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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5/14  치학신문
음식탐구 <101>
흑염소

“철분 많고 노화방지에 탁월한 비타민 E(토코페롤) 45mg 함유”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흑염소는 소목 소과, 염소속의 재래종 염소로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염소는 600여 종이 있는데, 흑염소는 뿔을 가진 염소속의 작은 반추동물이다. 체격이 작고 성장이 더디지만 고기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식용 및 약용으로 이용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유전자원이다.
 흑염소는 건조한 상태, 거친 지형 등 다양한 지역에서 빠르게 적응하며, 번식률도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400일 이상 자란 성체의 몸길이는 60∼80㎝, 체고는 45∼55㎝이다. 수명은 10∼16년 정도이고 생후 5∼6개월이면 성숙한다. 임신 기간은 145∼160일 정도이고 이듬해 봄에 1∼2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흑염소는 털, 고기 등의 이용목적으로 마을 단위에서 소규모로 사육되었다. 최근에 흑염소 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고기 생산량이 많은 육용 염소(대형 외래종)와의 교잡종 생산에 주력해 재래종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염소고기의 영양가는 양고기보다는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탕, 수육, 육회, 구이, 불고기 같은 다양한 요리로 보신탕의 혐오식품이란 오명을 대신하고 있다. 염소고기의 색은 담적색이고 특유의 냄새가 있어, 향신료를 사용하여 꼬치구이, 스튜, 로스트, 볶음 등으로 조리해서 먹는다.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철분을 8배 함유하고 있고, 단백질이 많고 쇠고기와 비슷하게 지방분을 갖고 있으며, 노화방지에 탁월한 비타민 E(토코페롤)도 45mg을 함유하고 있다.
 흑염소는 초식동물 중에서 거친 먹이의 이용성이 가장 우수하고 산악지역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산지 인근을 중심으로 사육이 성행하고 있다. 산촌이나 섬 지역에서는 방목해 키우기도 하지만 방목된 흑염소가 나무나 식물을 훼손해 생태계 파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서북 쪽에 위치한 인구 100여명의 비양도는 면적이 0.5㎢로 해발 114m의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가 있으며 비양도 분화구에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비양나무 군락이 형성되었다. 이 비양도에 1975년 한림수협이 도서지역 소득사업 일환으로 가구당 1∼2마리씩 염소가 보급되어 염소사육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민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품이 많이 드는 염소 사육을 포기하여 최근 비양도에 방목 상태인 염소는 최대 150여 마리로 추정되나 당국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전 제주시는 비양도 환경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된 반야생화된 흑염소 무리 포획에 나섰었다. 제주시 농수축산경제국, 한림읍 공무원 50여명에 귀신 잡는 해병대원 98명까지 투입하여 염소 포획에 나섰지만 정작 포획한 염소는 50여 마리에 그쳤다고 하니 흑염소 포획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직감하게 한다.
 도서 지역의 염소는 풀과 나무는 물론이고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대흥란 등을 즐겨 먹는다. 더구나 이들의 배설물은 냄새가 심해 다른 동물들의 접근을 기피하게 하여 야생동물 서식지로서의 기능을 잃게 만든다. 이들 염소들은 풀과 나무의 뿌리까지 먹어 치워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토양이 유실되는 등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에서는 2008년부터 염소퇴치 작업을 벌여 왔으나 험난한 도서지역의 지형적 특성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
 오래전 필자가 내자와 정식으로 사귀기전에 어느 해 겨울 예산의 본가에 가서 며칠을 지낸 일이 있었다. 장래에 장인이 되신 어른과 한방에서 자며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도 하며 지냈는데 어느날 밤 어른께서 ‘약’이라고 대접에 담긴, 한약 냄새를 풍기는 정체불명의 음식을 필자에게는 권하시지도 않고, 땀을 흘리시면서 열심히(?) 드시는 것을 보았었다.
 당시 필자는 ‘약이라고 하시니 약인가 보다’하며 ‘무슨 약인지’ 묻지도 않고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나쳤다. 세월이 흘러 그 여인은 필자의 내자가 되었고 무슨 이야기 중에 그 날 밤에 땀을 흘리시면서 잡수시던 ‘문제의 약’이 흑염소의 각종 부위(?)에 다양한 한약재를 넣고 고은 ‘보양제’였다는 것이다. 매년 가을이면 특별히 흑염소 농가에 부탁하여 흑염소 한 마리를 손질하여 가지고 오면 온 가족이 다양하게 요리하여 즐겨 먹고 특별한 부위(?)는 장인어른에게만 장모님이 별난 한약재를 넣어 조리하여 강장제(?)로 드렸다는 것이다.
 여하튼 장인어른께서는 구제 배구 한 팀을 꾸릴 정도로 자손을 다복(?)하게 두셨으니 땀 흘리시면서 잡수시던 그 저녁의 ‘문제의 보양제(?)’ 덕이 아니었을까? 흑염소는 탕, 수육, 전골, 불고기, 무침, 육골즙 등으로 서민들에게 다양하게 애용되며, 혐오식품으로 몰린 보신탕을 대신(?)하여 더욱 더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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