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받으면 어려운 환자 봉사 많이 하겠다 가슴속 깊이 다짐
9개 섬에 진료를 다녔을 때 내 평생의 짝을 찾은 일 큰 보람
박종수
光州 박종수치과 원장
전 치협대의원총회 의장
인간의 탄생이 놀라울 만큼 어려운 확률에 의해 기적처럼 태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가를 깊이 깨닫게 된다. 천체라고 불리는 이 우주는 20~30개의 은하계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우리 지구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계에는 5천억 개의 별이 있다. 그 많은 별 중에서 지구에 태어난다는 것 또한 엄청난 확률인 것이다. 거기에 ‘나’라는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일생 배란 수 360개 중의 하나와 아버지의 평생 정자 수 약 1조개 중의 하나라는 기하급수적인 확률에 의해서이다. 그러나 지구는 이 기적 같은 확률에 선택된 귀한 존재로 태어난 사람 모두에게 행운만을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불우하고 어려운 사람도 많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어려움도 겪었고 도움도 받으며 성장하게 되었다. 나의 삶속에서 동행해준 도움의 손길들이 나를 봉사의 길로 들어가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감사로 시작된 봉사가 하나의 약속이 되어 꾸준히 이어지다 보니 시대적 요구에 맞춰 진화해가는 것을 깨닫게 된다. 후진들에 의해 봉사가 지속되고 발전 진화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중학생시절 공무원이셨던 아버님이 병환으로 오랫동안 투병하셨다. 그 후 퇴직하시고 가산이 기울어졌다. 논산읍에서 살았던 우리는 지방의 열악한 의료시설과 병원치료비가 마련되지 않아 수술을 받지 못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흐른 몇 년 후 나는 S대 치의예과에 합격(1960년)했다. 강의 나오시는 일반외과 교수님께 상의드렸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무료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해주신다. 검진결과 악성종양으로 진단됐다. 서류를 구비하여 제출하고 입원 날짜만 기다렸다. 1개월 후 입원불가 통지가 왔다. 대학생이 있는 가정이 무슨 극빈자냐는 것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구나! 참담했다. 당시에는 국민의료보험이 없는 시대였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거의 매일 주치의 선생님을 찾아가 사정했다. 8개월 후 무료입원의 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하나의 입원 투쟁이었다. “효자 났네!” 주치의 선생님의 격려 말씀이다. 선생님! 저도 치과의사 면허를 받으면 어려운 환자 봉사 많이 하겠습니다. 가슴속 깊이 다짐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감사로 시작된 내 봉사의 세월은 출발된다.?
1965년 인턴선생님을 모시고 김종열(연세치대 명예교수)등 원내생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군자초등학교에 가서 첫 의료봉사를 했고 두 번째는 국립중앙의료원 치과 박헌철 선생님과 의정부 빈민촌에 가서 진료봉사를 했다. 인산인해를 이룬 기억이 난다. 졸업 후 군대에 입대하여 군병원에서 1개월에 1회씩은 동료들과 함께 산간오지 섬, 등 무료진료 셋트를 메고 열심히 다녔다. 이곳저곳 열악한 무의촌지역을 뛰고 또 뛰었다. 이제는 취미가 되어버렸는가! 분명 얻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바다로 가면 섬민들과 낚시질도 함께했고 산간 어느 마을에서는 그들의 큰 재산인 돼지를 잡아 의료봉사가 끝난 후 잔치를 한 적도 있다. 가장 큰 보람은 1969년 해양경찰대 경비정을 타고 여러 의료단체와 함께 2박 3일간 목포 앞바다의 흑산도 홍도 가거도 장도 만재도 등 9개 섬에 진료를 다녔을 때이다. 그 때 내 평생의 짝을 찾은 일이다. 이듬해에 결혼하여 봉사도 함께하고 큰 원군이 되었다. 이제 5월이면 결혼 54주년을 맞게 된다.?
1971~1972년 베트남 한국군 사령부 의무실 치과과장으로 근무한 후 군 제대를 하고 1974년에 광주에서 개원을 했다. 개원 후 첫 봉사는 직업소년원생 구두 닦기 소년들과 넝마주이 재활원생들이다. 나도 6.25때 공무원 가족이라는 이유로 점령군이 우리 집을 불태워 몇 년간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 지내는 어려움을 겪었기에 불우한 환경의 소년들이 남 같지 않았다.
1981년 나는 광주 5.18직후 천주교 광주대교구 평신도 회장단이 되었다. 일요일이면 많은 지역에서 무료진료 요청이 들어와서 교회 의료팀을 꾸려 진료하러 다녔다. 광양, 무안, 담양, 화순, 나주 등 전남지역 무의촌 지역을 거의 빠짐없이 다녔다. 그 중 완도 천주교 신축기념 의료봉사 때였다. 진료 팀이 교회에 도착해 보니 완도인근 여러 섬 민들까지 몰려와 장사진을 이루었다. 환자 인파가 2,000여명이나 되어 군수님이 직접 환자 줄 세우기를 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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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수 원장의 봉사활동 현장 |
http://www.chihak.co.kr/news/18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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