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중
前 치협의장
직선제가 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유리하고, 긴 안목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강경 구호가 난무하리라. 인맥과 지연과 학연을 총동원한 선거 전문가의 마당놀이 판이 되기 십상이다. 어차피 대다수 회원에게 후보들은 모두가 낯선 얼굴일 터이니까.
1995년 3월 치의신보에 실린 필자의 시론 한 구절이다. 그 뒤로도 직선제 논의가 있을 때마다, “선거 불복 사태와 소송 꾼의 준동”을 우려하는 글을 ‘열 번’이 넘게 올렸지만, 불행히도 예언은 적중하여 과도기인 2017년 선거인 투표로부터 10년이 되도록 불미스러운 작태가 이어져 왔고, 협회는 직선제의 폐허가 되어버렸다.
먼저 직선제를 마치 민주화의 발전처럼 인식하는 ‘착시현상’부터 살펴보자.
6 29의 결과물 직선제는 5공 군사정권의 ‘체육관 선거’를 바로잡자는 민주주의 회복이지 발전이라 하기는 어렵다. 직접 민주주의의 원조인 그리스는 도시국가였다.
첫째, 인구가 적고 둘째, 시민과 노예의 비율은 1 대 1이었다. 생산을 도맡은 노예는 당시 최고 수익사업인 전쟁의 전리품 즉 패전국 국민이었다. 셋째, 문명의 발달로 직업 종류와 장기 교육이 필수인 전문직이 기하급수로 늘어나자, 많은 인구가 모여 토론할 장소와 시간과 방법은 없고, 대표를 뽑아 대의정치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제헌 당시부터 꼬인 대한민국 헌법과 정치 수준이 대의정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내각책임제를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직접 민주주의가 역사에 역행하는 ‘원시’ 민주주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고도의 전문직 단체인 협회장은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이라는 점에서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맞다. 첫째, ‘비상임’ 대의원으로 구성된 총회에 선출권마저 없으면, 협회장의 독주를 견제할 힘을 상실한다. 둘째, 감사가 의문점을 발견해도, 이를 바로잡으려면 ‘년 중 딱 하루뿐’인 정기총회를 기다려야 한다.
검토하고 시정할 기회가 없는 회원은 결국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고, 악순환은 꼬리를 물게 된다. 전문직으로서 책임감과 자영업 경영이라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는 회원들은 대부분 협회 회무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지만, 개업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협회를 밀어주고, 혐회를 맡을 인물을 제대로 검증하도록 대의원총회를 믿어줘야 한다.
직선제 철폐는 대의원총회의 권위를 살리고, 협회 인선(人選)과 회무에 대한 견제 기능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