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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1/26  치학신문
음식탐구 <136>
보리밥

“베타글루칸 함량 쌀의 50배 밀의 7배 이상 많아”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主食)은 쌀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 이전까지 쌀 생산량의 부족으로 쌀밥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부는 절미운동의 일환으로 1967년부터 1976년까지 매년 혼분식 관련 행정명령을 시달하다가 1977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그 행정명령을 해제하였다. 그 기간 동안 모든 음식점은 밥에 보리쌀이나 면류를 25% 이상 혼합하여 판매해야만 했고, ‘분식의 날’이 지정되었다. 정부의 혼분식장려운동으로 1976년에는 밀 수입량이 연간 170만 톤이나 되었고, 이에 당황한 정부는 외화 절약을 위해 혼분식에서 혼식 장려로 정책을 변경하였고, 쌀 생산량의 급격한 증가로 그마저도 1980년대 중반 이후 유명무실화된 혼분식 장려 정책을 폐지하였다.
 따라서 한국군은 2003년부터는 창군 55년 이래 최초로 병영식으로 흰 쌀밥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한국군의 전 부대에서 의무적으로 보리를 일정 비율(4대 6, 3대 7)로 혼합하여 밥을 해야 했고 ‘60만 명의 장병이 보리를 더 먹고 쌀을 절약하자’는 눈물겨운 애국운동(?)이 지속되었었다.
 필자는 치과대학 졸업 후 3년의 수련을 거쳐서 군의장교후보생으로 00사관학교에서 전반기 군사교육과 00군의학교에서 후반기 군의병과 교육을 받고 76년 육군대위로 임관하였다. 지금은 군급식도 많이 개선되어 흰 쌀밥과 우유, hamburger, 닭튀김까지 제공되는데 그것조차 부실하다고 불만섞인 고발이 신문에 심심치 않게 실리니 예전의 필자의 군대 시절을 생각하면 금석지감을 느끼게 한다.
 후반기 병과교육을 받은 00군의 학교에서는 교육기간 중에 후보생들도 장교 식당을 이용할 수 있었다. 후보생 식당에서는 특유의 냄새나는 된장국에 쌀 보리 혼합의 짬밥이 제공되었는데 정작 쌀은 찾기 힘든 시커먼 보리밥이었지만, 장교식당에서는 윤기나는 흰쌀밥에 동탯국, 매콤한 깍두기를 포함한 맛깔스런 반찬이 제공 되었다.
 물론 식비는 당일 현장에서 현찰 박치기(?)이었다. 처음 며칠은 후보생 식당이 붐볐으나 점점 후보생 식당의 배식 인원이 줄고 비례해서 장교식당의 줄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장교식당운영을 위해서 그나마도 별 볼 일 없는 후보생 식단 부식을 할애하였느니 날이 갈수록 후보생 식당의 찬은 별 볼일이 없어져 갔다.
 들리는 말로는 군의 후보생 교육 기간 동안에 1년치 군의학교 운영비(?)를 마련한다는 유언비어(?)가 흘러나왔다. 이러한 비리(?)는 군에 그리도 많아 조그마한 일이라도 사정기관의 간섭없이 되는 일이 없을 정도도 엄정한(?) 군대에서, 추상같은 사정기관(?)의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처사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시 필자는 장교로 임관하면 언제 또 후보생 식단 같은 보리밥을 먹어 보겠느냐는 자조 섞인 생각 하에 굳건하게 교육기간 내내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후보생 식당 짬밥을 애용하였다.
 사실 백미(쌀)에 보리쌀을 혼합하거나 보리쌀로만 지어낸 보리밥은 보리의 식감이 상당히 거칠고 알도 굵기 때문에 그냥 쌀밥 짓는 방식으로 지으면 보리가 퍼지지 않아서, 할맥(割麥)과 압맥(壓麥, 납작보리)을 적당히 섞고 보리를 물에 충분히 불리는 등의 추가 수고를 해야만 먹을만한 보리밥을 만들 수 있다.
 순전히 보리만으로 지은 밥을 꽁보리밥이라고 한다. 젊은 세대는 잘 모르지만 불과 오래지 않은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숨 가쁘게 ‘보릿고개’를 넘길 때의 서민의 식단은 꽁보리밥도 감지덕지했던 서글픈 시절이 있었다.
 요즈음은 보리밥이 건강식으로 알려져서 보리밥 전문 식당이 많이 있어 다양한 형태의 식단이 개발되었지만 비빔밥 형태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리밥에 참기름을 부어 고추장과 비벼서 막된장이나 청국장찌개에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필자가 군대 제대 후 광주 조선치대에 몸 담고 있을 시절 오전 학부 학생 실습이 있는 날이면 심심치 않게 증심사 앞의 ‘초가집’에서 꽁보리밥이나 5대5로 섞은 ‘보리밥’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었다. 가난하던 시절 서민의 음식이던 보리밥은 이제는 보리농사를 짓는 농민이 드물어서, 수요자가 비싼 가격으로 미리 주문 생산을 해야 하고 보리밥을 하기가 쌀밥보다도 더 어려워 이제는 서민을 뛰어넘는 특식(?)이 되었다.
 보리밥은 쌀보다 못하다는 편견이 있기 마련이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쌀이 귀하던 시절 쌀에 보리를 혼합하거나 보리로만 밥을 지어서 먹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리에는 다양한 영양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쌀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식이라고 한다. 보리에는 비타민B1, 2가 많고 섬유질, 탄수화물, 단백질이 많은 편이다.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베타글루칸의 함량이 쌀의 50배 그리고 밀의 7배 이상 많다고 한다. 이외에도 식이섬유, 폴리페놀, 프로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또한, 보리에 함유되어 있는 섬유질은 체내의 담즙산 분비를 증가시키는 도움을 주어 음식물이 빠르게 장을 통과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보리밥이 장의 연동 운동을 활성화시켜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부수적으로 ‘방귀’가 시도 때도 없이 나와서 점잖은 자리에서는 민망하게 한다. 필자는 군대 입대 후 00사관학교에서 전반기 군사 훈련을 받았다. 당시 생도 내무반은 이층 침대 구조였었는데, 필자 위층 침대에서 자던 동기생 권영혁 교수(경희치대 학장역임)는 필자의 취침 중의 ‘방귀 세례’에 당했던 곤욕을 지금도 웃음으로 되뇌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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