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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07/28  치학신문
군대경험과 22사단 북한병사 ‘산책 귀순’ 유감
릴레이수필

안보불안증은 해방 이후 한국인 기저심리에 자리 잡은 만성병

 

주적개념이 모호해지고 논란이 많은 중요 원인은 리더가 제공

 

 

 

 

 박 용 호


 박용호치과원장

 

 

 

 

 

 

 

 딱 38년만이었다. 지난 구정 때 설악산에 갔다가 귀로에 군의관 첫 부임지였던 강원도 현리를 찾았다. 인제 내린천 계곡 터 변에 안온하게 자리 잡았던 102야전병원 터는 철문으로 잠긴 채 공병대 훈련장으로 변해있었다(국군철정병원을 거처 국군홍천병원으로 이동 개명됐다). 저기가 진료부, 수술실, 병동, 후송중대 연병장, 본부, 헬기 착륙장, 테니스코트, 여기가 장교식당, BOQ, NOQ 눈길 따라 추억만 밀려왔다. 그곳의 경험이 생생하건만 상전벽해, 세 식구로 들어가 네 식구로 나왔던 인근야산의 장교관사 터는 잡목이 무성했다. 같이 근무했던 동기에게 사진 카톡을 보냈더니 “아주 오래된 일인데 방금 어제일 같기도 하다”는 답변이 왔다.
 한 번은 고성 북방 GP(최전방 감시초소) 순회 진료로 22사단 관할 해안도로를 달렸다. 마침 해안가의 호젓한 막국수집을 발견하고 차를 세우게 했다. 일단의 군인들이 지프·군용 앰블런스에서 내리니 주인이 비상이 걸린 듯, 자식뻘 남·녀 장정들이 대견스러웠는지 가자미 식혜를 한 무더기 더 주기도 했다. 식사 후 잠간 대기시킨 후 민간인 접근금지 표시된 주변 해안을 정찰 겸 혼자 산책했다. 경계가 얼마나 잘되고 있나, 그냥 궁금해서였다. 얼마 전에 군단본부에서 공비로 추측되는 거수자 출현으로 산악 추적포위중인데 산중 생존기간을 보고하라는 공문이 하달됐다고 회의에서 들은 터였다. 몇 십 미터 걸었나, 어디선가 완전무장한 중위가 나타났다. 초소장인 듯했다. 깍듯이 거수경례를 붙이더니 “대위님, 여기는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아, 열심히 지키고 있구만. GP 들어가는 길에 잠깐 들렀네. 공비좀 잡았나?” “아직…. 없습니다” “애쓰시네” 그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악수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지난 2월 바로 그 해안 철책선이 뚫렸던 모양이다. 국가 몰락은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이럴 때마다 60대 이상 국민들은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삼척·울진·다대포 무장공비 출현 망령을 떠올린다. 안보불안증은 해방 이후 한국인 기저심리에 자리 잡은 만성병이다. 귀순자가 CCTV에 10번이나 찍혔지만 8번째까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경계 감시체계가 아무리 첨단화 돼도 출동이 실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떠들썩하다가 22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8군단장을 경고 조치한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 처벌 소식이 당연하면서도 요즘 안보 분위기에 비춰보면 생뚱맞다는 느낌도 든다. 상벌 규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으면 나라도 아니다.
 이런 일이 왜 자꾸 반복되는가? 일차적으로는 병사의 군 기강이 무너진 때문이다. 대부분 독자인 병사들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며, 장교까지 포함된 오픈카톡방에선 군 보안이 새나가고, 한미훈련은 실전보다 컴퓨터 시뮤레이션으로 대치하고 있다. 반말하는 상급자를 고발하고, 휴가특혜로 시끄러웠고, 식사가 부실하면 금세 사진을 찍어 올린다. 전투력 약화는 갈 때까지 간듯하다. 모병제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원인은 어른, 리더가 제공한다. 우선 주적개념이 모호해지고 논란이 많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의 주역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 천안함 함장을 비롯한 생존자들이 피켓시위를 한단다. 적을 적이라 못하고 피격을 피격이라 못하는 국민의 심정은 애비를 애비라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과 다름이 없다. GP는 폭파되고 군 대북방송은 금지됐으며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중이다. 외교부 장관이 북한군의 GP총격도발을 사소하고 절제됐다고 감싼다. 어느 나라 장관인가? 이런 분위기에서 병사들은 적에 대한 이중잣대와 양가감정에 헷갈릴 것이다. 거수자가 출현해도 보고 체계 때문에 함부로 총도 못 쏜다. 잘 쐈다고 훈장 받고 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영창갈 분위기라면 누가 제대로 지키겠는가. 대외적으로 쿼드가입문제는 요원하고 오로지 남북대화에만 골몰해 있다. 쿼드 라인이 제2의 에치슨라인으로 변모해 가는 것은 아닌가?
 얼마 전에 한 단골 환자가 왔다. 대기실에서 내 이력명패를 보고 알았다면서, 자기도 22사단 부사관으로 근무시절에 102야전병원 신세를 수차례 졌다고 감격해 했다. 평생 보병과 공병으로 근무하며 전차이동을 차단하기위한 고성 해안도로 대전차 상교두 건설이 자기 작품이었는데 요즘 가보니 그걸 다 철거했더라고, 내 인생이 송두리째 날라간 것 같아 잠이 안온다고 하소연 했다. 한 순간 102야전병원과 대전차교두보 상실감이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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