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편과 호텔 예약 등으로 부득이 음력 설날 연휴에 가게 되었는데, 인천공항이 얼마나 붐비는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하마터면 비행기를 타지 못 할 뻔 하였기에 두 번 다시는 연휴 때 움직이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이렇게 진땀 흘리기는 처음이라 좌석에 앉자마자 피로가 몰려왔다. 늘 다니는 노선이지만 이 날따라 나리타까지 2시간 남짓한 것이 길게만 느껴졌다. 지바는 지금까지 경유지였지 목적지로서는 처음이라 다소 신경이 쓰였다. 공항에서 JR 나리타 쾌속(Express)으로 지바까지 약 50분 소요되었다. 일본의 대도시에서 웬만큼 유명하고 큰 미술관은 대략 모두 둘러보았기에 DIC 川村(가와무라) 기념 미술관과 지바(千葉)현립 미술관을 보기 위해 작은 도시이지만 이곳, 지바에 오게 되었다. 호텔은 역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 걸어가는 도중 외형이 재미있는 파출소가 있어 한 컷 찍어보았다. 눈을 부릅뜬 올빼미 모양으로 제작되어 쉽게 그 의미가 다가왔다. <사진>
체크인 후 잠시 쉰 다음 시간이 아까워 바로 지바 현립 미술관으로 향했다. 1월말이라 잔디는 녹색을 잃었지만 빨간 동백꽃이 붉은 벽돌 건물과 어우러져 다가왔다. 미술관 안팎으로 조각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야외 정원에 있는 작품들은 모두 일본 작가들의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창가 복도 쪽으로 조각품들이 설치되어 관람객들을 반겨주었다. 메인 전시실은 수리 중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한 가지 이 미술관의 독특한 점은 펼친 손바닥 표시가 있는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만지는 것이 가능하였다. 입체적인 조각을 늘 눈으로만 감상하기에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져보고 그것을 느껴볼 수 있도록 하니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다만 작품이 상하지 않도록 보존에 신경 쓰는 것이 관건 일 것이다. 첫 날은 이렇게 오후 한 나절을 그런대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은 이번 여행의 백미인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 저녁식사 후 일찍 취침하였다. 둘째날,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여유 있게 즐기고, 개관 시간에 맞춰 호텔을 출발하였다. JR사쿠라(Sakura)역은 지바 역에서 JR 특급으로 11분 거리였다. 역을 나서니 미술관으로 연결되는 무료 버스가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다음 버스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역 앞 조그만 광장에는 여인 입상과 함께 다른 조각 작품이 한 점 더 설치되어 있었는데 잔디밭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작가명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예술적 분위기는 일찌감치 풍기고 있었다. ‘DIC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은 지바현 사쿠라市 교외에 있는 사립 미술관인데 인쇄 잉크, 안료, 폴리마材등을 제조, 판매하는 DIC(주)가 수집한 미술품들을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서 연구소 부지 내에 설립되어 1990년 5월에 개관한 이후 DIC(주)가 지속적으로 운영, 관리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가와무라 기념 미술관이었는데 2011년 4월 1일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30만 평방미터의 넓이로 넓은 정원 가운데 세워진 미술관인데 근현대미술 컬렉션으로는 일본에서도 유수한 규모를 갖고 있으며 가와무라 집안 3代에 걸쳐서 수집한 작품들이라고 한다. 유럽의 어느 古城을 생각나게 하는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안 정 모
안정모치과원장·전치협부의장
속초바우지움조각미술관 설립이사장
http://www.chihak.co.kr/news/1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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