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고 고매한 식견보단 직업적 능력이 중요
정성들인 치료로 환자가 고맙다는 생각들게해야
다친사람이 더 억울하다 환자편에서 싸워라
이 재 윤
덕영치과병원장
본지 명예회장
6. 좋은 치료를 해주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나? 단지 잘 보고 해주면 된다.
프로기사 서봉수가 응창기배를 우승하여 40만 불의 상금을 탔을 때 기자가 바둑을 잘 두는 비결을 물었다. 그 때 서봉수 씨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바둑은 쉬운 것, 단지 잇기만 하면 된다.”라고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바둑은 끊어졌기 때문에 죽게 된다.
일설에 의하면 말이 전부 연결되면 좀처럼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치과 진료 역시 대단히 쉬운 것이다. 심오한 학문, 정밀검사, 고가의 기자재도 다소 진료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절대로 그것만으로 좋은 진료가 될 수는 없다.
정말 좋은 진료는 단지 잘 보고 치료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잘 본다는 것은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니다. 가까이서 잘 보려고 해도 피나 침, 고름이 튈까봐 걱정이 되어 보안경을 두 개, 세 개 끼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진료를 하면 잘 보기가 힘들다. 또 실력이 없으면 아무리 가까이서 보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단지 눈으로만 봐서도 안된다. 손으로 만져보는 촉진, 귀로 듣는 청진, 냄새 맡아보는 후진 등 여러 감각 기관도 동원해야 한다. 실로 잘 보기 위해서는 성의와 실력, 그리고 좋은 컨디션을 가져야만 한다.
7. 직업에 전념하라.
솔로몬대왕은 시바여왕을 좋아하여 이교도의 의식을 거행하였다. 그러나 신은 그를 벌하지 않고 용서해 주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은 솔로몬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에 솔로몬을 통해 기독교를 전파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선과 악도 중요하지만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 능력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은 직업이다. 아무리 멋지고 고매한 식견을 갖추어도 직업에서 무능력하다면 한낱 한량이나 놈팽이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직업 지상주의다. 직업에 대한 몇 가지 소신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다른 곳에서는 이등이나 꼴찌를 해도 좋지만, 직업에서만은 일등이 되라고 한다.
둘째는 직업을 통하지 않고 돈을 벌지 않는다. 왜냐면 직업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돈을 빌려주고 나서 그 돈이 크든 작든 간에 한 번도 이자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셋째는 절대로 종업원들에게 병원 출근을 그만두라고 하지 않는다. 직업은 바로 그 사람의 목숨과 같기 때문이다.
직업은 돈을 받기에 책임이 따른다. 항상 직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몸가짐, 마음가짐을 잘 가져야 할 것이다.
8. 치과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되도록
치과를 찾는 사람들은 치료비가 상당히 비싸다는 것을 느낀다. 사실 의료용품은 슈퍼마켓 물건처럼 싸지는 않다. 인체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해하지 않고 탈이 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비싸다.
공장 물건처럼 마구 쓸 수 없으며, 소독을 해야 하고 정밀해야 한다. 의료기기들은 또한 의료시장이 좁아 대량 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비싸다. 또 비싼 만큼 정성들여 치료를 해주어야 하고, 뭔가 여분의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환자가 치료를 끝마쳤을 때 바가지를 썼다는 기분이 들지 않고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겠다.
치료가 끝났는데도 만족해하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기술과 정성이 함께 하면 반드시 환자는 만족할 것이다.
9. 환자의 말을 120% 믿어라!
겁에 질린 환자는 엄살을 피운다. 환자는 아프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과잉 반응을 보인다.
때로는 아랫니가 아픈데도 윗니가 아프다고도 한다. 그래서 환자의 이야기는 80%만 믿으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그런데 15년간 진료를 해보니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 환자들은 가능한 참으려고 했고 아파도 표내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어떤 환자를 치료할 때 치아 신경이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마취도 않고 이를 갈았는데, 그 환자는 아픈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나중에 치아에서 빨간 신경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는 아차! 싶어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아프지 않았습니까?”
“좀 아파도 참아야지요!”
치료를 하는 의사에게 부담이나 방해를 줄까봐 또는 열심히 치료를 하는 의사에게 불평하는 것이 미안해서 꾹 참는 것이었다. 나는 환자들이 틀니의 불편함이나 치아의 예민함 등을 참는 것을 아주 많이 보아 왔다. 환자가 어떤 불평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순박한 농부 서민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은 폐병을 부유층의 감기 정도로 대수롭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환자의 말을 120% 믿게 되었다. 그들이 “조금 아프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주 아픈 것이다.
10. 환자의 편에 서라
나는 위생사와 환자가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나 환자편에 선다. 그것은 위생사가 잘못했다기 보다 환자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다. 환자는 나의 보호를 받기 위해 찾아온 한 마리의 양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단지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의 모든 것을 보호해야 한다. 환자의 개인적인 비밀이나 성격, 신체의 약점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 업소에 온 손님과 다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환자를 다치게 한 친척이 병원에 환자를 데리고 와서 나에게 부탁을 한다. 상해 진단을 좀 적게 해달라고.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만 믿고 찾아온 그 환자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 나는 세밀히 점검하여 다친 곳과 치료해야 할 곳을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내가 축소 진단을 했다면 분명 환자는 다른 치과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일은 아무리 상대방이 치료비나 위로금을 준다 하더라도 다친 사람이 훨씬 더 억울하다. 그래서 나는 환자의 편에 서서 보험회사에 대항해 싸움을 도와 줄 때도 있고, 법정에 서서 환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줄 때도 있다. 나는 환자 편에 선다. 그리고 환자를 믿는다.
http://www.chihak.co.kr/news/1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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