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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7/11  치학신문
음식탐구 <105>
부대찌개

“육수만 부으면 불어나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맞춤 요리”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부대찌개란 한국전쟁 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생겨난 특이한 음식으로 어찌 보면 지극히 서글프고 춥고 배고픈 시절의 향수를 회상하게 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부대찌개는 1950년대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게 되고, 당시 어려웠던 식량 사정으로 인해 주한미군 부대에서 쓰고 남은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을 가져와 김치를 넣고 솥뚜껑에 볶은 요리가 원조라고 한다. 너무 볶으면 재료가 타고 국물이 졸아들어 짜게 되니 여기에 물을 추가하여 끓이다보니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적당한 국이 탄생해 지금의 부대찌개의 형태로 완성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미군들은 병영 식당에서 그날 쓸 요리 재료가 남더라도 재사용하지 않고 전량 폐기하게 되어 있다. 이것을 아깝게 여긴 미군부대에 근무하던 한국인 군속들이 이 재료들을 재활용(?)하여 미군 기지촌 주변에 유통시켜 이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미군 부대에서 사용되지 않은 잔여 식재료들이 기지촌 주변에서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음식 재료 중에는 한국전쟁 이전에는 상당기간 한국 시장에서는 접해 보지 못했던 음식재료(소시지, 베이컨, 햄 등)가 포함되어 있어 한국 사람들에게 새로운 음식재료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들 재료에 다양한 한식 재료를 가감하고 양념을 추가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얼큰한 부대찌개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런 합법적(?)인 방법 이외에도 미군 부대에서 먹다 남은 쇠고기와 햄 소시지 등 음식물 찌꺼기를 싼 값에 사들여 부대찌개를 만들어 팔아온 유명 업소와 음식물 찌꺼기를 빼돌린 미군 부대 조리사 등이 경찰에 적발되었다는 신문 보도가 아직도 심심치 않게 신문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부대찌개는 미군 부대의 위치에 따라서 의정부식이니, 동두천식이니 송탄식이니 하는 다양한 조리 방식이 생겨났고 가격 또한 영양가(?)에 비해 저렴하여 서민의 사랑을 받아 왔고 이제는 미군 부대에서 유통된 재료가 아닌 한국산 재료들을 이용한 독자적(?)인 한국식 부대찌개가 개발되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에서는 독자적인 ‘부대찌개’를 알리려는 노력이 계속되어, 의정부에는 부대찌개거리가 있을 만큼 부대찌개 맛집이 많고 ‘의정부 부대찌개 축제’도 열린다.
 오래전 필자는 학부시절 ‘전국 가톨릭 학생총연합회’라는 학생 단체에 가입하여 수년간 활동한 일이 있었다. 하루는 이 모임에서 뒤풀이로 식사 중에 필자의 옆에 앉아있던 어느 여학생이 ‘부대찌개가 뭐예요?’하고 물었다. 당시 맞은 켠에 앉아 있던 고대석 선배(전 KBS 제주 방송기자, 언론중재위원회 상근 위원역임)가 이 말을 듣고 시치미 뚝 떼고 ‘부대라는 동물로 만든 음식’이라는 썰렁 유머에 일동이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수년 후 필자는 치대졸업 후 수련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여 서부전선 00사단 의무대에서 근무하여 부근의 미군 부대에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그렇지만 정작 필자가 군생활 당시 문제의 원조 ‘부대찌개’의 맛에 대한 기억이 별반 없는 것은 당시에 부대찌개 말고도 군발이(?) 주머니 사정에 맞는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게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들 중에도 처음에는 부대찌개처럼 먹고 남은 재료로 만들거나 잔반 처리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있다. 퍼는 원래 식민지 시절 프랑스인들이 포토푀(pot-au-feu)를 먹고 남은 국물에 베트남인들이 국수를 말아 먹은 게 시초이다. 프라이드 치킨은 농장주들이 닭요리를 먹고 버린 닭날개나 닭다리를 흑인 노예들이 튀겨 먹은 게 시초이며, 고급 요리로 알려진 퐁뒤도 원래 먹고 남아 딱딱해진 치즈와 빵조각을 처리하기 위한 잔반처리용 음식이었다. 카페에서 제법 비싼 가격에도 인기를 자랑하는 티라미수(이탈리아어: Tiramisu)도 남은 커피와 과자를 재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한다. 생선을 이용한 요리로는 부야베스(Bouillabaisse, 마르세유 지방에서 특히 유명한 프랑스식 해물 스튜)가 있는데, 팔다 남은 잡어를 죄다 넣고 끓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에도 부대찌개와 유사한 솔랸카(Solyanka)라는 러시아 요리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고기국물에 소시지와 햄 및 마늘, 양배추, 양파, 레몬, 마요네즈 등이 들어가며, 부대찌개에 김치를 넣는 것처럼 발효된 피클과 피클 국물도 들어가며, 토마토 페이스트와 파프리카 가루 등도 넣기 때문에, 완성된 모습만 보면 부대찌개와 정말 유사하다. 러시아는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한국의 근대화와 한국전쟁 사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부대찌개의 탄생에도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부대찌개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재료는 부분적인 추가를 할 수 있다. 햄과 소시지, 라면사리와 당면 추가는 웬만한 부대찌개 전문점에는 메뉴판에 목록이 나와 있고, 치즈 등 나머지 재료도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
 부대찌개는 값에 비해 내용이 푸짐하여,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의 뒤풀이용 안주로도 흔히 등장한다. 실제로도 대학가 앞 호프집에는 거의 고정적으로 부대찌개, 김치찌개가 메뉴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대찌개는 소주와 매우 잘 어울리는 안주이다. 거기에다 육수만 부으면 얼마든지 다시 양이 불어나니 서민들에겐 도깨비 방망이(?) 같은 안성맞춤식 요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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