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지 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
건강수명 5080 이사장
스마일돌봄 운영위원장
따뜻한치과병원 대표원장
24년 전 필자는 우리보다 20~30년 앞서가던 장애인 치과 진료체계를 배우기 위해 일본 도쿄 도립장애인구강보건센터를 찾았다. 고난도 진료와 전신마취는 어떤 시설과 노하우로 이뤄질까 잔뜩 기대하고 갔다. 그런데 13대의 진료의자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는 치료가 아니라 양치질을 가르치고 있었다. 전신마취 진료는 한 달에 서너 번 정도라고 했다. 조금 김이 빠졌지만 곧 더 중요한 것을 보게 됐다.
센터는 두 개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 층은 진료실, 다른 한 층은 교육실이었다. 담당자는 “진료실은 쉬어도 교육실은 일 년 내내 돌아간다”고 했다. 많은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것보다 장애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 한 명을 더 키우고 치과 치료를 최대한 덜 받도록 예방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는 설명이었다. 병원을 키우기보다 지역의 진료 역량을 키우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도 이런 일본 모델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지금도 공공병원 평가에서 늘 최상위권이고 의료진은 쉴 틈 없이 진료한다. 문제는 너무 잘해서 예약이 보통 6개월씩 밀린다는 것이다. 아마 진료를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 공공병원도 드물 것이다. 장애인에게 진료비를 최대 50%까지 지원하다 보니 환자는 더욱 몰리고 정작 2차 기관이 해야 할 교육과 지역진료체계 구축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장애인도 멀리 있는 유명한 병원보다 기다리지 않고 가까운 치과에서 진료받기를 원한다. 진료비 지원을 특정 병원에만 묶어둘 것이 아니라 바우처 방식으로 지역 1차 치과에서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간단한 진료는 가까운 치과로 분산하고 2차 기관은 지역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3차 기관은 정말 어려운 환자와 전신마취 진료를 세계적 수준으로 담당하면 된다. 병원 하나를 더 짓는 것보다 1·2·3차가 제대로 연결되는 길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장애인이 바라는 세상은 장애가 자꾸 구별되는 세상이 아니다. 유니버설디자인도 그래서 나왔다. 치과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이라 특별한 병원만 찾아가야 하고 그곳에서만 지원받을 수 있다면 아직 진짜 평등한 진료는 아니다. 어디서든 지원받고 가까운 곳에서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그 길을 제대로 만드는 것, 그것이 장애인에게 진짜 환한 웃음을 돌려드리는 길이고 진짜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