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승 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얼마 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적성국가로 계속 지정하며 미국 국민이 가서는 안 될 나라로 선포했다. 그리고는 본인은 한국의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 함께 열 발자국 정도 월북하여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아무도 불법이라 말하지 않았고 세계적 뉴스만 되었으니 역시 대통령은 치외법권적 권력자들인가 보다. 필자도 10수 년 전, 백두산 근처의 중국 소도시 도문에 갔다가 두만강 상류 작은 개천을 건너가는 다리의 중간에 변계선이라고 쓴 붉은색 페인트 선을 그어놓은 중국과 북한과의 국경선을 한 발자국 넘어가서, 변계선 글자와 북한 땅의 초소 및 배경이 나오도록 얼른 사진을 찍고 다시 중국 쪽으로 건너온 적도 있긴 했다. 이제야 20년 정도 되었으니 공소시효도 지난 것 같다. 그 무렵, 압록강 주변 중국 도시 단동이나 집안, 위화도 근처를 여행했을 때도 중국 측 유람 모터보트를 타면 압록강 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들이 북한 소유임을 잘 알고 있었건만 보트 선장은 굳이 그 섬들의 뒤를 돌아서 국경선 넘어 북한 땅 강변까지 배를 몰아주어, 가까운 발치에서 국경 수비 군인들과 대면시키고 초콜릿이나 중국산 담배들을 던져 주도록 권하기도 했다. 국경을 넘는 불법이지만 그 시절에는 많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그것도 하나의 관광 상품인양 비공식적인 3국간에 양해가 공감되기도 했다.
국가 간에도 정식 조약 체결 전에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며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상호 협력하자는 뜻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한다. 사회적 민간단체나 협회 또는 학회 간에도 협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조약 체결 이전에 서로 협조하자는 뜻의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양측 간에 공동의 이익이나 상호 친교에 대한 묵시적인 동조와 이해가 깔려 있을 때 이야기다. 상호 이해와 양해가 없으면 상호 협력 조약을 체결해도, 거슬리는 사항마다 시비 걸고 잡아넣고 서로를 욕하고 싸우고 마찰하여 조약 체결을 안하기만 못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종군위안부 문제와 일본 중공업 공장에서의 강제노역에 대한 배상에 대법원 승소 판결에 대하여, 그건 이미 과거에 다 보상했고 합의된 문제를 또 꺼내든다는 아베 일본총리 일파들의 정치적 주장과 보복으로 불화수소 등 우리의 전자부품 생산 주 자재를 수출 금지시켜 우리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에, 한일관계는 정치 경제 뿐 아니라 국민들도 일제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안가기 등 상호 적대시 풍토가 생겼다. 격분한 어느 분은 일본 대사관 앞에서 자동차를 불내서 들이밀어 죽기도 했다. 어느 일본 관광객은 광주 국제 수영대회에서 여자 수구선수들의 몸매를 사진 찍다가, 음란물 촬영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공개 장소에서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을 촬영해도 큰 범죄는 아니라고 하지만, 근래에 엄격해진 한국의 성문제 처벌 분위기와 요즈음처럼 반일감정으로 ‘어디 일본인 한번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 분위기에는 큰 벌을 받을 것 같다. 서로 간 양해의 마음이 없어진 탓이다. 심지어는 일본 외무대신 고노는 한국대사에게 무례하다고 꾸짖기도 했다. 무례라는 말은 근래에 캐나다에서 증인으로 온 허위성 사회 고발 여배우가 급히 출국하며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내뱉은 용어로 국제관계에선 드문 용어란다. 향후 한국인도 일본 가서 조금만 잘못해도 엄한 처벌을 받을 것 같다. 정부 당국자들의 해결 대책도 참 무리수인 것 같다. 힘없이 싸워 손해 볼 것이면 일단 상대를 좀 달래고 사정하며 기회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데 ‘나쁜 놈들 어디 한판 붙어보자’는 식이란다. 수틀리면 일본과 맺은 군사정보교환 조약도 그만둘까 한단다. 북한이라는 적군과 마주한 우리가 더 손해 볼 것 같은데 반일감정을 부추겨 죽창을 들고 싸우자하면, 우선 통쾌하고 결집시키기는 좋으나 그로 인한 손해와 뒤처리는 누가 할 것인가. 이견인 자는 친일파, 매국노에 이적행위자로 모는 건 참 무례하다. 칼자루를 잡기 전, 칼날을 잡고는 휘두르지 말자.
내년에 커다란 치과계 국제학술대회를 주관할 예정인바, 해마다 가장 많이 참가 발표했던 일본이 신청을 외면한다면 국제 학술 대회도 썰렁해질 것이다. 차라리 존심을 좀 버리고 매국노 친일파 소리를 듣더라도 일본 치과계에 가서, 많이들 와달라고 사정하면 이적행위일까?
http://www.chihak.co.kr/news/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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