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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11/30  치학신문
시사칼럼 '함부로 하는 사회'

 

 

 신 승 철

 

 단국치대 명예교수

 

 

 

 

 

 

 어느 벤처 기업 회장님이 현직 뿐 아니라 옛 부하 직원들에게 폭행과 폭력적인 행동을 구사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었다. 말 안 듣거나 자신의 비위를 건드린 직원들을 여러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따귀를 때리고 야유회 가서는 검도칼로 산 닭을 베어 죽이라고 하고 활을 쏘아 맞추어 잔인하게 죽여보라는 등 조폭 흉내도 내 보였고 심지어는 집사람의 남자 대학 동창을 불륜으로 의심하여 해명하러 찾아온 그를 사무실에서 몇 시간 동안 두들겨 패서 그가 고발했는데, 관계에 미리 손을 썼는지 진상 조사도 안하고 몇 년째 질질 끌게 만들었단다. 인생을 살다보면 때로는 객기도 부리고 폼을 잡으며 살아도 누가 뭐라하지도 않는다. 다만 남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가 되거나 사회에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 또는 꼭 해야 할 일을 무능해서인지 일부러 인지 구분하지 못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제대로 하라고 하면 일부러 그렇게 하는지 너무나 융통성 없는 사회로 만들어 버려 엉뚱한 부작용만 부각시킴으로써 과거의 악행에 젖은 약은 수에 익숙토록 회귀하는 것이 마치 현명하게 사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사회를 만들고 끌고 나가는 것이 우리의 한심한 문제였다는 생각도 든다.
 며칠 전 태국 어느 도시에서 열린 아세아인들의 치과계 모임인 상당히 대규모의 국제학술대회에 초청연자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치과의사들을 비롯하여 치과계 분들이 30~40 명 정도 등록하고 동참하였고, 100여 편의 포스터 학술발표 중에는, 한국 연자 발표도 20편 정도 되는 것으로 책자에 나와 있었다. 포스터 발표자에겐 30분간의 구두 발표 및 질의응답 시간을 초록집 책자에 공지해 놓았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포스터 학술 발표 시 마다 많은 한국 발표자들은 발표 때에 사라져 버린 비상식적 태도가 공식적으로 문제되었고 그 개선책이 최고위원회 회의 안건으로도 오를 만큼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엔 아예 한국 연자들의 포스터 발표는 번호 순서를 조정해서 넓은 발표장 구석으로 모두 모아 놓음으로써, 과거처럼 포스터 발표 시에 발표자가 없어 빈자리 구멍이 숭숭 나는 보기 싫은 장면을 감추려고 한 것 같았다. 다른 나라 연자들은 막 섞여 있는데, 왜 하필 제출 시기도 각기 다른 한국 연자들만 발표 번호가 모여 있고 위치도 큰 방 구석으로 몇 줄 모아 놓았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런데 발표시간이 되어서 많은 참가자들과 발표자들이 포스터 발표장으로 들어오면서 우려했던 바는 곧 현실이 되었다. 모두들 자신의 연구 업적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에 활기를 띠는 중에 유독 일부러 만든 것 같은 한국 연자들 발표 지역에는 발표자들은 한사람도 없고 오직 주인없는 포스터들만 쓸쓸이 있었고 간혹 외국인들이 지나며 읽어 보는 정도였다. 이웃 포스터 발표자들 말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몇 시간 전에 포스터 붙이고 그 앞에서 증명하는 사진들을 요란히 찍고는 하나같이 쇼핑과 관광을 나갔단다. 물론 해외 학회에 와서 쇼핑과 관광 유흥도 중요하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그러나 학술발표장에 발표를 신청하였음, 정해진 발표 시간만큼은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그 앞에서 설명하고 토론을 주고받아야 할 의무와 도리가 있는 것이고 이를 다한 후에 보람으로 자격증명을 받게 되는 것이다. 금년에도 최고 위원회에서 “이럴 것 같아 한국발표자는 구석으로 모았는데 역시 이번에도 한 사람만 자리를 지켰다”며 “그 분 외에는 자격증을 안주고 싶단다.” 사실 대다수 한국 발표자들은 발표 자격증명서도 필요 없고, 초록집 책자에 자신의 이름 든 쪽을 복사해서 제출하면 국가나 대학에서 인정해 주기에, 안심하고 불참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학술 발표에 대한 마음가짐에서, 그간 너무 함부로가 당연한 관행으로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일부 외국 교수들이 한국인들의 함부로 하는 기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수치스러웠다. 국제학회 최고위원회에서 어느 외국교수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차기 본 국제 학술대회를 한국이 유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때는 포스터 발표를 어떻게 운영하실지 지켜 봅시다.” 포스터 문제가 아니라 일을 좀 함부로 하는 인식을 가진 우리의 병든 기질을 비꼬는 것 같아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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