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염분·비타민이 많고 특이한 향취 있어 주요 양념 재료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파(영어: Leek, 학명: Allium fistulosum L. 1753)는 수선화과의 부추아과로써,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원산지가 중국 서부로 추정되며,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중요한 채소로 재배하고 있으나 서양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영문 명칭은 Welsh onion, spring onion, green onion 등의 여러 가지로 쓰는데, 뒤에 붙는 onion의 뜻은 "양파"이다. 이것은 파의 원산지가 동양이라서 서양에는 뒤늦게 전래되었기 때문에, 맛과 향이 가장 비슷한 양파에 단어를 덧붙여서 명칭을 만든 것이다. 역으로 한국어에서는 '양파'가 '서양의(洋) 파'라는 조어이다.
서양대파는 리크(leek, 학명 Allium ampeloprasum)라고 부르며, 품종이 다르다. 파에 비해 더 크고 질기며, 맛은 덜 맵고 더 달다. 상대적으로 양파 맛과 더 유사하다. 비슷하게 생긴 칼솟(학명 Allium cepa)은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통으로 구워 먹기도 하며 이를 칼소타다(Calçotada)라고 한다. 그러나 칼솟은 사실 대파가 아닌 양파 품종 중 하나다.
파의 비늘줄기는 그리 굵어지지 않고 수염뿌리가 밑에서 사방으로 퍼진다. 잎과 꽃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평활하며 약간의 백색을 띤다. 초여름에 높이 70cm 정도의 꽃줄기 끝에 백색 꽃이 많이 달린다. 꽃이삭은 처음에 난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총포에 싸여 있으나 개화기에는 총포가 터져서 구형을 이룬다.
파의 품종은 대체로 3개의 생태형 즉 한지형의 줄기파(여름파), 난지형의 잎파(겨울파) 및 중간형의 겸용파로 나눌 수 있다. 한지형은 내한성이 강하며 식물체가 크고 잎집부가 길어서 연백재배에 적당하다. 난지형은 내서성이 강하고 식물체가 가늘고 길며 잎집부가 짧아 잎파로 재배된다. 중간형은 양자의 중간형으로서 겸용파로 재배된다. 내한성·내서성이 강하며, 추운 지방에서는 봄에 종자를 뿌려서 여름에 생육시켜 가을부터 초겨울에 수확하고, 더운 지방에서는 가을에 종자를 뿌려서 겨울에 생육시켜 이듬해 봄에 수확하는데, 일반적으로 늦가을 또는 초봄에 파종하여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수확한다.
파는 고려 시대 이전에 중국을 통해 한국에 전파되었다고 짐작된다. 추위와 더위에 잘 견디는 특성이 있어 한국 전역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특히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 일대가 파 재배지로 유명하고, 전라남도 해안 지방 및 충청남도 아산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있다.
파에는 칼슘·염분·비타민 등이 많고 특이한 향취가 있어서 생식·약용 및 요리에 널리 쓰인다.
파는 마늘과 함께 한국 요리의 주요 양념 재료이다.
파는 산인(山人=仙 신선)이 먹는 음식이라고 하며 한약재로도 쓰인다. 한약재로 쓸 때의 이름은 '총백(蔥白)'으로 오적산(五積散), 반총산(蟠葱散) 등의 약재로 사용된다. 초기 감기 때 다량의 대파를 썰어 넣은 뜨거운 국물을 마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에도 많이 쓰이는데 의외로 효과가 좋다. 대파차로도 많이 끓여 먹는다.
파는 매운맛과 쓴맛이 강하며, 익히면 단맛이 강해지는 등 다양한 맛과 강한 향을 보유하고 있기에 여러 요리에 널리 쓰인다. 오래 익히면 맛과 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파 자체를 삶아 먹는 것은 적당하지 않지만 국물을 먹는 용도로 우려내는 것으로는 적합하다.
필자는 1991년 방문교수로 미국 Ann Arbor 의 Michigan 치과대학에 다녀온 일이 있었다. 가족을 두고 혼자 가서 조그마한 one room apt를 얻어서 세탁과 요리실습(?)을 하며 지냈었다. 마침 Kroger Mart가 apt근처에 있어서, 여러 가지 재료를 불편 없이 구해서 음식 솜씨(?)를 발휘하곤 하였는데, 우리 몸에 배일 냄새를 생각하여 마늘 파를 의도적으로 생략했었다. 그러나 완성된 음식의 모양은 그럴듯하지만, 음식의 맛이 무엇 한 가지 빠진 아쉬운(?) 맛이었다. 사실 파와 마늘은 우리나라 음식에서는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이지만, 이 냄새가 우리 몸에 배어 외국인에게는 적지 않은 불쾌감을 주는 것을 알고 섭취를 주저한 것이었다. 급한 대로 Mart에서 파가루를 구해서 약간 뿌렸더니 우리나라에서 먹던 맛과 비슷한 맛이 살아났었다! 평소에 무심하게 지냈던 파가 그리도(?) 음식의 맛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일이 있었다. 얼마 후에 다양한 채소만 파는 Mart를 알아내어서 싼값에 우리나라와 품질이 유사한 많은 채소를 구해서 한국에서 먹던 맛과 유사한 입맛을 되살릴 수 있었다. 평소에 무심히 넘긴 향신료의 역할을 우습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파를 이용한 한국 음식으로는 끓는 물에 데친 실파를 여러 재료에 감아서 만드는 파강회, 파와 해물을 위에 묽은 밀가루나 쌀가루 반죽을 부어 노릇하게 지진 파전, 쇠고기 육수에 실파를 썰어 넣고 달걀을 푼 맑은 실파장국, 실파를 이용한 경상도 향토 음식으로 실파를 소금에 절여서 물기를 빼고 파강회처럼 상투 모양으로 틀어서 양념한 쇠고기와 꼬치에 번갈아 꿰어 간을 한 밀가루 즙에 담갔다가 지진 집산적, 매콤하게 고춧가루와 젓갈을 섞어 익힌 파김치, 연한 실파나 움파를 데쳐서 볶은 쇠고기와 함께 무친 파나물 등으로 우리 서민의 음식에 빠질 수 없이 친근한 음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치킨에 곁들여 먹는 경우는 특히 파닭이라고 한다. 그리고 파닭의 고향으로 거론되는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의 야식업계에서는 파채를 탕수육과 깐풍기에까지 올린다.
파는 가열하면 단맛이 나면서도 아삭한 감이 살아 있어, 기름진 재료들 사이에서 입가심 정도로 먹으며, 특히 고기 먹을 때는 파절이가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http://www.chihak.co.kr/news/17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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