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사회’의 관계로 바라본 ‘자유와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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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2/24 치학신문

‘개인과 사회’의 관계로 바라본 ‘자유와 평등’
인문학칼럼

이 흥 우

李興雨齒科院長, 哲博

개인이 먼저인가, 사회가 먼저인가? 진화의 역사로 보면 개인이 먼저다. 개인이 있어야 사회가 있고 개체가 있어야 여럿이 있다. 태초 빅뱅의 시간으로 돌아가 보면, 한 점으로부터 우주 전체로 팽창하므로 개체가 전체보다 먼저다.
빅뱅 한 점을 시작으로 해서 여럿이 생겼다. 태양도, 지구도, 달도, 나머지 우주도 생겼다. 그리고 지구엔 물질, 생명, 그중에 인간이 있다.
자연계에서 생물이 후대로 이어지는 방법은 첫째, 아메바처럼 둘로 분할되어 증식하거나, 뱀처럼 암수 구별이 없는 알을 낳아 커가거나, 곰팡이처럼 포자를 통하거나, 말미잘처럼 출아법을 쓰거나, 감자처럼 덩이줄기 번식을 하는 무성생식이 있다. 둘째, 암수가 짝짓기를 통해 암수 구별이 있는 새끼나 알을 낳아 그것이 암수로 자라나는 유성생식이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멸종 위기의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수컷이 귀해지자 후대를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 무성생식을 해 암컷 유전자만을 가진 콘도르를 낳은 사례가 발표된 적이 있다. 콘도르는 보통 60~70년 사는데 각기 2년, 8년을 살다 죽었다 한다(2021. 12. 21. 조선일보). 이를 보면 무성생식이 먼저고, 그 후 유성생식이 나온다. 무엇보다 무성생식이나 유성생식의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개별자가 모체이고 시초임을 유추할 수 있다.
인간 사회에도 콘도르처럼 선후질서를 역행하는 현상이 있다. 개인보다 사회를 우선시하여, 개인이 ‘사회의 일원’임을 강조해 공동체를 위한다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회를 획일적으로 통제한다. 때론 ‘서로 다른 것’을 사회적 불평등이라고 왜곡·선동하는 전체주의적 책동이 그것이다. 사회구성원의 평등을 강조해 이를 미끼로 사욕을 챙기고 다수의 자유를 빼앗는다.
인간은 개인으로 태어나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회 속에 살다, 개인으로 죽는다. 개인이 사회보다 앞서기 때문에, 평등은 사회가 생긴 후 개인과 개인을 비교하며 비롯된 개념이기 때문에, 자유는 평등보다 시간적으로 우선적인 개념이다. 자유는 혼자 있을 때도 물을 수 있지만, 평등은 사회가 있어야만 물을 수 있는 개념이다.
하나가 여럿이 된다. 하나의 본질은 자유이기 때문에 색다른 여럿이 될 수 있다. 하나는 자유롭게 서로 다른 여럿이 되고, ‘서로 다른 것’은 각 개체의 개별성이 되고 정체성이 된다.
꽃은 여기저기서 핀다. 정상에도, 계곡에도 자유롭게 핀다. 다른 장소의 여러 모습이 꽃의 고유한 정체성이고, 그것의 본질은 자유다. 한 점이 팽창하면서 공간적으로 우주 체적이 커졌듯, 인간 사회에서 시간의 역사도 자유가 개인들의 평등도 만들어냈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로워서 서로 다르고, 서로 다른 지점에서 서로 평등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를 가졌다는 점에서, 또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공평하다.
콘도르가 자연계 질서를 역행하여 무성생식으로 수명을 단축했듯, 사회를 내세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획일화시키려는 전체주의적 시도는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한’ 자연계를 역행하므로 우주의 수축처럼 개개인을 일찍 죽음으로 내몬다.
시공간적으로 자유가 평등에 앞서므로, 개인의 자유가 있어야 비로소 개인들의 평등도 있다.
우리는 사회의 일원이므로 ‘개인과 사회’는 떨어질 수 없는 공동운명체이지만, 개인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인이 정치적 도구로 악용당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과 사회’의 상호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를 위해선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해쳐도 된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을 경계하면서 개개인의 자유를 공동으로 보호하고 지켜야만 우리는 귀중한 개인으로서 사회의 일원이 되며, 개인이 존엄하듯 개개인 모두가 존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