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 내장의 독은 매우 강하고 인삼 사포닌 계통 물질 함유”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명예교수
해삼은 세계적으로 약 1천5백종이 분포하며, 한국에서 생산되는 해삼은 온대산 참해삼인 홍해삼, 청해삼, 흑해삼 등 4과 14종이다. 해삼 표면의 색깔에 따라 홍해삼, 청해삼, 흑해삼, 해파리해삼 등으로 구분해 부르며, 이들은 모두 같은 종이다. 다만, 선호하는 먹이와 서식처에 따라 피부의 색이 달라졌을 뿐이다.
대부분의 해삼들은 항문으로 내장을 빼서 공격하는 식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해삼 핵무기’라고 불릴 정도로 해삼 내장의 독은 매우 강해서 작은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들을 죄다 싹 쓸어 버릴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해수어항에 물고기와 해삼을 함께 넣는 것은 건 절대 엄금이며, 해삼이 공격행동이 아니더라도 산란 등으로 내장을 빼내게 되면 독이 어항에 다 퍼져서 다른 물고기들이 사망하게 된다. 그러나 짚 위에 해삼을 두면 고초균(짚에 사는 세균) 때문에 몇 시간 후 해삼의 조직이 다 녹아버린다.
해삼의 우리 고유의 말은 “뮈”라고 불렸으며, 여러 고문헌에서는 해남자(海南子), 해서(海鼠), 토육(土肉), 흑충(黑蟲), 해삼(海蔘) 등의 명칭으로 불려졌다. 해삼이라고 명명된 이유는 본초학에서 인삼에 필적한다고 하여 명명되어졌다고 하며, 실제 근래의 성분연구 결과 인삼 사포닌과 같은 계통의 사포닌 물질인 holothurin A와 B 등이 해삼에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 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삼을 식품으로 섭취하기 시작한 곳은 기원전 5~6세기경 현재의 함경남도 지역과 연해주에 거주하던 퉁구스계 인종, 식신(息愼)이라고 한다. 함경도와 인접한 연해주 지역이 해삼 산지로 유명하여 블라디보스토크의 옛 중국식 이름이 ‘해삼위(海參)’로 불리었다.
해삼이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두드러진 것은 16세기 이후로, 특히 18세기 이후 도호쿠(東北) 이북에서 채취되어 일본에서 중국으로 팔려나갔던 해삼은 일본의 은 유출을 막았던 중요한 수출품으로 꼽힌다. 18세기 이후 다소 무역이 쇠진했던 조선도 일본과 중국에 건해삼을 매매하여, 해삼의 무역망은 조선 북부 및 홋카이도(北海道)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까지 걸쳐 있었다.
한방에서 해삼은 최고의 강정제로 불릴 만큼 원기증진과 보혈로 신장을 이롭게 하여 남성들의 정력을 강하게 만든다. 임신 중인 여성과 선천적으로 몸이 허약한 여자와 태반이 약한 임산부에게 좋다고 한다. 해삼 단백질의 주요 아미노산 성분은 알기닌, 시 스틴, 히스티딘, 리진이며, 철, 인, 칼슘 등이 풍부하고 담즙성분인 타우린도 많아서 빈혈을 예방 치료하며, 간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 준다. 특히 칼슘과 탄닌 성분은 암과 위궤양까지 예방하며, 식욕을 돋우고 신진대사를 좋게 하고 칼로리가 적어 비만 예방에도 효과적이고,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환자와 비만자의 건강식품으로 권장된다.
우리나라는 흔한 식재료로서, 횟집에서 보통 주된 회가 나오기 전 곁들인 안주;스키다시( つき-だし[突(き)出し]) 격으로 나오는데, 멍게나 개불이 함께 딸려온다.
중국 요리에서는 중요한 고급 식재료로, 주로 말린 형태의 건해삼으로 유통되는데 다른 국가에선 사실 인기가 별로 없다.
해삼은 보통 오이 썰듯 가로로 얇게 썰어 제공되며 오돌토돌하고 두툼하며 속이 꽉 찬 식감을 갖는다. 첫 식감은 매우 단단하지만 씹을수록 허물어져 물컹해진다. 자근자근 씹다 보면 식감 자체는 상당한 진미임을 느낄 수 있다. 기괴한 외형과 다르게 비린내나 누린내는 적은 편이며 횟감의 감초인 초고추장에도 잘 어울린다.
해삼 내장을 말려 포로 만든 것이 일본에서는 유명하다. 과거 일본에선 해삼은 주요 중국 수출품이어서 매우 비싼 식재료였기 때문에 내장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해삼 내장 자체만을 젓갈로 담근 것을 고노와다(このわた) 라고 부른다. 독특한 맛이 별미로 여겨져서 숭어알, 성게알과 함께 일본의 고급 일식집이나 해산물 뷔페에서 맛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해삼 살보다 내장을 이용한 재료가 인기가 더 높아서 시장에서 파는 해삼은 내장을 빼서 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삼 산지 인근에서는 해삼 내장에 밥에 비벼먹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해삼을 이용한 요리로 해삼물회, 해삼토렴, 해삼탕, 해삼전 등으로 일반 횟집은 물론 중식당에서 고급요리로 사랑받고 있다.
오래전 겨울철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한 일이 있었다. 서귀포 바닷가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근처 횟집의 그야말로 microtome을 이용해(?) 얇게 썬 것 같은 홍삼의 맛이 기가 막혀 제주 소주를 연상 들이키던 기억이 새롭다.
http://www.chihak.co.kr/news/14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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