반값으로 3일 뒤 출발하는 상품을 연락해 왔다. 누가 취소했던 것을 땜빵으로 가 보라는 건지, 무지 싸긴 한데, 절대 다른 일행에게는 금액을 발설하지 않기로 하고 집사람과 함께 두 사람 여행 경비를 송금했다. 갑자기 연락 왔을 때 시간과 경비가 다 될 수 있는 자는 퇴직자나 여유 있는 무직자로서 현찰 동원이 가능한 건강인, 그리고 부부사이가 원만하여 늘 함께 여행 갈 수 있는 집안이라야 가능할 것이다.
여행 경비도 보통 때와 성수기 때는 엄청 다르다. 성수기 때는 비수기 때의 두 배 이상 경비를 치러야 한다. 특히 명절 연휴 기간 중에는 더더욱 비싸나, 명절 연휴 중간이나 명절날 귀국해야만 하는 일정은 명절이나 연휴의 장점을 모두 놓치게 되기 때문에 인기가 없다. 그러나 그날 손님이 적어 텅텅 비더라도 비행기는 연휴 중 많은 여행객을 싣고 또 나가야 하니 외국으로부터 국내로 들어와야 한다. 그러니까 그 날짜에 들어오는 비행기 값도 싸고 승객도 적어 일인당 4자리씩 차지하며 열 시간을 누워 뒹굴며 편안히 귀국할 수도 있다. 이때도 두 배 값을 내며 비즈니스 석을 타는 고상한 분들도 있지만 그들은 뒤에 있는 일반석 승객들이 싼 값으로 비즈니스 석보다 더 편안한 자세로 누워 뒹굴고 왔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니 다행이다.
이번의 싸고 똘똘한 여행에서 차질을 빚은 것이 바로 관광지 현장마다 가이드가 제시하는 선택 관광이었다. 현지에서 유람선이나 곤도라 또는 케이블카를 타거나 고층 엘리베이터로 철탑 위 전망대를 올라가서 시내 경치를 구경하거나 마사지를 받는 등, 여행 중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내용들이다. 여행 전에 배부된 안내서에 각 지역의 선택 관광 안내와 단체 요금이 안내되긴 했지만, 분명히 계약 시에는 선택 관광 참여가 고객의 자유의사이고, 안 해도 불이익은 없다고 했는데 현지에서 느끼는 상황은 좀 달랐다. 대다수가 일인당 60유로 씩 내고 참여한 단체 보트 관광을 참여하지 않으니, 주위에서 멀리가지 말고 얌전히 한 시간 기다리라는데 몰래 선착장엘 가서 배타는 요금표를 봤더니 반의반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에펠탑 승강과 세느강 유람선을 한번 타는데 일인당 10만원이 넘는 85유로씩을 걷는데, 공군 대위 출신인 필자는 고소공포증 운운하며 그냥 밑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더니 현지 가이드 녀석이 화를 내며, 이곳은 우리 부부의 안전을 보장 못하니까 우리만 관광을 중단하고 택시타고 교외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서 기다리란다. 택시비가 10만 원 나올 텐데 이 비용은 나보고 알아서 내란다. 이건 명백히 여행 계약 조건 위반이라고 항의했고, 일행 중에 초년병 여변호사가 중재하여 우리 부부가 근처에서 한두 시간 기다리다가 일행과 관광버스를 함께 타고 호텔로 가기로 했지만, 가이드는 내 신분을 모르고 “단체 여행 중 의사나 교수가 끼어있음 참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들의 횡포가 심하다는 생각이었다. 그간 친해진 일행분이 “왜 에펠탑 올라가는 선택 관광을 안 하냐”고 묻기에, 찬바람 속에서 떨며 한 시간 씩 기다리는 긴 행렬을 보며 말해 주었다. “파리 시내 어느 곳에도 다 에펠탑이 보이는데 유일하게 에펠탑이 안 보이는 곳이 에펠탑 속입니다. 우리는 에펠탑을 보려고 안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에펠탑 전망대 엘리베이터 비용과 유람선 한 시간 타는 비용이 합해서 30유로가 안되었다. 그러니 일인당 55유로 즉 약 7만 원 정도 남기는 셈인데, 30명 단체면 한두 시간에 2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셈이다. 왜 이런 짓을 할까 생각해보니 현지 채용 가이드는 수당도 없단다. 그가 알아서 뜯어가란 말밖엔 안 된다. 마치 싼 상품처럼 내 놓고 실제로는 다른 것을 덧붙여 이득을 취하는 사기성 관광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치과진료비도 혹시나 그런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된다. 귀국해 보니 어느 빵집 주인이 유기농법으로 제조한 고가의 아동용 쿠키를, 인기리에 인터넷 판매를 해왔는데 알고 보니 기존 대형마트에서 싼 제품을 구입해서 개별 포장하여, 판매하는 것이라며 난리다. 전 국민이 가짜뉴스가 아닌 진짜 정보 수준도 옛날 같지 않다.
http://www.chihak.co.kr/news/1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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