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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12/27  치학신문
시사칼럼 '메모 습관'

 

 

 신승철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명예교수

 

 

 

 

 

 

 

 젊은 교수 시절, 당시에는 매달 한번 씩 정례 교수회의가 있었다. 회의실에 놓인 긴 타원형 탁자 양 열로 도열해 앉아 주로 학장님의 말씀을 묵묵히 경청하는 이벤트였다. 평소 남의 말 듣는 것을 싫어했던 필자는 이 시간이 그렇게 지겨울 수가 없었는데 자세히 보니 많은 교수들이 노트 크기의 수첩을 펴 놓고 무언가 열심히 받아 적는다. 곁눈질로 자세히 보니 오른 쪽에 앉았던 교수는 메모장에 낙서를 하고 있었고 왼쪽의 교수는 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학장님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였다. 아예 메모조차 안했던 필자는 수십 년 지난 지금, 당시 높으신 분들이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기록 보관하지 않는 습관 탓에 중요한 서류나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세금이나 과태료를 두 번씩 내고 되돌려 받기도 하였다. 지난해에는 분명히 밀린 치과의사 회비를 의무 완납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였음에도, 내 것은 낸 기록이 없다며 또 내라는 통고를 받기도 했다.
 며칠 전엔, 지방의 어느 도시에서 내가 학술 홍보대사로 위촉되어있어, 부시장 주관 송년 모임에 참석하여 ‘요즘은 일부 도시 부시장이 감옥가고 수난시대 인데 당신은 괜찮죠?’ 라며 농담했다가 웃음과 따가운 눈총을 받고 밤늦게 고속열차 편으로 귀가한 적이 있었다. 며칠 후 그 도시 시청 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그날 외지에서 오신 분들에게는 교통비를 지급해 준다며 통장사본과 고속열차표를 사진 찍어 보내 달랜다. 고맙긴 한데 난 고령자 할인도 받아서 얼마 안 되니 그냥 두라 했건만, 한사코 목소리 예쁜 여직원이 조르기에 핸드폰으로 예약했던 열차표를 찾았는데, 시간 지난 예매 차표 사진은 자동으로 지워지고 없었다. 그렇다고 말했더니 그 여직원은 친절하게도 그 영상이 내 핸드폰 다른 곳에 저장되어 있다며 찾아내는 방법까지 알려주며 해보시란다. 겨우 끙끙대며 해보았더니 내가 샀거나 해약했던 차표들이 차례로 화면에 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그 여직원한테 보낼까 였다. 무슨 키를 두 개 동시에 눌러 복사 뜨고 어떻게 하라는데 도저히 안 되어서, 나중에 가족들 핸드폰으로 이 화면 찍어서 보내겠노라 하며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내가 가끔 갖고 노는 드론에 카메라가 장착된 것이 생각나서, 드론을 꺼내어 모든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드론을 띄워 내 카메라의 차표 화면을 가까이서 확대해서 찍었다. 그러고 보니 굳이 드론을 띄울게 아니라 드론 조종용 핸드폰만 꺼내서 직접 사진으로 찍을 걸 괜히 어렵게 고도의 촬영 기술을 발휘하며 찍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되었건 기쁜 마음으로 그날 그 도시로 갔던 고속열차표 한 장을 사진 찍어 보냈고, 그 직원에게 문자도 보냈다. 그랬더니 이번엔 ‘돌아 온 차표도 보내 주셔야죠’ 한다. 그걸 찾아보니 취소되었던 차표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날 행사가 생각보다 일찍 마쳐서 그 도시 고속열차 역 열차표 발매 역무원에게 ‘시간이 너무 남는데 혹시 일찍 가는 차편 있음 바꿔 달라’ 했더니 내 핸드폰을 열어서 예약된 차표를 취소 시켜주고, 보다 일찍 가는 다 른 회사의 고속열차표를 현금 받고 끊어 주었다. 영수증은 휴지통에 버린 기억이 난다. 전화로 그 상냥한 여직원에게 이런 설명을 했더니 ‘그러면 돌아가시는 차비는 지급해 줄 수 없다’ 한다. 가는 차표만 확인하면 당연히 되돌아 온 것이 상식일 텐데, 이젠 화가 나서 “그럼 내가 거길 가서 안 돌아왔단 말 인가요?” 라고 항의했더니 그 여직원도 보통이 아니었다. “가끔 오셨다가 돌아가셔서 안 돌아가시는 분도 계세요”라고 응수한다. 그러면서 충고 한마디 한다. “그러니까 교수님도 메모하고 정리해 두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그런데 메모하고 수첩 정리 잘한 사람들 끝은 안 좋은 것 같다. 검찰 수사 받을 시, 사건 날짜 별로 정리해서 갖다 바치는 것이란다. 아직도 권력 핵심부 분들은 윗분과의 대화나 지시를 수첩에 꼼꼼히 적는 버릇이 있다니 한심하다. 그 모임 다녀와서 괜히 심술이 나서, 캠프와 캠핑도 헷갈리는 맹한 어느 대변인과 이름이 같은, 착하고 맹하고 고집 센 그 여직원에게 “당신은 이름 땜에 괜히 고민이겠네” 놀렸더니 “요즘엔 정수기 사업도 힘들데요”라고 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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