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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02/04  치학신문
음식탐구 <72>
고래 고기

“고래는 소고기 보다 단맛이 나고 부드럽고 연하다”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고래는 수중에서 생활하고 피가 따뜻하고 폐로 호흡하며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는 포유동물이다. 분류학적으로 고래는 포유동물강의 고래목의 동물이다. 고래목에는 위턱에 달린 고래수염으로 먹이를 걸러 먹는 수염고래아목 과 이빨이 있는 이빨고래아목( 이빨고래류)이 있다. 수염고래류는 4과 6속 11종, 이빨고래류는 9과 34속 약 80여종이 분류되어 있다(FAO, 1993). 이중 한반도 주변 바다에는 수염고래류 3과 8종, 이빨고래류 6과 27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1년 발굴되어 세상에 알려진 울산광역시 대곡리에 위치한 암각화는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 절벽에 새겨진 것으로 약 5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의 다양한 육상동물과 해양 동물을 비롯하여 인간의 수렵활동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높이 평가되어 1995년 국보 285호로 지정되었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개별적으로 구분이 가능한 그림이 총 296점이 새겨져 있는데 이 중 193점이 다양한 동물을 표현한 그림이며 이중 고래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을 추려보면 58점이나 된다.
 고래바다란 명칭을 탐색해보면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후기 사천왕사 터 부근에서 발견된 문무왕 능비의 비편에는 분골경진이란 글귀가 있다. 문무왕이 죽어 장사지낼 때 화장한 뼛가루를 고래가 사는 바다에 뿌렸다는 뜻이다. 이미 중국의 원나라와 명나라시절(서기 1271~16443년)에 동해를 경해라 불렀다.
 당나라의 유서 에는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고려인은 고구려인 일 것이다. 산부계곽변증설도 그 기원이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나 생각된다.
 그 외에도 고래에 관한 고문헌으로는 향략집성방과 동의보감에서는 돌고래류의 기름은 약용으로 피부 곪은데, 곤충에 물린데, 버짐 등의 피부병뿐 아니라 신들려 비실비실 말라 죽는 병, 학질 등의 질병을 다스리는 데 처방하였다고 한다.  또한 우리 말속에는 다양한 고래에 유래한 단어들이 있다. 술 많이 먹는 사람을 ‘술고래’, 큰 도박꾼을 ‘고래’, 매우 끈질긴 것을 ‘고래심줄 같다’, 넓은 장소를 ‘고래등 같다’ 한다. 언어문화속의 고래는 우리나라의 지명에서도 나타나서 고래와 관련된 지명에 관해서는 한국토지공사 지명 연구위원 김기빈 박사의 논문이 있는데 남한만 해도 150여 곳의 고래에 관련된 지명이 있다고 한다. 지명은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환경과 문화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속에 고래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큰 비중을 차지해 왔고 오늘날 우리생활에도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그 것은 반구대암각화로부터 단절되지 않고 역사속에 흘러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고래 고기는 포경이 법적으로 금지되기 전에는 서민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음식재료였었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휴전이 된 1954년 초등학교 일학년이던 필자는 어머님과 같이 여름 방학 중에 대구 외가를 찾은 일이 있었다. 한 일주일 머물면서 지금은 흔적조차 아련한 대구 동촌유원지 등에 가족소풍을 가기도 하였는데 대구 서문 시장을 구경하던 중에 산더미 같은 거대한 고래 고기 토막을 보고 놀랐었고 고래 고기를 불고기로 먹었었는데 ‘소고기 보다 단맛이 나고 부드럽고 연하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후 포경이 금지된 뒤 90년 대 초에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근처의 고래 고깃집을 우연히 발견하여 쾌재를 부르며 몇 차례 갔었다. 이미 포경이 금지되기 전에 잡아서 냉동된 상태의 고래 고기를 해동하여 삶아서 수육으로 먹었는데 부위별로 독특한 식감과 맛이 인상적이었다. 장생포에서는 지금도 여러 식당에서 다양한 고래 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고 강남의 일부 횟집에서도 고래요리를 즐길 수 있어 식도락가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고래 소비 대국으로 분류되는 일본 정부가 상업 포경(판매용 고래잡이) 재개를 위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외신이 보도하였다. 앞으로 일본은 자국 국민의 입맛을 위해서 IWC의 규제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고래잡이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고래 소비량은 1960년대에는 연간 23만t 이상이었다. 이후 고래잡이 과정의 잔혹성 및 식용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 포경 제한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줄었지만, 아직도 연간 5천t 가량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래의 포획은 우연히 그물에 걸려서 죽은 고래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이 되고 있으며, 이 또한 해경의 검사를 거쳐 유통증명서를 받고, 고래연구소에 DNA 샘플을 보낸 뒤에야 합법적으로 유통이 가능하다.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 고기 중 상당수는 허가 받지 않은 불법적인 포획 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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