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검은 그림자, 데이터의 편향과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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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7/26 치학신문

디지털시대의 검은 그림자, 데이터의 편향과 조작
인문학칼럼

이 흥 우

李興雨齒科院長, 哲博

‘디지털 문명, 지속가능의 길을 묻다’ 포럼에서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이나 편견을 강화해서, 교과서를 검증하듯 교육 현장에 도입되는 AI도 정부가 검증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훈련되는데, 편견이 섞인 데이터로 학습되는 경향이 있어 ‘죄수와 간수를 그려달라’는 요구에 죄수는 흑인. 간수는 백인으로 그리는 식이란다. 그는 “이 같은 AI가 학생들에게 편견을 만들고 특정 인종, 집단에 대한 차별을 재생산하고 확대할 수 있다”라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인공지능 기술이 원자력만큼 강력해져서, AI 기술을 제어하려면 이를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국제기관 설립과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AI를 사용하기 위한 대안으로, 통제할 국제기구를 제시했다(조선일보 2023.7.14).
디지털시대에는 정보를 쉽게 얻는 편리함이 있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데이터의 편향성에 더불어, 프로그래머가 주입한 대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 명령어의 지배를 받는다. 눈으로 직접 자료를 검증할 수 없으니 당연히 의도적인 조작도 조심해야 한다.
한때는 총칼이 인류 역사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나 알고리즘이 총칼이나 돈을 대신한다. 한국 카카오, 네이버가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서 해당 총수가 단숨에 우리 재계 4위로 올라설 정도로, IT산업은 현대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필요한 물류 정보를 찾을 때 평소 선호하던 항목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뜰 정도로 모두의 정보는 이미 빅테크 기업에 축적되어 활용되고 있다. 이렇다면 과거 주식시장에서 내부자 거래 등 각종 주가조작이 판을 쳤듯, 신종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여론조작도 가능하고, 심지어 다른 기업이나 다른 나라의 디지털 정보를 해킹하여 부를 쌓거나 더 나아가 디지털 선거 조작으로 권력까지도 거머쥘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7월 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의 뉴스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 만약 소수의 모리배가 여론을 조작하고 혹 선거를 조작해 부당한 권력과 부를 꾀하고 우리가 이를 방관한다면, 미래 세대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 살게 된다.
2009년 3월 2일 독일 헌법재판소는 전자투표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2006년 10월 네덜란드의 TV 방송국이 시연회를 통해 보여 준 ‘전자투표의 조작 가능성’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전자투표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 본 낙관론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김면회, 한국유럽학회, 유럽 연구 27권 2호, 2009년 8월). 저자는 양국에서 전자투표제를 중단하게 된 과정을 정리해 분석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2년간 중앙선관위가 악성 코드와 해킹 메일 공격을 8차례 받았고, 이 중 7번이 북한 정찰총국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우리와 같은 투·개표 장비를 쓰는 이라크에서도 해킹 시도가 있었다. 만일 선관위가 해킹당해 선거인명부가 유출되거나 투·개표 조작, 시스템 마비 사태가 생기면 치명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조선일보 2023.5.6).
우리는 디지털 조작이 가능한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힘들게 구축해 온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지켜온 ‘선거에서의 한 표의 권리’를 위해, 감사원의 이미현 감사위원도 작년 3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본투표 시는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후 일련번호가 절취된 쪽지 실물을 보관하여 총투표수를 알고 검증할 수 있는데, 사전투표 시는 신분증의 전자 이미지 파일만 서버에 보관하다가 마감 시각이 지나면 삭제하므로 종료 후 총투표수를 다시 검증할 수 없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종이 선거인명부가 없는 디지털 사전선거는 위험하다. 만약 법을 개정해서 사전투표를 없애지 못한다면, 그나마 사전 투표함을 옮기지 말고 그 자리에서 전자개표기 없이 직접 손으로 세던지, 그것조차 못한다면 현행법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서 투표관리관의 개인 도장을 투표지에 반드시 찍도록 해야 한다(공직선거법 제158조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