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는 보호장구를 쓰고 부상 염려가 적은 멋있는 운동
6단 취득 후 6년만에 경험삼아 응시한 7단 당연 탈락
이 승 룡
서울·뿌리샘치과 원장
지금으로부터 29년전인 1993년 치과 개원 후 6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던 터라 치과의사에게 좋은 운동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지냈었고 치과의사의 직업상 고개와 허리를 주로 사용하기에 건강한 신체를 지켜줄 운동이 없을까? 하면서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검도장의 유리창문을 통해 검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이거다” 격투기인 듯하면서 보호장구를 쓰고 부상 염려가 적고 멋있는 운동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한가지 안경을 쓴 사람으로서는 호면을 쓸 때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단점이긴 하고 호흡과 땀으로 인한 김서림이 문제였다. 당시에 안경을 쓰고 있었기에 그것이 장애요소였다. 요즘처럼 라식수술이 있지도 않았기에 불편을 감수하면서 30살 때 처음 죽도를 잡았다. 1990년 서울의 진무관이라는 곳이 처음 사설검도장이 개관하기 전에는 선수출신이 아니면 검도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검도장이 생겨나기 시작해 93년 9월부터 등록후 전북 남원에서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초보단계에서 관장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하게 되어 1년후 초단 승단 심사에 응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준비해 가지고 가야할 도구들이 상당히 많았다. 호구 및 죽도, 도복, 목검 등 여러 가지 차곡차곡 가지고 가야할 단계에서 깜빡 잊고 도복을 빠뜨린 것이다. 전주에서 심사를 보기에 다시 남원으로 가서 가져올 수도 없어 일요일인데 혹시 스포츠용품점에서 도복이라도 판매를 하는지 이곳저곳을 허겁지겁 찾아다니며 구해 볼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관장님께 이런 사실을 알린 후 아는 지인의 중학생 도복을 입고 겨우 승단심사를 본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승단에 합격한 그 때가 기억이 난다. 2,3단 승단 때는 무난하게 승단을 했던 것 같다. 95년도에 드라마 모래시계가 크게 히트를 치면서 드라마 속에 나온 검도장면으로 검도장이 만원을 이루며 북적되기 시작해 운동하는 열정이 넘쳐나기도 했었다. 2000년 사범으로 인정할 4단 승단 시험 때는 3번의 좌절 끝에 합격하여 기쁨이 배가 된 적이 있다.
서두에 언급을 했지만 운동을 시작할 무렵 안경을 벗을 수 있는 라식수술이 나오기 전에 엑시머레이저 수술이라는 것이 90년대 초반에 생겨 운동을 위해 과감히 수술을 선택하였다. 갑갑하였던 안경을 벗을 수 있으니 날아갈 듯이 기뻤고 경기력도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운동은 꾸준히 하여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 준우승 등 성적을 내고 또 검도회 모임의 이사, 부회장, 회장의 직함도 자연스럽게 추대되는 기회도 오게 되어 내 생활의 대다수가 검도와 함께하게 되었다. 자녀가 성장하고 지방에서 단조로운 생활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큰 꿈을 갖게 하리라는 기대감으로 2006년말 치과 및 생활터전을 이전하게 되었다.
서울로 이전 후 자리잡기까지 시간적으로 운동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행운이 찾아오는 계기가 된 것이, 대한 검도회에서 처음으로 특별심사라는 제도가 생겼다. 대한검도회 및 지방검도회에 공헌하신 분들로 시간적, 물리적으로 승단 시험을 놓친 분들을 위한 기본적인 테스트로 승단을 시켜주는 제도가 한시적으로 생겨 5단 승단을 여유롭게 한적이 있었다.
승단은 취득한 단 수만큼 그 기간을 기다려야 다음 단 심사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5단 승단 후 5년을 기다려야 6단 심사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서울로 이전하여 진무관에서 여전히 바쁜 일상 가운데 꾸준한 운동을 하게 되었고 6단은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만에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고단자가 될수록 한번에 합격한 사람들은 많지 않고 또 합격률도 20~30%로 적어서 승단 합격을 하면 그야말로 축하해 주는 분위기가 대단했다. 마치 치과대학 재학시절 본과 선배들의 한 학년 진급이 부러울 때처럼 승단한 분들이 대단해 보였다. 6년이라는 세월이 안 지날 것 같았는데 2014년 6단 취득 후 2020년 봄에 승단을 볼 수 있었다. 승단 시험은 춘계와 추계로 1년에 두 번 응시가 가능하다. 20년 봄에는 경험삼아 가볍게 응시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코로나 시국이라 엄격한 통제속에 합격률도 저조한 가운데 탈락은 당연지사였다. 그해 가을에 다시 도전했다.
지인과 함께 응시한 결과 지인은 1차에 합격을 하고 나는 또 다시 탈락을 하였다. 21년 3차로 도전하였지만 다시 탈락의 수모를 안고 돌아왔다. 작년 추계에 응시할 수 있었으나 숨고르기를 하자는 뜻과 좀 더 철저히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코로나 유행으로 운동도 많이 못한데다 이런저런 이유로 응시에 불참했다. 금년에 춘계 중앙심사 응시를 위해 개인 도장 사범에게 새롭게 기초부터 그리고 지인의 8단 선생으로부터 내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만반의 준비를 하였으나 결국 탈락하여 기진맥진한 상태로 허탈감과 함께 충북 음성의 중앙연수원을 뒤로 한 채 상경했다. 2001년 중앙연수원이 개관한 이후 5단 이상 중앙심사는 이곳에서 치러지고 심사를 보기 위한 지도자 강습회를 매년 1~2회씩 수료하여야 하는 등 몇 십번을 오고 가는 곳이었다.
지도자 강습회를 최근 4년동안 4번 이상 수료한 사람만이 응시자격이 주어져 이번에 떨어지면 올해 연말 다시 강습회를 가야 내년 봄에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상황이었다. 2022년 10월23일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차를 몰고 충북 음성 중앙연수원을 향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순번을 기다리며 10시에 시험 준비를 하고 먼저 실기인 “연격과 시합연습”을 합격해야 그 다음 절차인 종목을 응시할 수가 있다. 이번만큼은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사즉생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87명이 응시한 결과 1차에 32명이 합격했다. 1차 관문만 통과해도 2차에 떨어지면 다음 응시에 대부분 합격을 하게 되기에 1차가 문제였다. 다행히 합격하여 다음 종목인 “본”을 준비했다.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1차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사람들은 귀향하기에 여념이 없고 합격자는 다음 종목 준비에 연습을 하고 있었다. 본은 일종의 품세를 보는 것이다.
<다음회에 계속>
http://www.chihak.co.kr/news/1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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