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정보도 나쁜 소음을 뚫고 나가야 전달 가능
전문가들 나서야 정보 부족 공포 사라질 수 있다
황종민
앵글치과 턱수술클리닉 원장
얼마 전까지 메르스의 공포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만 있으려고 했고, 밖에 나갈 때는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특수 마스크를 챙겨야 했다.
거대한 공포는 우리 경제를 집어삼키고, 우리 이웃들을 서로 할퀴게 했다. 지금은 그래도 메르스가 어느 정도 잡혀가는 분위기라 다행이다.
메르스가 정리되고 나면, 위기를 통해 드러난 우리의 문제를 분석하고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 공포는 정보의 부족에서 온다.
공포는 무지에서 온다. 메르스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질병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부족했다. 어떻게 감염이 되고, 잠복기는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위험한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사전 지식들도 새롭게 발견된 모든 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메르스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또한 이에 덧붙여 메르스에 대응하는 정부의 부적절한 대처가 공포를 키웠다.
정부는 초기 메르스 환자가 머무른 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우왕좌왕하면서 국민들에게 믿을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대중은 의지할 대상을 잃고 공포에 떨어야 했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포에 대응하였다.
필자는 개인병원에서 수술을 하는 구강외과의사로서 양악수술에 있어서도 메르스와 비슷한 공포가 존재한다고 느낀다.
자녀의 수술을 상담하기 위해서 병원으로 들어오는 부모님들의 얼굴에는 근심과 공포가 가득하다. 그들의 머리 속에서 양악수술은 죽을 수도 있는 수술이고, 신경이 손상되어 입이 돌아가고 침을 흘리는 치명적인 손상을 받을 수 있는 수술이다.
그나마 양악수술을 교합, 발음, 호흡 등의 기능 개선을 위한 수술로 알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양악수술을 성형수술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필자와 같이 양악수술을 하는 의사는 어린 아이들에게 성형수술을 권하는 돈에 눈이 먼 장사꾼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 양악수술은 어렸을 적 본래의 자기 얼굴을 찾아주는 검증된 안전한 수술이다.
양악수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예뻐지는 수술, 얼굴이 작아지는 수술, 동안 수술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미용적 효과가 있다는 인식과, 신경과 혈관을 다칠 수 있고 심각한 기능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수술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둘 다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양악수술은 턱뼈의 이상으로 인해 생긴 주걱턱과 무턱, 비대칭 등을 고쳐서 부정교합을 치료하는 기능적 효과가 있는 수술이다.
주걱턱의 예를 보자. 대개 초등학교 이전에는 주걱턱이 발현되지 않다가, 사춘기 쯤에 주걱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때문에 수술을 상담을 받으러 오는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애가 어렸을 때는 얼굴이 참 예뻤는데, 크면서 주걱턱이 되었어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양악 수술을 통하여 턱의 이상을 고치고 나면 치아가 잘 맞아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렸을 적 얼굴이 되었어요”라고 좋아한다. 즉 양악수술은 없는 얼굴을 만들어내는 “성형수술”이 아니라 본인의 어렸을 적 본래의 얼굴을 찾아주는 “치료 목적의 수술”에 가깝다.
사실 양악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크지 않다. 환자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신경의 직접손상에 의한 무감각이나 기능손상, 더 나아가 사망과 같은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양악수술은 지금까지 치과에서 수 십 년 동안 수 만 건의 수술이 행해진 검증된 안전한 수술이다.
가끔씩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서 나오는 사고들도 알고 보면 치과 구강외과가 아니라 성형외과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양악수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수술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성형외과의사가 수술을 못해서 생기는 문제이다. 즉, 양악수술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성형외과의사가 하는 양악수술이 위험한 것이다.
마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매년 수없이 발생하지만 우리가 통상의 운전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무면허 운전, 신호위반, 난폭운전, 음주운전에 의해서 생기는 것으로, 면허를 가진 운전자가 신호를 잘 지키고 원칙대로 운전하면 안전하다.
양악수술에 대한 공포는 메르스에 의한 공포와는 조금 다르다. 메르스는 새로 생긴 질병이다 보니 절대적인 지식의 양이 부족했다.
하지만 양악수술의 경우에는 대중의 입장에서 볼 때 정보는 많다. 인터넷만 몇 시간 뒤져도 수없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정보가 성형외과에서 제공한 것이다 보니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양악수술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90% 이상이 기사를 가장한 광고이다. 같은 이유로 양악수술을 다룬 케이블의 프로그램들은 시민단체로부터 60분간의 의료광고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대중이 양악수술에 대해 알려고 하면, 먼저 성형외과에서 제공한 양악수술의 과장된 미용적 효과를 접하게 되고, 더 파고들다 보면 성형외과에서 수술하고 문제가 생긴 환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 결과가 양악수술에 대한 양극단적인 인식으로 나타난다. 정보의 홍수 속에 바른 정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 양악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서 치과계가 나서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른 정보의 부족에 대처하는 전문가 집단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입장에서 검증된 정보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보가 대중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바른 정보라도 나쁜 정보의 소음을 뚫고 나가지 못하면 대중에게 전달될 수 없다. 요즘처럼 자본이 언론을 지배하는 시대에서는 대중에게 바른 정보를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지속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먼저 관련 학회와 대학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치료의 주체인 구강외과와 교정과 의사들 모두가 나서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치아 및 구강건강의 전문가이자 일차적인 치료의 주체인 치과의사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양악수술에 대해 모르는 일반 대중에게 양악수술을 알리고 수술을 받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골격적 이상을 동반한 부정교합”이라는 질환으로 인해 기능적 이상과 심리적 억압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그에 맞는 치료인 “수술을 동반한 수술교정치료”와 “턱교정수술(양악수술)”에 대해 설명하여 주는 것은 국민들의 치아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 집단인 치과의사들의 임무 중 하나이자,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과도한 공포에 휩싸여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꺼려하는 국민들에 대한 의사로서의 의무이다.
http://www.chihak.co.kr/news/8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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