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윤
본지 명예회장
언어학 박사
정신적 영역은 대단히 광범위하다. 가약효과, 의사나 병원에 대한 신뢰, 환자와 의사의 공덕, 염력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가 아프면 어머니가 “내 손은 약손이고, 니 배는 똥배다”라면서 배를 주물러 주면 금방 낫게 된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으로 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장운동을 시켜주는 효과도 있겠지만, 분명 어머니의 정성어린 약손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정신적 치료 중 쇼크(shock) 요법도 있다. 우리가 긴장을 하게 되면 피곤을 잊게 되고 우리의 조직이 불의의 사태에 저항하게 된다.
의무마크(mark)를 자세히 보면 작대기에 뱀 두 마리가 감겨져 있다. 의무병 휘장은 그리스 신화에서 기인하였다고 한다. 그리스 시대의 뱀은 죽음, 예언, 저승, 의술과 관계가 있었다.
“병 주고 약 주고” 라는 말은 신화에 보면 폴뤼이도스를 뱀이 물어서 실신시켰지만 다시 뱀이 약초를 물고 와 상처를 문질렀을 때 상처가 나았을 뿐 아니라, 남은 약초로 죽은 왕자를 살려낸 것에서 유래한다.
신화시대 의술의 신인 아폴론에게는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용한 의사이자 현인인 켄타우로스(반인반마) 케이론에게 맡겨져 의술을 배웠다. 아스클레피오스는 트라카라는 도시에 의과대학과 부속 병원을 세운다.
그는 죽은 사람도 살려내었기 때문에 이승과 저승의 이치를 분별 못했다는 이유로 제우스 신의 손에 죽임을 당했지만 두 아들과 네 딸을 두었고, 네 딸은 모두 간호원이었으며 지금 하이진(hygiene, 위생학)이라는 용어는 넷째 딸 위게이아에서 유래되었다.
이 대학에서 배출된 명의가 오늘날 ‘의성(醫聖)’으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이다. 신전이자 의과대학인 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에서 신관은 독이 없는 흙빛뱀을 사자(使者)로 길렀으며 이것이 그 유래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 의술을 상징하는 휘장의 지팡이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이며 뱀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사자인 독 없는 흙빛뱀이다.
히포크라테스 시절에는 의사가 왕진을 할 때 실제로 의사가 작대기에 뱀을 감고 다녔는데 환자의 방에 가서 누워있는 환자에게 뱀을 던져버린다. 기겁을 한 환자는 벌떡 일어나게 되는데, 이 때 많은 환자들이 쇼크로 인해서 병이 낫는데 도움이 되곤 했다.
로마의 신화에 의하면 그 당시에는 수술을 하기 위해서 돌로 때려 기절을 시키고 대수술을 했는데 의사의 염력 덕분인지 수술의 성과도 좀 있었다고 한다.
로마의 어느 의사는 “치료는 내가 하지만 병은 하느님이 고친다”고 이야기 한다. 이 이야기 역시 치료라는 것은 단순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정신적인 영역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양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즉, “사람은 최선을 다하고 하느님의 명을 기다린다”는 말과 비슷한 뜻을 가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본인에게 치료를 받다가 치료 결과가 안 좋은 사람이 나에게 불평을 하거나 치료비를 깎으려고 할 때 나는 이야기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 치료를 했을 뿐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나는 진료비만 받기로 했지 낫게 해주는 값을 받지 않습니다. 나는 진료비 외에 유명세나 특진비도 더 받지 않았습니다. 내가 생명을 건져줬다 해도 당신의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며, 진료비만 받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의사가 환자에게 받는 돈은 진료비이지 치료비는 아니다. 치료비는 환자가 가해자나 보험회사 혹은 집에서 받을 때 쓰는 단어이다.
어떤 환자는 이가 아파서 치과를 찾았는데 치과에만 들어오면 이가 아프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치과의사들이 진단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종종 있다. 또 어떤 사람은 한달에 한번 원장에게 체크를 받지 않으면 불안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 그 환자는 꼭 한달에 한번씩 치과의사를 찾는데 항상 치료할 것이 별로 없다. 아무 치료를 하지 않아도 그냥 봐주기만 하면 한달은 거뜬하다는 것이다.
다른 수많은 환자들도 치과의사에게 치아에 대한 검사를 받는데 이 경우 1~2분 정도 간단히 손 봐주고 “좋습니다”, “괜찮을겁니다” 한마디만 해주면 정말로 나았는지 혹은 나은 기분이 된 것인지 괜찮다고 한다.
명의는 환자를 낫게 하는 정신적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경험이 없고 의술의 경지가 얕으면 아주 쉬운 술식을 해도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병이 초년병 의사를 조롱하듯 탈이 나는 것이다.
출근한지 몇 달 안된 의사가 치아 1개를 씌우기 위해 이를 깎았는데 환자의 어깨와 목에 빠가닥 빠가닥 소리가 났고 통증을 호소했다.
이를 깎는 하이스피드의 공기가 조직에 들어가서 잠함병(색전증, embolism)이 된 것이다.
물론 몇 시간이 지나면 공기가 빠져 나와 괜찮아지겠지만, 노련한 의사가 막니를 빼기 위해 하이스피드를 이용해서 삼십분이나 작업을 해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그 초년병 치과의사가 이 하나 깎는데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노련한 의사의 손이 닿으면 “내 손이 약손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치료한다. 이런 치료의 정신적 영역을 주술적인 부분까지 확대해서 ‘염력’이라 칭하면 비과학적이라고 비난을 하겠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비단 의술 뿐 아니라 어떤 다른 직업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jaeyoon37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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