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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3/27  치학신문
“기재 오류로 보험금 타도 보험사기 아냐”
헌재, 진료기록 잘못 작성 보험금 수령 사기 가담 안돼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잘못 작성하고, 환자가 그 진료기록부를 생명보험회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수령했더라도 이를 보험 사기로 보기 어렵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 2월 27일 나왔다.
 A씨 등 9명은 부산의 B안과병원에서 실제로 통원치료 시 초음파검사 등을 했음에도 이를 보험금 지급액이 높은 입원치료 시에 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진료기록부를 C생명보험회사에 제출해 보험급 1620만 237원을 받은 범죄사실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연령이나 성행·환경,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기소해 전과자를 만드는 것보다는 다시 한번 성실한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검사가 용서해주는 것을 말한다.
 형식상 불기소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이고, 항고를 거쳐 재정신청을 하다 기각된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으나 고소하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A씨 등은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사건은 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진료기록에 문제가 있어 보험금 수령이 사기로 의심받는 경우, 그 보험금 수령자들이 문제 있는 진료기록에 의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인지, 수령자들이 진료기록 기재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자들의 진술과 관련 정황에 비춰볼 때 보험금 수령자의 사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헌재 결정에 앞서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2019년 5월 9일 비슷한 사건에 대해 의사에게 보험사기에 대한 혐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부산의 한 안과병원도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 검사일과 수술일을 진료기록부에 다르게 기재하고, 환자들이 허위로 기재된 진료기록부를 보험회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편취하도록 방조했다는 범죄사실로 검찰이 기소해 재판을 받았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진료기록부에 검사일을 수술일로 허위로 기재한 행위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료기록 허위 부분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각각 2003년 7월부터 2013년 3월 사이에 의료비를 지급해주는 보험계약을 C생명보험회사와 체결하고 보험료를 냈다.
 보험계약 내용에 의하면 통원 의료비는 20만원을 한도로 보상하는 한편, 입원 의료비는 90%까지 보상된다.
 A씨 등은 각각 2015년 10월부터 2017년 2월 사이 부산에 있는 B안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B안과병원은 A씨 등이 초음파검사나 안구생체계측 검사를 받는 경우, 실제로는 통원치료 시 검사를 했음에도 진료기록에는 사후의 입원 치료 시 검사를 한 것처럼 기재했다.
 A씨 등은 이런 내용의 진료기록을 토대로 C생명보험회사에 보험급 지급을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진료 기록상 검사 일자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런 사실에 대해 부산지방검찰청은 보험금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범죄사실로 A씨 등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했고, A씨 등은 C생명보험회사를 상대로 사기를 저지를 고의가 없었음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실제 검사 시기와 다른 진료기록 기재는 허위인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봤다.
 그러나 A씨 등이 허위 진료기록을 이용해 사기를 저지를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의 사기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려면, 허위 진료기록 기재를 이용해 보험회사 직원을 착오에 빠뜨리고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는 의사, 즉 사기의 고의가 인정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헌재는 △A씨 등은 진료기록의 검사 실시 시기를 입원 치료 시로 기재해 달라고 요청했거나 그와 같은 기재를 이용해 더 많은 보험금을 받으려 했다고 진술한 바가 없고 △병원 소속 의사들 또한 문제 된 진료기록 기재와 A씨 등과의 보험금 수령은 관계가 없다고 진술했으며 △A씨 등이 진료기록 기재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고 의사가 아닌 사람들로서는 이런 방식의 진료기록 기재가 허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또 △A씨 등이 최소 약 3년 이상 보험 계약을 유지해 오면서 그 과정에서 달리 부정한 수단으로 보험금을 받아내려 했던 정황이 나타나지도 않았다며 A씨 등의 사기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기방조에 대해서는 해당 의사가 △환자들은 실제 검사일과 달리 수술일을 진료기록부에 허위로 기재해 보험금을 청구한다는 인식이 없었고 △검사일을 수술 당일로 허위로 기재하면 보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병원으로부터 그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의사가 진료비를 일괄적으로 받기 위해 진료기록부에 검사 실시일을 검사일이 아닌 수술일로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환자들의 보험 사기를 방조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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