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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1/15  치학신문
느낌의 강이 흘러 생각의 바다로 간다
인문학칼럼

 

 

 이 흥 우

 

 李興雨齒科 院長, 哲博
 

 

 

 

 저녁 산책길,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보면서 계절이 바뀌는 냄새를 맡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광활한 우주에 관한 책 수십 권보다 깜깜한 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을 한번 쳐다봄으로써 우리는 별에 대해 더 잘 알 수도 있다. 우리는 사는 동안 많은 것을 장엄하게 느끼고 간다. 느낀다는 것은 대상의 본질이나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학교 담벼락에 나란히 피어있는 목련과 벚꽃을 바라보며, 이성은 이것이 벚꽃이고 저것은 목련이라고 말해준다. 그렇다고 우리가 목련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성은 목련이 얼마나 탐스러운지, 달밤에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벚꽃의 나풀거림을 그대로 전해주지는 않는다. 이 목련은 7m의 10년생이고 저 벚꽃은 60년생이라고 알려 줄뿐, 목련과 벚꽃의 의미에 관해선 알려주지 않는다. 목련이 7m이고 10년생이라는 외피(外皮)가 어찌 목련의 본질, 정수(精髓)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목련의 본질은 외피보다는, 오히려 의미에 있다.
 우리는 몸 전체로 의미를 느끼고 지각한다. 흔히 의미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능력을 감성이라 부른다. 우리는 동산 위에 아침 해가 붉게 걸리는 것을 보고 평온한 행복감에 젖는다. 사랑, 기쁨, 슬픔, 희망, 평화, 자존감에 감정이란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적합한 단어로 명명되지 않은 수많은 다른 느낌들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이 무엇을 느낀다는 것은 바로 의미를 아는 것이다. 느낌 자체보다 대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또 있던가. 아침 동산에 떠오른 태양은 평화롭고, 담벼락을 따라 핀 목련과 벚꽃은 탐스럽고 아름답다. 이 느낌이 내겐 의미이고 가치이며, 해와 꽃에는 본질이다.
 우리는 어느 사람을 처음 본 느낌에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과 글로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해도, 나에게 호의적인지 아닌지, 직관적으로 총체적으로 단번에 알아챈다. 회사의 채용면접관은 후보자의 출신 학교, 직장 근무 경력, 자기소개서보다도 첫인상에서 훨씬 많은 정보를 직감적으로 알아낸다. 이를 수행하는 인간의 감성은 이성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감지 능력이다.
 우리의 느낌은 매우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라서, 아름다운 단풍을 보고 생긴 감정은 나이 때마다 다 다르다. 40대 후반, 필라델피아의 어느 길거리 주변에 떨어진 낙엽에 대한 느낌은 50대 후반, 친구와 가을 설악산을 거닐다 본 샛노란 단풍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것이 독특한 단 하나의 느낌임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단지 그 느낌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명확한 구체적 단어가 없을 뿐이다. 모든 느낌은 모든 시절, 모든 상황, 모든 사건 중에서 오직 하나의 의미를 지닌 채 고유하게 존재한다. 어느 날 외국 땅에서 멍하니 올려 보던, 태풍 전야에 멈춰선 구름 주위의 푸른 하늘보다 더 빛나는 하늘을 본 적이 있던가. 50대 후반 바라본 구름의 느낌은 지금 60대에 바라본 구름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고, 담을 따라 핀 목련과 벚꽃의 아름다움도 그 정도나 깊이에서 각각 다르다.
 여러 시대의 갖가지 느낌들은 사건마다 색다르게 채색되어, 온갖 사상으로 번져간다. 멜라니 사프카가 부르던 허스키한 음색, 암울한 음조, 가라앉는 선율의 ‘The Saddest Thing’을 듣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고, 하나의 사상을 듣는 것이다. 문득 올려다본 아파트 불빛 위에 걸린 초승달의 오라(aura)보다 더 많은 뒷얘기를 하는 이야기꾼을 당신은 본 적이 있는가.
 느낌은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간접적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모호하기보다 직설적이어서 항상 사고보다 적나라하다. 도스토옙스키는 위대한 사상을 위대한 감정이라고 했다. 느낌의 강이 흘러 생각의 바다로 간다. 우리는 다양한 느낌을 어떤 때 감정이라고도 부르지만, 하나의 느낌은 애초 하나의 사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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