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지 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
요양원에서 구강검진을 하다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같은 방에서 같은 밥을 먹는 어르신인데, 건강보험 가입자는 국가구강검진을 받고 의료급여 수급자는 대상에서 빠진다. 입안의 사정이 아니라 보험 자격이 검진 여부를 가르는 것이다. 그 앞에서 치과의사인 나는 말문이 막힌다.
현행 제도상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20~64세까지 일반건강검진과 구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66세 이상에게 적용되는 생애전환기검진에는 구강검진이 없다. 65세는 두 검진 대상에서 모두 빠진다. 나이가 들수록, 도움이 절실해질수록 오히려 검진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어려운 국민을 보호하려는 제도가 그들의 입 앞에서 멈춰 서 있다.
올해부터는 치과계의 노력으로 사회복지시설 입소자에게 출장 구강검진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치과에 오기 어려우면 치과가 찾아가자는 바람이 제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요양원 문턱을 넘고도 모든 어르신을 검진할 수는 없다. 이동의 장벽을 낮췄더니 자격의 장벽이 남아 있었다.
시설 어르신에게 치과 방문은 간단한 외출이 아니다. 치매와 거동불편에 보호자의 부재까지 겹치면 진료 한 번 받기도 어렵다. 아파도 표현하지 못하고, 틀니가 맞지 않아도 식사를 남기는 것으로 불편을 드러내기도 한다. 입안을 살피지 않으면 그 신호는 입맛이 없거나 노쇠한 탓으로 지나가기 쉽다.
국가구강검진 수가는 1인당 약 8300원이다. 거창한 치료사업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1만원도 안 되는 검진으로 충치와 잇몸병, 맞지 않는 틀니를 발견하고 필요한 치료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검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 입안을 들여다봐야 고통을 알아차리고, 치료도 돌봄도 시작할 수 있다.
어르신에게 한 끼는 단순한 영양 공급이 아니다. 좋아하는 반찬을 씹고, 함께 식사하며, 오늘도 살아갈 힘을 얻는 일이다. 그 일상을 지키는 첫걸음에서 가장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을 빼놓는 현실은 부끄럽다.
정부는 고령 의료급여 수급자의 구강검진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적어도 치과의사가 찾아간 요양시설에서만큼은 보험 자격 때문에 검진에서 빠지는 어르신이 없어야 한다. 같은 방에서 함께 살아가는 어르신이라면 입안을 살필 기회도 같아야 한다. 먹는 기본권마저 형편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