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것 없고 추석에 많이 먹으며 무신 성분은 간·신장에 좋아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토란은 천남성과에 속하는 다년생 열대 초본식물로서 학명은 Taro, Dasheen, Eddoe, Cocoyam, Kalo, Calocasia esculenta(L.) sehott)이다. 토련(土蓮)이라고도 한다.
토란은 열대 또는 아열대 지방이 원산지이다. 높이는 1.2m까지 자라고, 땅 밑에 녹말을 함유한 구경(球莖)을 형성한다. 구경은 타원형이며, 겉은 섬유로 덮여 있고 옆에 작은 구경이 달려 있다. 잎은 뿌리에서 돋아 높이 1m 정도 자라며, 달걀 모양의 넓은 타원형이고, 길이 30∼50㎝로 코끼리의 귀 같다. 회록색이고 양면에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가 파상(波狀)으로 밋밋하고 밑 양 끝이 귀처럼 처지며, 잎꼭지〔葉柄〕는 비스듬히 서고 잎밑에서 약간 올라붙기 때문에 방패 같다.
호온성(好溫性)으로 다습한 토양에서 잘 되고, 건조해를 받기 쉽다. 원산지는 인도 및 그 접경 지방의 고온다습한 지대로 보고 있다.
토란이 한반도에 처음 들어왔던 시기에는 ‘감자’라는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땅에서 나는 알처럼 생겼다’는 뜻으로 토란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문자 기록상 감자가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조선시대인 1824년이다. 토란은 이보다 6백 년 앞선 고려시대 의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1236)>에 등장한다.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문인 이규보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1241)>에는 시골에서 토란국을 끓였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기록된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 이전에 도입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다.
토란국은 미끌미끌 넘어가는 토란 특유의 감촉을 잘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소고기와 무, 토란을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해 끓인 맑은국은 주로 추석 명절에 끓여 먹던 전통음식으로 담백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은 맛이 있다.
주로 덩이줄기를 알토란으로 이용하고 있고 이속에는 대부분이 전분이며 광물질 및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다. 토란의 줄기는 칼슘, 인, 철분, 비타민 등이 많이 들어 있는 섬유질 채소에 속한다. 알토란을, 토란국을 끓여먹고 있으며 조림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토란은 줄기 및 덩이줄기에 아릿한 맛이 있는데 껍질을 벗긴 후에 냉수에 담그어 두면 이 맛이 없어진다. 아릿한 맛은 수산칼 륨에 의한 것으로서 열을 없애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고 하여 삐었을 때, 독충에 쏘였을 때, 뱀에 물렸을 때 토란잎을 비벼서 붙이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토란의 진액이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증이 있지만 비누로 씻거나 암모니아수에 담그면 없어진다.
또 소종(消腫)·해독의 효능이 있어 약재로도 이용된다. 약성은 한(寒)하고 신(辛)하며, 유옹(乳癰)·마풍(痲瘋)·종독(腫毒)·개선(疥癬)·치질(痔疾) 등에 치료제로 쓰인다.
토란의 미끈거리는 성분은 무신(mucin)이란 성분으로 간장이나 신장에 좋다고 하여 건강음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토란은 아들괴경을 이용하는 자구용 토란과, 모주가 커지는 모주 품종이 있으나 대부분 자구용을 재배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석천조생환’이라는 일본 도입종을 많이 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량과학원에서 전주 삼례지역의 재래종을 선발하여 ‘팔도알토란’이라는 품종을 등록하여 보급하고 있다. 팔도알토란은 덩이줄기가 크고 길며 수량성이 많고 잎꼭지는 부드러워 이용성이 높다. 토란은 우리나라에서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자구로서 번식이 되고 있으며 교잡에 의한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어려워 새로운 품종이 거의 없는 실정이며 생산량은 다른 채소에 비하여 적은 편이다.
감자와 마찬가지로 토란도 덩이줄기이다. 덩이줄기란 식물이 영양소를 저장하기 위해 줄기를 부풀린 형태를 말한다. 근경을 식용하며, 줄기를 식용하는 수도 있다. 주로 국을 끓여 먹으며 부침 또는 가루를 이용한 송편을 만들기도 한다.
한국에서 토란은 습관적으로 추석 때 먹는 전통음식 재료이다. 구체적 조리법은 1920년대 방신영(方信榮)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 1917)>에도 나와 있다. 토란을 잘 씻어 먼저 한 번 삶은 후, 맑은장국이나 곰국에 토란을 넣어 끓이는데, 여기에 다시마를 조금 썰어 넣고 끓이는 것이 서울식 토란국 조리법이다. 남도에서는 들깨를 갈아 넣은 고소한 맛의 국물에 토란을 넣어 끓인다.
토란은 버릴 것 없는 유익한 식재료다. 잘 말린 토란잎은 여름철 쌈이나 나물로 먹는다. 토란대는 살짝 말려 껍질을 벗긴 다음 짧게 삶은 뒤 들깨와 함께 볶으면 아삭한 식감의 좋은 밥반찬이 된다. 알토란은 특유의 미끈거리는 식감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어떤 식재료도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식감이 있다.
토란의 단면에서 나오는 끈적이는 성분은 ‘뮤신’이라는 다당류 점액물질로 단백질을 분해해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뮤신은 위와 장의 뛰어난 윤활제 역할을 한다. 토란 속 전분과 함께 들어 있는 바늘 모양의 수산칼슘 결정(calcium oxalate crystals)이 가려움을 유발하고 아린 맛을 내기도 한다.
토란은 끈적거리는 식감과 아린 맛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지만, 가을철 특히 추석 음식으로 별미를 느끼게 한다. 필자가 광주 조선치대에 몸담은 시절 서울에서 보다 비교적 남도에서 토란을 이용한 음식을 접한 기억이 많았다.
특히 광주고속 정류장 근처의 오리탕 골목을 자주 방문하곤 하였었다. 된장을 푼 뚝배기에 오래 고아서 씹을 것도 없이 슬슬 넘어가는 오리고기, 그리고 토란 줄기를 넣어 걸쭉한 식감에 아낌없이 넣은 고소한 들깻가루, 곁들인 소주 몇 병은 마파람에 계눈 감추듯 (?), 가벼이 비우곤 하였었다. 오리고기와 토란 줄기에 고소한 들깻가루의 조화(?). 다른 지방에서는 느껴 보지 못한 그런 맛과 분위기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