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노예가 된다며 경고하고 격려해줘
규칙적인 일상이 이루어지면서 몸과 마음까지 활기찬 생활
권 기 홍
e리움치과의원 원장
필자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일기쓰기를 시작하던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부터 나의 장래를 생각하며 해마다 이맘때면 인생 계획을 구상하곤 했었다. 몇 살 때 무엇을 하리라, 어디로 가리라, 무슨 공부를 하고 무슨 일을 하며 누구를 만나리라 등등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였던 것이다. 돌이켜 볼 때, 필자가 설계한 대로 제대로 된 것은 별로 없지만 나빠진 것보다는 어떤 면에서는 더 잘 되었다고 보여지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전혀 예상치 못한 불행한 일들도 간혹 있었고 그 후유증을 안고 해결해 나가느라 고단했던 아쉬움이나 후회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 생각하니 그것마저도 내 삶에 더 좋은 선물이 된 것 같아 감사하며 살고 있다.
6년 전, 뜻하지 않은 질환이 찾아왔다. 갑자기 이명이 시작되었다. 직업적 소음성 난청이 진행되고 있던 데다 그 당시 여행 중 심한 열병을 앓으면서 체력이 급속히 약화된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그로 인해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어 이 병원, 저 의사를 찾아가서 각종 약과 처방들을 받았지만 별 효과를 못 보았다. 정말 편안했던 나의 수면 리듬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며 좋다는 요법들을 적용해 보았지만 모두 실망이었다.
무려 일 년 가까이 수면 장애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대단한 스트레스가 쌓이며 고민과 불안의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단골 약사의 소개로 동네의 다른 의원을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그 의사는 문진과 진찰을 마치더니 약을 당장 끊으라는 것이었다. 놀랐다. 물론 처음에는 금단증상으로 며칠 고생하겠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노예가 된다며 강력하게 경고하며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 어차피 치러야 할 전쟁임을 깨닫고 단단히 각오하고 복용을 중단하였다. 과연 예상대로 며칠간 뜬눈으로 밤을 새면서 무서운 시간들을 보낸 것 같다. 그러나 4일째부터인가 서서히 졸음이 찾아오기 시작하였고 간간이 숙면을 두세 시간 정도 취할 수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약에 의지하지 않고도 잠을 잘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많이 터득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 있게 조언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불면증을 해소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이었다.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모임이 금지되면서 우리 교회에서 온라인 새벽기도모임이 시작되었다. 아침 6시에 시작되는데 모임을 인도하는 직책을 맡은 나로서는 훨씬 더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안되었다. 따라서 4시, 어떤 때는 3시에도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것을 위해 취침 시간도 대폭 수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감사하게도 코로나19는 저녁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일찍 귀가하는데 일조해 주었다. 이제는 해가 지면 바로 취침 모드로 들어간다. 석식도 간단히 하거나 거의 먹지 않는데, 아침과 점심도 건강을 위해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있다.
아침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운동도 하고 낮에는 가능한 햇빛을 쬐면서 산책을 즐긴다. 규칙적인 일상이 이루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편해지고 활기찬 생활이 되었다. 아직도 이명이 있고 가끔은 불면의 날도 있지만 다음 날은 또 잘 자는 편이다. 잠이 안 온다고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동안 밀린 독서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쓰기도 하고 기도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그 원치 않은 불청객이 이제는 내 삶을 지도해 주는 코치가 된 셈이다. 성경 말씀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는 말씀이 있다. 내게 들이닥쳤던 사건 사고들을 돌이켜보면 도리어 나에게 유익이 된 일이 어디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하여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차분히 그 상황에서 나의 생활을 돌아보고 고치며 개선하는 기회로 삼을 때 훨씬 더 생산적이고 보람된 열매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해 왔다.
올해는 또 어떤 일이 내 삶에 일어날 지 모른다. 좋은 일도 있겠지만 불행한 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인생을 바라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늘과 이웃을 대할 때 모든 일은 내게 유익하게 될 줄 확신한다. 그 옛날 이스라엘의 한 시인은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시108:2)는 표현을 하였다. 나도 아침마다 새벽보다 일찍 일어나서 새벽을 깨우는 재미가 있다. 이제 새해가 시작되었다. 이글을 쓰면서 새해를 깨워보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기에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관리하고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 올 한해도 하루하루 앞장 서서 살아가려 한다. 시간도 건강도 재물도 가정의 행복과 나의 꿈꾸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새벽을 깨우는 나의 뒤를 따라 올 것이다.
http://www.chihak.co.kr/news/17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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